요즘 방영작들 중에선 JTBC '스카이캐슬과 더불어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다. ’스카이캐슬이 사회의 한 단면을 그린 사회적 작품이라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사회 문제와는 거리가 먼 판타지라는 점에서 대비된다.

처음 현빈이 게임회사 대표라는 타이틀로 스페인 그라나다에 나타나 박신혜와 마주쳐 티격태격할 때만 해도 전형적인 나쁜 왕자님 로맨스물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현빈 앞에 중세 기사가 나타나 공격을 가하면서 작품의 진짜 정체가 드러났다. 바로 최신 기술인 AR(증강현실)게임을 드라마에 활용한 것이었다.

 

판타지로 충격을 안겨준 송재정 작가의 작품이다. ‘나인:아홉번의 시간 여행은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수준의 탄탄한 타임슬립물로 명성을 떨쳤다. ‘W'는 만화와 현실을 넘나드는 설정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그리고 이번엔 증강현실 게임인 것이다. 현빈이 게임을 하던 중에 현실과 게임이 뒤섞인다는 설정이다.

 

특히 그라나다 현지 촬영분의 완성도가 뛰어나 큰 기대를 받았다. 한국에선 드문 본격 판타지 미스터리 드라마의 등장이었다. 게임에서 진 상대방이 실제로 사망하고, 그 사람이 게임 캐릭터로 되살아나 현빈을 공격할 때 시청자는 경악했다. 하지만 한국 귀국 후엔 한껏 고조됐던 기대에 못 미치는 전개였다. 일단 시각적으로 그라나다의 캐릭터에 비해 한국 캐릭터가 밋밋하게 느껴졌고, 처음엔 충격이었던 게임 장면도 반복되니 단조로웠다. 회상과 설명이 이어지면서 극이 늘어지거나 헐겁다는 느낌도 생겼다.

 

가장 큰 문제는 너무 엄청난 충격을 준 데 있었다. 큰 충격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였으면 제대로 된 설명을 해야 한다. 어떻게 게임하다 사람이 죽고, 그 사람이 게임 속 캐릭터로 변한단 말인가? 기다려도 합리적인 설명이 나오지 않자 회수하지 못하는 떡밥에 대한 실망이 나타났다. 그 외에도 다리를 제대로 못 쓰는 현빈이 어떻게 추격하는 경찰을 따돌릴 정도로 빠른 주력을 자랑하며, 서버가 없는 미국에서 어떻게 로그인이 되고, 게임용 렌즈가 없는데도 어떻게 가상 캐릭터가 보이는지 등등 많은 것들이 설명되지 않았다.

설정에 대한 합리적 설명으로 시청자가 납득해야 치밀한 시나리오라는 신뢰가 생기며 작품에 대한 평가가 올라가는 법이다. 과연 남은 회차에 모든 궁금증을 제대로 풀어줘 명작의 반열에 올라갈 수 있을까?

하지만 비록 시청자 입장에서 시나리오가 덜 치밀하게 느껴지고 후반부 전개가 아쉽다고 해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성취는 인정할 만하다. 신선한 소재로 충격을 안겨줬고, 매회 마다 다음 전개를 궁금하게 할 정도로 시청자를 잡아끌었다. 어느 정도 패턴이 정해져있다시피 한 한국 드라마들 속에서 이 작품은 보기 드물게 새로운 개성을 선보였다. 우연한 성취가 아니라 송재정 작가가 그 전부터 추구해온 판타지 작가주의의 발현이라는 점에 더 의미가 있다. 타입슬립, 만화에서 증강현실 게임에 이르기까지 끊이지 않고 한국 드라마에 새로운 상상력을 수혈해온 송 작가가 다음 작품에선 또 어떤 충격을 안겨줄까? 현재 한국에서 가장 차기작이 기다려지는 드라마 작가 중의 한 명이다.

 

Posted by 하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