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수가 강의 중에 버닝썬 영상을 언급했다고 해서 논란이다. 이 교수는 “‘버닝썬 무삭제 (유출) 영상’이 잘리기 전 빨리 보라고 친구가 보내줬다”며 “평소 집에 버스 타고 가는데 그날 집에 택시를 타고 갔다. 잘릴까봐 빨리 틀어봤더니 위에는 해가 돌고 있고 아래에서는 무를 자르고 있더라”고 말했다고 한다.
농담이라고는 하지만, 장차 법질서를 수호할 법조인을 길러내는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성범죄를 암시하는 말을 학생에게 한 것은 충격이다. 버닝썬 영상은 불법촬영물로 그것이 유포되는 것도 범죄인데, 그런 영상을 전달 받아서 ‘잘리기 전에’ 틀어봤다고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진짜 불법촬영물을 본 것은 아니고 일종의 아재개그인 것 같지만, 불법촬영물을 받아서 보려고 했다는 말을 교수가 강연 중에 학생들에게 한 것이 놀랍다.
법학전문대학원을 떠나서 교수라는 직위 자체가 지성인을 길러내는 교육자로 특별한 도덕적 책임을 요구 받는 자리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존중 받고 국회의원이나 장관, 기타 중요한 자리에 임명 되는 경우도 많다. 그야말로 ‘사회지도층’인 것이다. 그런 사람이 자기 친구가 불법영상을 유포하는 범죄자이며 자신은 동조자라는 식의 말을 농담으로 태연히 할 수 있는 사회.
한류스타인 하이라이트의 용준형은 이번 정준영 불법촬영 사태로 사죄하며 팀에서 탈퇴했다. 그가 저지른 죄는 정준영이 보내준 영상을 보고 그에 부응하는 듯한 답글을 달았다는 것이다. 그런 잘못으로 즉각 공개 사과하며 팀을 떠나갔다.
만약 어떤 연예인이 앞의 교수가 한 말과 똑같은 농담을 촬영 중에 할 경우 그 연예인은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이고, 출연중인 프로그램에서 즉시 하차하며 자숙에 들어갈 것이다.
연예인도 이런 정도로 도덕적 책임을 지는데 사회지도층이라는 교수는 어떤 책임을 지나? 연예인은 막말 논란 수준으로도 자숙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교수는 그런 경우가 드물다. 연예인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교수가 오히려 연예인보다 책임을 덜 지는 것이다.
바로 이런 게 우리 사회의 문제다. 정작 큰 책임을 지고 모범을 보여야 할 진짜 공인들은 요리조리 삐져나가고 연예인들만 공인이라며 수시로 ‘탈탈’ 털리는 사회. 전 야당 대표는 여성에게 흥분제를 먹여 성범죄를 저지른다는 주변인의 에피소드를 젊은 날의 추억처럼 책에 썼다. 이런 내용이 큰 문제가 될 거란 ‘개념’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문제가 안 되는 사람이 없다. 우리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어떤 삶을 사는 걸까?
일반인들의 도덕불감증도 심각하다. 불법촬영물을 그저 야한 볼거리 정도로 소비하는 사람들이 지천이다. 불법촬영 사건이 공론화되면 즉시 ‘000 사건 유출 동영상’이 검색 키워드로 뜨고, 영상을 주고받는다. 이런 일들이 아무 죄의식 없이 벌어지니 앞의 교수처럼 버닝썬 영상 유출을 농담 소재로 삼기까지 하게 된 것이다.
수많은 누리꾼들이 하룻밤 상대 여성을 찍은 ‘홈런 인증’, 또는 자기 여자친구를 찍은 ‘여친 인증’을 인터넷에 올린다. 얼마 전에 구하라가 전 남자친구에게 동영상 협박을 받았을 때도, 구하라가 전 남자친구를 폭행한 것과 동영상 협박은 그 죄질의 차원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많은 누리꾼이 두 사람을 똑같이 비난했다. 동영상 협박을 단순폭행과 동급으로 본 것이다. 이럴 정도로 여성 촬영물에 대한 경각심이 희박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준영 같은 ‘괴물’이 나오고, 젊은 연예인들이 아무 생각 없이 그것에 휩쓸린 것이다. 교수가 강의 중에 불법영상 농담을 하는 사회에서 젊은이들의 가치관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지도층의 일탈에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일반인들의 가치관도 재정립돼야 연예인들의 각성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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