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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승리 영장 기각, 무리한 수사였나

 

승리 구속 영장이 또 기각됐다. 작년 5월 검찰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성매매처벌법 위반·식품위생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기각된 이후 두 번째다 

이번에 법원은 구속 사유와 구속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소명되는 범죄혐의의 내용, 일부 범죄혐의에 관한 피의자의 역할, 관여 정도 및 다툼의 여지, 수사 진행 경과 및 증거 수집 정도,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을 종합해 고려했다고 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승리의 죄가 구속할 만큼 중하지 않고, 승리의 관여 정도도 불분명하고, 승리가 수사에 잘 협조하고 있으며, 증거인멸과 도주의 염려도 없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이나 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당한 것은 검경의 수사에 무리한 측면이 있어보인다. 오로지 승리를 구속시키기 위해 탈탈털었지만 중대한 혐의에 대해선 명백히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승리를 향한 수사는 처음부터 이상했다. 이번 승리 영장 기각을 전하는 일부 기사들에도 그 이상한 면이 그대로 드러났다. 버닝썬 게이트의 정점인 승리가 검찰의 칼날을 피했다는 식으로 이 소식을 전한 것이다. 

버닝썬 사건과 승리를 동일시, 또는 승리를 버닝썬 사건의 대표 케이스로 보는 시각이다. 이런 프레임이 사건 초기부터 수사와 언론 보도에서 그대로 작동했다. 승리가 버닝썬 사건의 정점이고, 승리를 구속해야 버닝썬 사건이 종결된다는 프레임이다. 

그래서 경찰은 승리를 구속시키기 위해 탈탈털었고 매체들은 시시각각 버닝썬 사건 소식이라는 타이틀로 사실은 승리 수사 소식을 중계했다. 승리와 더불어 정준영 사건이 매체들로부터 버닝썬 사건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정준영 사건은 불벌촬영 및 성폭행 사건으로 버닝썬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었다. 승리 사건도 그렇게 탈탈 털어 검찰이 제시한 죄명을 보면 버닝썬 사건과 직접 관련성이 미약하다. 

이런 데도 수사기관과 온 언론이 승리와 정준영을 버닝썬 사건이라고 명명했던 해괴한 사태였다. 버닝썬 사건에 대한 국민의 공분은 대단했다. 당연히 주모자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 승리가 버닝썬 사건의 대표자로 찍혔으니 승리가 엄벌에 처해져야 버닝썬 사건이 해결된다. 이런 논리구조가 됐기 때문에 온 언론이 승리 구속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검경은 국민의 바람대로 탈탈 털었다. 

그 사이에 진짜 버닝썬 사건은 사라져버렸다. 버닝썬 사건은 연예인 일탈 사건이 아니다. 부유층이 공권력의 비호와 자본의 조직적인 뒷받침을 받으며 대대적으로 마약 범죄와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다. 말이 버닝썬 사건이지 버닝썬에서만 벌어진 것도 아니다. 버닝썬 자체가 처음부터 다른 강남 클럽을 모방해서 만들어졌을 정도이기 때문에, 비슷한 영업 행태가 강남 대형 클럽에 퍼져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버닝썬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선 버닝썬 관계자들부터 제대로 수사해야 하고, 더 나아가 다른 강남 대형 클럽들에도 수사를 확대해 조직범죄, 공권력 공모, 부유층 일탈의 뿌리를 캐내야 했다. 

하지만 언론과 수사기관이 승리, 정준영에 집중하는 사이에 클럽 범죄 문제는 사라져버렸다. 버닝썬 사건이라는 타이틀로 언론이 승리 기사를 내보내면서 진짜 클럽 범죄자들에게 흔적을 지울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결국 남은 건 연예인들 개인일탈에 대한 화제뿐이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킬 정도의 엄중한 사건이 이런 정도로 허망하게 흐지부지 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어떻게 버닝썬 사건이 승리 횡령, 도박, 성매매 사건으로 바꿔치기 됐는지 지금 돌이켜봐도 황당하다. ‘대국민 야바위’. 그랬던 일부 언론이 승리 영장이 기각된 지금까지 버닝썬 타이틀을 담아서 승리 소식을 전하는 것이다. 정작 주요 혐의 내용엔 버닝썬이 거의 등장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승리가 구속을 면한 것을 언론은 승리가 승리했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버닝썬 사건에서 정말 승리한 건 언론이다. 승리를 내세워 버닝썬 사건을 확실히 덮었다. 언론이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