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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양준일 인기가 식지 않는 이유

 

양준일이 최근 복귀 후 처음으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담을 나눴다. 그동안 양준일 어록이 몇 차례 화제가 됐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기 때문에 더 이상 나올 얘기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라디오 대담에서 양준일은 또 다른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사회자들이 과거엔 양준일이 타인의 눈을 보지 못했었는데 요즘은 왜 변화가 온 것이냐고 묻자 양준일은 이렇게 답했다 

과거 타인의 눈을 쳐다보지 못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아마도 내 자신을 바라보지 못해서 남을 바라보지 못했었던 것 같아요.” 

남의 눈을 바라보지 못한 이유로 대뜸 자기자신을 바라보지 못한 것을 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타인에 대한 질문에 그 즉시 자기자신의 이야기로 프레임을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건 말재주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속에서 그런 생각이 오랫동안 익은 사람만 할 수 있는 즉답이다.

 

양준일은 그러면서, “내 자신을 재평가하면서 내 안의 쓰레기들을 계속 버릴 정도로 내 자신이 괴로워서 나 자신을 바라보지 못했고 그래서 남도 바라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처절한 실패를 겪었고, 그에 대한 실망, 집착, 괴로움 등 쓰레기를 계속 버려야 할 정도로 자존감이 하락해서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지 못하자, 타인의 눈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 처지였다는 걸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 상황이 있고 내 안이 있는데, 내 안에 있는 그 소중함은 그 상황하고 분리가 되어 있다고, 그것을, 내 안에 있는 모습을 바라보기 시작하고”, 그래서 그 상대방에 있는, 상황이 아니고 피부가 아니고 그 안에 있는 속사람을 바라보고 싶게 됐어요. 그래서 눈을 바라보게 됐어요라고 설명했다.

 

자기가 객관적으로는 아무리 처절한 실패 상황에 처했어도, 그 상황과 자기자신 안에 있는 소중함은 별개로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존감이 자라나자 자기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열패감이 사라지면서, 타인에게도 그 사람 안에 그 사람만의 소중함이 있을 것이니까 그것을 눈을 통해 바라보게 됐다는 것이다. 

원래, 나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 남의 소중함도 아는 법이다. 나를 하찮게 여기고 열패감에 빠진 사람은 남도 제대로 존중하지 못한다. 실패와 냉대로 절망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소중함을 망각하기가 쉬운데 양준일은 그러지 않았다. 그것이 양준일을 당당하고 주변사람들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들었으며, 자신이 절망 속에서 튀어 오르며 얻은 깨달음을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에게 진솔하게 말해줄 수 있는 이로 만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양준일이 스스로 절망을 겪으며 깨닫고 체득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의 말에 힘이 실려서 울림이 커진다. 이번에 양준일은 입시실패 극복방법을 묻는 고3 청취자에게 우리가 상황을 조절할 수 없지만 상황에 반응은 할 수 있어요라며 주어진 상황에만 집착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반응해서 내 안의 소중함을 찾으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공에 대한 정의를 바꿔라’, “인생이 시험이 아니고 시험의 결과가 내가 아니에요. 내 자체의 가치감을 잃어버리지 말아요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은 방송에서 상담 좀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반적 논리여서 별 감흥이 없다. 나도 이런 말을 할 수는 있지만 뻔한 얘기이고 듣는 사람이 코웃음칠 것 같아서 평소에 잘 하지도 않는다. 당장 실의에 빠져 질문한 고3도 이런 답변을 들으면 맥이 빠질 것이다.

 

하지만 양준일이 말하니까 어록이 된다. 바로 서두에 설명한 것처럼 양준일이 스스로의 삶에서 절망을 이겨내고 체득한 고통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3한테 이런 조언을 할 때도 양준일은 떨어진 게 감사할 일이 될 수 있고 저도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흔들리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양준일 자신이 고통을 겪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가 이런 말을 할 때 힘이 실리는 것이다. 똑같은 말이어도 울림이 다르다. 이러다보니 벌써 끝났을 줄 알았던 어록 방출 사태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는다. 보통은 작년부터 올 초까지 뜨겁게 조명 받았기 때문에 이미지가 다 소비되면서 피로감이 몰려올 시점이다. 하지만 양준일은 자신의 고통에서 우러난 깨달음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연예인 말재주와는 달리 시한이 오래 이어지고, 새로운 말을 할 때마다 신선한 감동이 생기면서 인기가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다 댄스가수가 멘토에 등극하는 날이 정말 올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