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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성착취물 엄벌이 3년, 이래도 법 탓인가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170여 개나 만든 30대 남성 김 모씨가 징역 3년에 처해졌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사람은 2016년부터 한 10대 피해자에게 성착취 영상 88개를 만들도록 하는 등 총 4명의 10대를 강요해 성착취 영상 170여 개를 만들었다. 

김씨는 또, 미성년자를 상대로 두 차례 성매매를 하며 이 모습을 촬영했다. 아동 청소년 성착취 영상도 17962개를 소지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해 3SNS를 통해 알게 된 사람에게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 제작을 주문하기도 했다. 가학적인 내용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경찰은 주문 받은 사람이 n번방 운영자인 갓갓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사람은 김씨의 주문대로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을 2개 제작했다. 

심지어 동종범죄 전력까지 있었다. 2차례에 걸쳐 유사한 범죄를 저지른 전과가 있었다고 한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김씨의 엄벌을 요구하는 진술조서를 작성했다. 그렇게 해서 법원이 엄벌한 게 징역 3년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김씨가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했고, 장차 치료를 받아 왜곡된 성적 충동을 고치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며, 벌금형을 초과하는 처벌을 받은 적이 없고, 가족과 지인들이 선도를 다짐하며 탄원했다고 했다. 그런 점을 고려해 3년이다. 그리고 올 2월에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황당하다. 미성년자들을 성적으로 착취하고 평생 고통을 안기는 짓을 하고도 반성하고 지인들이 탄원하면 선처해주는 것인가? 2차례에 걸쳐 유사한 범죄를 저질렀는데, 벌금형을 초과한 적이 없다는 점도 의아하다. 그렇다면 과거에도 선처 받았다는 뜻 아닌가? 법원이 선처해주고, 나중에 또 잡히면 기존에 선처해준 것을 기준으로 또 선처해주는 것인가? 

김씨의 범죄는 현행법상 징역 26개월에서 최대 226개월까지 선고가 가능하다고 한다. 피해자 아버지가 엄벌까지 요구했음에도 하한선에 가까운 3년이 나온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 영상 관련 성범죄에 턱없이 낮은 형량이 나오는 문제에 대해 법의 한계라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김씨의 사례를 보면 법의 한계 이전에 법원의 의지도 없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법원이 이렇게 악질적인 범죄에도 선처를 해주니까 n번방 참가자들이 공권력을 비웃으며 아직까지 범행을 이어가는 것이다. 

또 다른 징역 3년 사례가 있다. 이 모씨가 SNS로 알게 된 A를 통해 10대 여성을 만났다. A는 이 여성을 노예라고 표현했다. 이 모씨는 이 미성년자를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이 장면을 촬영해 A가 있는 단체 채팅방으로 보냈다. 이 모씨도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 제작은 현행법으로도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거기에 더해 직접 성폭행까지 했는데도 징역 3년이라는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작년에 발표한 ‘2017년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추세와 동향분석 결과를 보면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 제작범 평균 형량이 2년이었다. 이런 실형이라도 받는 사람은 20.8%에 불과했고, 집행유예 비율이 39%, 벌금형 비율도 39%였다. 선고유예도 1.3%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솜방망이 처벌이다. 

웰컴투 비디오에 단 한 번 접속해 아동 영상을 한 번 다운받은 사용자는 미국에서 이름이 공개되고 징역 510개월에 처해졌다. 그런데 그 사이트를 운영한 한국인 손 모씨는 한국에서 이름도 공개되지 않고 징역 16개월을 받았다. 이달에 출소한다. 손 모씨뿐만 아니라 앞에서 언급한 김 모씨, 이 모씨, 모두 신상을 보호받았다.

 

와치맨(감시자)노예사육소라는 제목으로 불법촬영물을 유포하고 남의 IP카메라까지 해킹했다. 하지만 집행유예형에 처해졌다. 집행유예 기간에 n번방 범죄를 저지르다 적발됐는데 검찰은 단지 36개월 구형에 그쳤다. 여기에 범행인정, 반성 등이 겹치면 실제 선고형량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갓갓에게 n번방을 물려받은 켈리는 1심에서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했지만 징역 1년이 선고됐다. 켈리는 항소했는데 검찰은 항소하지 않아서 2심에서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상이 조주빈 사건 이전에 우리나라 사법체계가 보여준 모습이다. 공권력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누구보다 무개념이었다. 법만 고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검찰은 와치맨, 켈리 사건을 이제야 재조사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행된 선처, 그런 선처들을 보면서 환호하고 고무된 가해자들의 악행, 그 속에서 절망한 피해자들의 고통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