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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코로나19 사태, 한강의 기적이 완성되나

 

한국은 식민지에서 독립한 후발주자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룬 유일한 나라다. 한국의 이런 눈부신 성취를 세계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구에서 한국이라는 나라를 아는 대중이 최근까지도 드물었다. 한류 때문에 요즘 들어 인지도가 조금 올라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서구권에서 동아시아하면 중국과 일본 정도를 떠올렸다. 

미국 영상 콘텐츠에서 한국은 종종 낙후된 국가로 그려졌다. ‘어벤져스는 서울을 발전된 첨단도시로 그리겠다며 촬영했는데, 막상 완성된 영화에선 후미진 거리 이미지가 많이 표현돼 한국 관객들이 배신감을 느껴야 했다.

 

과거 감염병 사태를 그린 헐리웃 영화 아웃 브레이크에선 감염병의 전파자가 한국인 선원으로 설정됐다. 영웅적이며 지성적인 미국인들이 감염병 문제를 해결하려고 동분서주하는데 한국인 선원들은 동료의 시신을 옆방에 두고 태평하게 소주나 마시는 미개한 사람들로 나왔다.

컨테이젼에선 중국에서 감염병이 발생했는데 바로 옆 나라인 한국의 피해상황이 그려지지도 않는다. 그냥 아웃 오브 안중인 것이다. 한국을 건너뛰고 일본의 피해상황이 나온다. 동양은 바이러스 피해만 겪을 뿐 해결하진 못하는데 미국 전문가들이 사태를 끝낸다. 동양인은 해결능력이 없다는 시각이고 그나마 한국에 대해선 그냥 무시하는 태도다.

 

한국의 적극적인 방역에도 사태 초기에 유럽에선 비웃는 듯한 시각이 있었다. 민주주의를 모르는 통제국가이기 때문에 방역을 빌미로 시민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국을 아래로 내려다보며 자유를 향유하던 서구인들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한국의 인권 침해를 비웃던 자신들이 오히려 전 국민 외출금지 또는 이동금지, 지역 봉쇄, 국경 폐쇄 등 황당한 통제 정책을 펴고도 감염병을 통제하지 못하는 데에 반해, 한국은 외출,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그 어느 지역도 봉쇄하지 않고 심지어 해외 출입국까지 일정 부분 허용하면서도 감염병을 통제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서구권을 비롯한 세계의 언론이 연일 낯 뜨거울 정도로까지 한국 찬사를 내놓고 있다. 한국이 잘 하는 정부 대처의 기준이 돼서, 세계 언론이 한국과 자기 나라의 대처를 비교하며 자국 정책을 비판한다. 

한국이 이렇게 서구권의 찬사를 받은 적이 없고, 그들의 선망의 대상이 돼본 적도 없다. 서구 매체들이 요즘처럼 한국, 한국노래를 부른 적도 없다. 이스라엘 전략연구소인 '베긴-사다트 전략연구센터'(BESA)는 한국을 코로나19 대응에서 소프트파워를 보여준 모범국가로 극찬했다.

 

독일의 슈피겔은 "(첫 환자 발생 후) 미국이 귀중한 몇 주를 낭비하는 동안 한국은 빠르게 대응했다"며 한국의 기민함을 지적하는가 하면, 한국 대응의 투명성이 돋보인다는 지적 등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영국 BBC는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이 다른 나라의 '롤모델'이라고 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중국의 강압적 방식이 아닌 민주주의 국가 한국의 대처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스페인 최대 일간지 엘 파이스는 정부와 지도자의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한국은 실제로 투명하고, 명확하고, 적절하게 이 위기에 대응한 국가라고 했다. 엘 파이스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아이콘(ICON) 4월호는 '문화강국은 이렇게 만들어진다'는 제목으로 한국특집을 마련했다. 빌 게이츠도 연일 "한국이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이 국제 감염병 사태 대응을 주도하는 초현실적인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아시아를 무시하고, 그 와중에 중국이나 일본보다 한국을 더 무시했던 분위기에서 상전벽해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단순히 기술력만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투명성, 시민의식 등 사회의 선진성까지 함께 인정하는 것이어서 더 놀랍다.

 

한국 국격의 탈바꿈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했다는 한강의 기적이 이제 비로소 완성돼가는 느낌이다. 한국의 위상이 선진국의 일원으로 확실히 올라가는 것이다. 반면에 중국은 못 믿을 나라 이미지가 더 강화됐고, 일본의 신뢰성도 실추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한국이 더 도드라진다. 

경제학자 탈레스 테이셰이라는 이번 사태로 한국은 열린 민주주의 국가로 뚜렷하게 인식됐다. 투명하고 안전하며 건강한 곳이란 이미지를 갖게 됐다라고 말했다. 더 이상 아웃 브레이크에 나오는 미개한 나라가 아니다. 이런 변화는 우리 국민의 자존감 고양으로 이어질 것이고, 또 한편으론 한국산 상품의 선호도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한국의 소프트파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세계가 자국 중심주의로 흘러가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겐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치밀하게 대비해야겠지만, 그 문제와 별개로 한국의 위상은 이제 2020년 이전과는 차원이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