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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메르스와 코로나19 대처, 다른 나라인가

 

허핑턴포스트는 미국과 한국의 감염병 대처를 비교했다. 미국은 에볼라 환자가 나왔을 때 환자의 동선과 병원을 상세히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로 확산을 막았다. 반면에 한국 정부는 의미 없는 비밀주의로 감염병을 확산시켜 국제사회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백신과 치료법이 없는 이 병에 대한 (한국) 당국의 대응이 너무 느리다고 비판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 미국에서 나온 보도 내용이다. 서구 언론이 앞다투어 한국 찬양에 열을 올리는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마치 다른 나라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같은 한국 맞나? 

뉴욕타임스는 당시 한국에 공포감이 번지고 있으며, 박근혜 정부는 질병과 관련된 정보를 대중에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을 위험에 처하게 했고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른 일자 기사에선 한국 정부의 응급 상황에 대한 대응 미숙이 세월호 이후 생겨난 한국 국민들 사이의 공포감뿐만 아니라 정부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조성하고 있다고도 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는 한국과 정보 공유 약정이 있는데도 (한국이) 어떤 병원인지 알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의 불투명한 태도 때문에 자국이 위협 받는다는 얘기다 

홍콩 위생방호센터는 한국을 다녀온 여행객들에 대한 검진 및 방역 체계를 대폭 강화하기로 결정한 것은 한국 정부가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 명단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니 누가 위험한지를 구분할 수가 없고, 그래서 한국이 국제적 위협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한국 당국, 메르스 사태 더 악화시켜'라는 기사를 실었다. 홍콩대학 미생물학자 호 팍릉은 한국 정부가 메르스 사태를 다루는 방식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중동에서 발원한 메르스는 중동 이외의 지역에선 한국에서만 창궐했다. 심지어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메르스 발병국이었다. 중동 밖의 모든 나라가 잘 막은 병을 한국만 못 막은 것이다. 그러니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땠을까?

당시 외신들은 한국 정부의 늑장대처와 불투명성을 비난했다. 지금은 반대다.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첫 확진자가 나왔는데 미국은 늑장대응한 반면 한국은 기민하게 대처했다고 슈피겔이 지적했다. 한국은 확진자가 나오기 전부터 정부가 검진키트 개발을 주도해 전 세계의 구원자가 됐다. 

한국 정부의 투명성도 입을 모아 찬양한다. 슈피겔, 타임, 엘 파이스(스페인 최대 일간지) 등 유수의 외신들이 한국의 투명성을 지적했다. 감염자를 공격적으로 찾아내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면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으로 불리해지는 상황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보통 방치나 은폐를 택한다. 미국, 일본, 이탈리아 등의 위정자들이 그랬다. 반면에 문재인 정부는 선거 직전에 지지율 하락이 눈에 보이는데도 감염자를 모두 찾아내 공개했다. 당연히 지지율이 폭락했다. 하지만 세계의 신뢰를 얻었다.

 

그래서 중국의 데이터는 못 믿어도 한국 데이터는 믿는다고 한다. 일본 아베 정권의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못 믿을 분위기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홍보 영상은 CNN이 중계 도중에 끊어버렸다. ‘헛소리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 수준으로 국격이 상승했다. 외신이 한국더러 아시아 민주주의의 등불이라고 추켜세우는 지경까지 갔다. BBC가 한국을 롤모델이라고 했다. 과학지 사이언스는 한국이 희망의 징후이자 본받아야 할 모델이라고 했다. 한국에 소프트파워가 생겼다.

 

코로나19 창궐을 당하고도 지역봉쇄, 국경폐쇄, 외출금지 없이 감염병을 통제한 인구 4000만 넘는 중급 이상의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프랑스 TV는 기적이라고 했다. 초기 대응을 잘 했기 때문이다. 외국처럼 초기에 방치 은폐했으면 나중엔 속수무책이었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침착한 시민의식을 보이는 것도 정부 대처가 신뢰를 줬기 때문이다. 

이런 문재인 정부의 대응을 미래통합당은 연일 공격하며 심판하겠다고 했다. 그들은 박근혜 정부의 메르스 대응을 옹호한 세력이다. 보다 못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개하자 박 시장을 공격했던 세력이다. 발원지 제외하고 세계에서 유일한 메르스 창궐로 엄청난 나라망신을 초래했다. 그랬던 세력이, 외신이 입을 모아 칭송하며 한국의 국격을 높인 문재인 정부 대응을 비난하고 자신들이 심판하겠다고 나섰다. 코미디다. 총선참패엔 이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