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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부부의 세계, 이래서 김희애 김희애 하는구나

 

부부의 세계는 막장드라마로 대표되는 불륜극의 구조에 심리스릴러 장르극을 덧붙여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거부감 없이 불륜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그 결과 28.3%라는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이 가능했던 것이다. 

연기자 김희애의 존재가 여기에 결정적으로 공헌했다. 심리스릴러라고 할 정도로 인물의 심리묘사가 중요한 설정이었기 때문에 주인공이 중심을 잡지 못했으면 극의 완성도가 크게 떨어졌을 것이다. 복합적이면서 풍부하고 섬세한 김희애의 연기가 극을 살렸다. 

원작을 방영한 BBC의 프로듀서도 김희애의 연기를 극찬했을 정도다. 이 작품의 성공은 김희애 캐스팅에 있는 것 같다. 탁월한 연기로 자신의 세계가 거짓이라는 것을 서서히 깨닫는 한 여성의 모습을 아주 세심하게 그려내며, 최고 반전의 엔딩까지 이끌어갔다. 특히 냉담함과 따뜻함의 균형을 잡는 연기력이 압권이었다"라고 말이다.

 

최근 두 달여간 부부의 세계가 드라마 화제성 지수 1위였고,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지수에선 김희애가 부동의 1위였다. 나이를 먹으면 극의 배경으로 물러서는 분위기이지만 김희애는 여전히 중심에 서있다. 

김희애는 원래부터 톱스타였지만 2007년에 이미지를 바꿔 더욱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바로 2007년작 내 남자의 여자에서 연기변신을 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여주인공은 보통 남편을 상간녀에게 뺏기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김희애는 조강지처가 아닌 상간녀 역할이었다.

착하고 여린 여주인공을 주로 맡던 김희애가 상간녀로 등장했을 때 당연히 크게 파장이 일었다. 섹시한 원피스와 뽀글머리 파마로 외모까지 기존의 청순가련형에서 탈피했다. 과거 같았으면 시청자로부터 지탄 받을 역할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팜므파탈로 변신한 김희애에게 찬사가 쏟아졌다.

 

21세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대중이 욕망을 긍정하기 시작했다. 중년도 사랑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40대에 접어든 김희애가 팜므파탈로 등장하자 신드롬적 호응이 나타났다. 

이 시기에 나타난 현상이 꽃중년 현상이다. 중년이라고 뒷방으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트렌드의 전면에 있었다. 이때 김희애가 연기변신으로 이미지를 리부트해 존재감을 키운 것이다. 현실에선 뜨거운 로맨스를 경험하기 힘든 주부들이 김희애를 통해 대리만족하면서 김희애가 주부들의 롤모델로 자리매김했다. 

내 남자의 여자에서 김희애의 불륜연기가 얼마나 실감났던지 김희애 부부 파경설이 퍼졌었다. 그해 SBS 연기대상은 김희애의 몫이었다. 김희애가 연기자로서 더욱 확고하게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2012JTBC ‘아내의 자격에서 김희애의 불륜 연기가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그리고 2014년에 JTBC ‘밀회가 터졌다. ‘특급칭찬이야라는 유행어와 함께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의 파장이었다. 김희애는 치정멜로 퀸에 올랐다. tvN '명단공개2015년에 작품 속 희대의 불륜 캐릭터와 불륜 배우로 거듭난 스타들순위에서 김희애를 1위로 꼽았을 정도다. 

김희애 출연작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올린 불륜극들이 있지만 김희애가 특히 주목 받는 것은 김희애만의 고급스러운 이미지 때문이다. 김희애는 이지적인 느낌을 준다. 섹시한 느낌의 배우는 많아도 지적인 느낌의 배우는 많지 않다. 김희애가 그런 드문 사례이기 때문에 그녀가 등장하면 작품이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막장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김희애가 화려한 미인형이 아니어서 주부들의 동일시도 수월하다. 거기다가 완벽한 자기관리로 중년의 나이에도 치정 설정을 소화할 정도로 매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주부 시청자들의 관심이 크고 이것이 시청률로 이어진다. 

여기에 연기력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부부의 세계에서 여주인공이 평면적으로 분노하기만 했다면 막장드라마처럼 됐을 것이다. 복수의 칼날을 갈면서도 어느 순간 연민과 공허에 휩싸이고, 우아한 기품을 잃지 않으면서도 때론 위태로울 정도의 분노에 휩싸이는 인물을 표현해 심리 스릴러의 힘을 만들어냈다. 바로 그래서 김희애의 존재가 부부의 세계성공의 중심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