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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윤여정, ‘미나리’팀의 아카데미상 꿈이 아니다

 

오는 315일에 발표되는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명단에 윤여정이 포함될 수 있을까?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다면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오르는 최초의 한국 배우가 된다. 더 나아가 수상까지 할 수 있을까? ‘기생충의 송강호에게도 아카데미는 문을 열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이번엔? 

상은 잘 했다는 걸로만 주는 것이 아니다. 물론 잘한 건 기본적으로 충족시켜야 할 조건인데, 그런 작품/사람이 많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잘한 사람, 잘 만든 작품들 중에서 구도와 운이 맞아떨어지는 쪽에 상이 가게 된다. 

윤여정이 출연한 작품 미나리'는 일단 완성도라는 기본 조건은 충족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의 한국 배급사에 따르면 미나리115일 기준으로 덴버 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 등 총 31개의 상을 받았다. 정이삭 감독은 샌프란시스코 비평가협회 각본상 등 4관왕을 달성했다. 현재 아카데미상의 전초전라고 불리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에 출품돼 23일에 있을 후보 발표를 기다리는 중이다. 골든 글로브 규정에 의해 미나리가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부문으로 분류된 것이 문제라는 논란이 미국에서 터졌을 정도로 현지 평단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윤여정은 LA, 보스턴, 노스캐롤라이나, 오클라호마, 콜럼버스, 그레이터 웨스턴 뉴욕, 샌디에이고, 뮤직시티, 샌프란시스코, 세인트루이스, 디스커싱필름 비평가협회와 미국 여성 영화기자협회, 선셋 필름 서클 어워즈 등에서 여우조연상 13관왕에 올랐다. 

이 정도면 작품의 질은 확인됐다고 할 수 있다. ‘미나리라는 영화가 주목받는 가운데 윤여정이 가장 크게 인정받는 상황이다. 이제 남은 것은 운과 구도다. ‘미나리’, 정이삭 감독, 윤여정에게 2021년 아카데미상을 받을 운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이건 인간이 논할 수 없는 영역이니, 글자 그대로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구도에 대해서는 논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일관되게 나타나는 경향은 다양성 확대, 소수자 포용이다. 그동안 백인 남성들이 주도했던 미국 대중문화계 시상식들이 변하고 있다. 그 가운데 크게 주목 받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대중음악계에선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영화계에선 봉준호 감독이 뜨면서 한국은 한 아이콘이 되었다. 

이런 트렌드 속에서 한국 같은 아시아계를 조명하면 해당 시상식이 진보적이라는 찬사를 받게 된다. ‘기생충에 주요상을 몰아준 후 아카데미상에 찬사가 쏟아진 것이 바로 그런 예다. 반면에 이번에 미나리를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부문으로 분류한 골든 글로브는 비판 받았다. 이럴 때 아카데미가 더욱 동양계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그들의 위상이 제고될 것이다. 


기생충에 아카데미가 주요상을 몰아주면서도 연기상에서 배제한 것이 입길에 올랐었는데 이번에 연기상 시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미 미국에서 여우조연상 13관왕에 오른 윤여정이 1차적인 대상이 될 것이다. 

아카데미상은 회원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유세활동을 전개해 지지세를 확보해야 한다. ‘미나리의 제작사는 브래드 피트의 플랜B’이고 북미 배급사는 ‘A24’인데, 둘 다 아카데미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수상까지 이끌어낸 경력이 있다. 이것도 유리한 구도의 일부분이다. 

이렇게 본다면 윤여정의 아카데미 후보 지명과 수상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된다. 물론 운의 영역이 미지수이기 때문에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지만, 작품의 평가와 구도는 긍정적인 상황이다. 

윤여정 뿐만 아니라 작품 자체, 정이삭 감독, 주연인 한예리 등도 모두 주목 받고 있다. 일부 미국 매체는 한예리를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 예상하기도 했다. 운에 따라서는 상당히 폭 넓은 성과까지도 기대되는 것이다. ‘미나리는 미국회사가 제작한 미국영화지만 한인들이 참여해 한국계의 이야기를 표현한 것이어서 한국과 밀접할 수밖에 없다. 윤여정 등 미나리팀의 아카데미 선전을 기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