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이 입영 연기 기한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불법적으로 활동을 이어나갔다는 의혹이 정리가 됐다. 이것을 보도한 매체에서 정정보도를 낸 것이다.
해당 매체는 ‘가수 김호중 씨가 전 매니저 등과의 전속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아니한 채 독자행동에 나섰고, 입영기간 연기 기한이 만료되었음에도 불법적으로 군 입대를 연기 하였으며, 수천만 원에 이르는 불법 스포츠 토토를 하였다는 의혹에 대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라며 ‘그러나, 김호중 씨의 입영 연기 기한이 지났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 잡습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김호중 씨 측에서는 "현재 소속사인 ㈜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 이외에 다른 유효한 전속계약 관계는 존재하지 않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병역 특혜를 받은 적이 없으며, 수천만 원에 이르는 불법 스포츠 토토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알려 와 이를 전해 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병역 문제는 한국에서 가장 예민한 사안 중 하나다. 특히 연예인 병역 문제는 유승준 사건 이래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대표적 이슈였다. 그런 중대사안에 김호중이 연루되자 여론이 빠르게 악화했다. 그후 김호중 관련 폭로들이 이어졌는데 병역 사건이 가장 중대한 문제였다.
그런데 오보라니 허탈하다. 잘못된 보도에 그동안 우리 사회가 놀아났단 말인가? 김호중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몇 개월이었다. 생애 처음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군입대 전까지 몇 개월 활동할 수 있었는데, 그 몇 개월을 잘못된 보도가 지옥으로 만들어버렸다.
이것이 허탈한 이유는 어처구니가 없기 때문이다. 입영 연기 기한 정도는 기초적인 사실관계 아닌가? 애초에 보도할 때 이런 기본적 사실확인조차 없었단 말인가? 언론이 어떤 문제를 제기할 땐 기본적 사실확인 정도는 다 했을 거라고 사람들은 믿었다. 그래서 언론의 영향력이 큰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정보도대로라면 그런 사실확인 없이 초기 보도가 이루어졌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그 정도 보도로 몇 개월 논란이 이어졌단 말인가?
다른 언론들도 문제다. 최초 보도 이후 수많은 언론이 유사한 보도를 내면서 사건이 확대재생산 됐는데, 이제 와서 보니 다른 매체들도 사실확인 없이 그저 받아쓰기만 했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병역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가장 예민한 이슈다. 연예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초민감 사안이다. 사람 하나를 매장시킬 수도 있는 일이면 더욱 보도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거꾸로 그런 예민한 사안이기 때문이 그 폭발력만 노리고 무책임하게 기사를 냈다는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김호중의 소속사 측에선 해당 언론사와 합의하며 소송을 취하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해당 언론사로부터 사과를 받지는 않았다고 했다. 잘못된 병역연기 관련 보도로 사람을 만신창이로 만들어놓고 사과를 안 한다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김호중의 다른 의혹들은 재판 결과가 나오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의혹들이 사실로 확인되면 김호중 측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아니라 병역연기 의혹처럼 허탈하게 결론이 나면 언론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사람의 인생이 좌우되는 사안이다. 이렇게 중대한 일일수록 언론이 신중한 모습을 보여야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중대하니까 일단 터뜨려서 기사를 팔고 나중엔 ‘아님말고’식 태도를 보인다면 언론신뢰는 요원하다. 의혹은 포털에 도배가 되면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지만, 사실정정은 작은 정정보도 한 문단으로 끝난다면 결국 사람들 머리 속엔 해당 연예인에 대한 부정적 인상만 남을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언론이 더욱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언론은 그런 신중함 없이 앞다퉈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자 사람들은 기사의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부정적인 보도가 쏟아진다는 그 이유만으로 김호중에게 염증을 느끼게 됐다. 뭔가 문제가 있으니까 보도가 나올 것이란 억측도 많았다.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제라도 확인 되지 않은 의혹엔 판단을 유보하는 문화를 확립해야 한다. 김호중 관련 의혹들은 재판 결과를 지켜보고, 언론은 신중하게 객관적 사실확인을 거쳐 보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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