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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고영욱 SNS 계정 폐쇄가 울린 경종

 

룰라의 전 멤버 고영욱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폐쇄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고영욱이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이 소식을 전했다. "인스타가 폐쇄가 됐네요. 댓글을 차단한 게 아니었고 제가 팔로우한 사람만 댓글 지정으로 설정을 했었고 팔로우를 점차 하려고 했었는데 쪽지가 많이 와서 답장부터 하던 차에 막히게 되었고 그 후 인스타에 들어갈 수가 없던 상황이 됐었습니다. 잠시나마 관심 가져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고영욱은 지난 14일 트위터에 "이렇게 다시 인사를 드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네요. 이젠 조심스레 세상과 소통하며 살고자 합니다 ... 늘 성찰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며 살겠습니다"라며 인스타그램 주소를 남겼다. 

이것이 고영욱의 활동재개 신호로 받아들여져 논란이 시작됐다. 그후 고영욱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사라져, 논란에 부담을 느낀 그가 스스로 폐쇄한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 고영욱이 직접 올린 글을 보면 폐쇄한것이 아니라 폐쇄당한것으로 보인다.

 

고영욱은 20107월부터 201212월까지 자신의 오피스텔과 승용차 등에서 미성년자 3명을 총 5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거나 강제추행한 혐의(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 201312월 징역 26개월에 전자발찌 부착 3, 정보공개 5년을 선고받았다 

2015710일에 만기 출소했다. 그리고 전자발찌 부착 연예인 1호가 됐다. 이런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SNS를 통해 활동재개를 시사한 것처럼 보이자 논란이 일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SNS활동을 막을 방법도, 명분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방송이라면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에 대해 출연정지 처분을 할 수 있지만 개인적인 SNS 활동은 자유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미 처벌을 받았기 때문에 추가로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이중처벌의 문제도 있었다. 

그래서 SNS 활동을 두고 볼 수밖에 없는 것 같았는데 미국계 회사인 인스타그램의 판단은 달랐다. 인스타그램은 성범죄자 계정에 대해 신고를 받는다. ‘유죄 판결을 받은 성범죄자는 인스타그램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유죄 판결을 받은 성범죄자의 것으로 보이는 계정을 발견하면 신고해 주세요라고 공지되어있다. 고영욱의 계정도 이 항목에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적 인권 개념은 서양에서 들어왔다. 우린 어떤 점에선 인권원칙을 그대로 지켜야만 한다고 생각해서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한다. 특히 범죄자에 대한 처우를 정할 때 항상 인권원칙을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정작 서양에선 반인륜적 범죄자에 대해 훨씬 강력한 처벌을 가한다.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운영자도 한국에선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지만 미국이라면 엄청난 중형을 받았을 것이다. 이번 고형욱 계정 사태는 범죄경력자에 대한 SNS 활동 규제도 서양이 더 강력하다는 걸 말해준다. 

우리 같았으면 이중처벌 등의 논란이 일어났을 텐데 서양에선 인스타그램이 성범죄자 계정 불가 원칙으로 운영해도 아무런 논란이 없었다. 우리가 인권원칙에 얽매여 머뭇머뭇하는 사이에 현대적 인권 개념의 고향인 서양은 과감하게 조치를 취한 것이다. 

물론 우리가 모든 면에서 서양보다 인권의식이 발달한 건 아니다. 우리 사회 인권수준은 더 개선돼야 한다. 그것과 별개로 최소한 중범죄자에 대한 처분만큼은 우리가 지나치게 관대한 건 아닐까. 범죄자 인권 챙기다 피해자가 상처 받는 일이 다반사다. 이번 인스타그램의 단호한 폐쇄 조치는 우리 사회 범죄자 처우 문제에 생각할 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