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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놀면 뭐하니 환불 뮤비, 유산슬 뮤비와 비교된 이유

 

 

지난 주말 MBC ‘놀면 뭐하니에서 환불원정대가 뮤직비디오 촬영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제작자인 지미유(유재석)가 뮤직비디오 감독을 만나 협상하는 모습부터 진행됐다. 지미유는 감독에게 500만 원에 맞출 수 있느냐고 물었다. 감독이 말도 안 된다고 하자, 지미유는 과거 박명수 뮤직비디오를 1000만 원에서 1500만 뭔 정도에 제작했던 전례가 있으니 1000만 원에 맞추자고 해 결국 관철시켰다. 

이것이 유산슬 뮤직비디오와 비교된 이유는 작품의 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산슬 시절에도 합정역 5번 출구뮤직비디오를 찍었는데 당시 제작비는 250만 원이었다. 그때도 저예산이고 지금도 저예산이니 일관된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지가 않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급이 다르다. 

합정역 5번 출구뮤직비디오 제작팀은 원래 그런 방식으로 만들던 스태프였다. 저렴한 제작비 수준도 제작팀 쪽에서 먼저 제시했다. 적은 액수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영상물을 뽑아내는 시스템인 셈이다. 전형적인 B급 영상물 생산 시스템이다.

 

반면에 환불원정대 뮤직비디오 감독은 서태지 뮤직비디오를 작업했던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이쪽 시스템은 훨씬 고액의 예산으로 움직이는 체제다. 영상물도 한 순간에 뚝딱하고 만드는 식의 B급 결과물이 아니었다. 화면의 때깔이 인기가수 정식 뮤직비디오급이었다 

그러면 당연히 그에 합당한 대가가 지불되어야 한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측은 무조건 깎아달라고만 했고 결국 그 제안을 수용한 감독 측은 지인찬스를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주요 스태프들을 모두 지인으로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 얘기는 일반적인 작업에 비해 인건비 지급을 적게 하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그래서 유산슬 뮤직비디오와 비교됐던 것이다. 유산슬 때는 원래 그렇게 제작하는 팀에게 찾아가 그 팀의 시스템이 놀면 뭐하니가 맞췄다. 반면에 이번엔 고예산 영상 제작하는 감독에게 찾아가, ‘놀면 뭐하니예산에 맞추라고 요구했다.

 

이것은 유명 프로그램으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다. 사람에게 일을 시킬 때는 합당한 액수를 지불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중문화계는 과거 제작 스태프들에게 돈을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과중한 노동을 강요하는 것으로 악명 높았다. 그럴수록 유명 프로그램이 앞장서서 인건비를 정당하게 지급하는 모습을 보여 업계 문화를 바꿔가야 한다. 

저예산으로 만들고 싶으면 그렇게 작업하는 팀을 찾아가면 된다. 굳이 고예산으로 작업하는 사람을 찾아가 지인찬스까지 쓰게 만든 건 바람직하지 않았다. ‘놀면 뭐하니’, 김태호 PD, 유재석 정도 되면 업계에서 권력이다. 이들이 협조를 요구하는데 거부할 업계 인사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게 권력이 있을수록 좀 더 조심하고 남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설사 상대방이 먼저 염가봉사를 해주겠다고 나서도 프로그램 측에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판에, 유재석이 카메라 들이대고 염가노동을 요구한 건 문제가 있었다. 

JTBC ‘전체관람가때도 나왔던 문제다. 3000만 원 예산 지급으로 단편영화를 만든다는 설정이었는데 일반 상업영화 감독들을 섭외해서 알아서 만들라고 했다. 그러자 상업영화 감독들은 A급 영상을 만들기 위해 3000만 원 바깥의 영역을 알아서 채우기 시작했다. ‘지인찬스와 과중한 노동이었다. 결국 스태프를 갈아 넣은것이다. 

물론 놀면 뭐하니는 그런 수준까진 아니었고 MBC 지원이 있었다고 해도어쨌든 감독이 지인찬스를 쓰도록 몰아붙인 건 정당한 인건비 지급을 회피한 구도였다. 그 과정이 재미있는 협상정도로 무신경하게 포장된 것도 문제다. 유명 프로그램이 솔선수범해서, 대가를 합당하게 지불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