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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놀면, 유재석이 보여준 소품 사용법

 

MBC '놀면 뭐하니는 올해 가장 사랑 받은 예능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TV프로그램 지난 달 순위에서도 TV조선 사랑의 콜센터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유재석이 다양한 부캐로 등장하는 대형프로젝트가 그 인기를 견인했는데, 바로 싹쓰리환불원정대특집이다. 이 특집들은 특급스타들의 대거 등장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모았다. 

지난 주말 놀면 뭐하니‘H&H(하트&하트) 주식회사의 마음배송 서비스를 내세웠다. 유재석이 유팡 대표가 되어 의뢰인들의 이야기를 대신 전달해준다는 내용이다. 대형스타들이 화려한 무대를 꾸몄던 지난 특집들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소박한 소품이었다. 하지만 그 감동과 재미는 대형프로젝트보다 못하지 않았다. 

H&H주식회사의 의뢰인들은 바로 일반인이다. 이전의 대형프로젝트들이 스타를 내세웠다면 이번엔 일반인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들이 지인에게 평소에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유팡 대표를 통해 전한다는 설정이다.

 

코로나19 상황에 딱 맞는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고립과 단절을 강요했다. 비록 프로그램 속에서 마음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아직까지는 가족만 나와서 코로나19로 단절된 이들은 아니었지만, 시청자는 사회적 고립감 속에서 프로그램을 본다. 사람의 온기와 소통이 결핍된 상황에서 프로그램 속의 따뜻한 분위기가 시청자의 고립감을 치유해줬다. 

프로그램 속에선 예를 들어, 육아휴직 후 복직하는 딸의 아이를 봐주기 위해 본인이 퇴사를 결심한 어머니의 이야기가 조명됐다. 복직하는 딸이 어머니에게 유팡을 통해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한 것이다. 어머니를 찾아간 유팡이 식사대접과 함께 딸의 메시지를 전하는 장면에선 유재석도, 시청자도 모두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런 식으로 일반인들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는 것인데 유재석은 그전부터 이런 소통에 비상한 능력을 발휘해왔다. MBC ‘무한도전당시에도 유재석과 일반인의 만남이 많은 화제를 낳았고,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도 유재석의 소통과 공감 능력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놀면 뭐하니‘H&H(하트&하트) 주식회사의 마음배송편은 바로 그런 유재석의 소통 공감 능력을 극대화한 것이었다. 방송 카메라 앞에서 위축되던 과거의 일반인들과 달리 요즘 일반인들은 카메라 앞에서도 할 말을 다 한다. 국민MC 유재석을 만나고 놀라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의외성, 돌발성을 유재석이 노련한 토크로 이끌면서 시청자가 공감할 사연을 끌어낸다. 그래서 유재석이 일반인과 만날 때 좋은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이번에도 유재석과 일반인 소통의 불패신화가 이어질 듯하다. ‘H&H(하트&하트) 주식회사의 마음배송’ 1편에선 유팡 혼자 배송했지만, 마지막에 김종민과 데프콘이 가세해 더욱 풍성한 재미를 예고했다.

 

어느새 MBC 간판 예능으로 떠오른 놀면 뭐하니의 절묘한 완급조절이다. 두 번의 대형프로젝트로 이슈의 중심에 섰다가, 한 순간에 소품으로 전환했다. 핫한 스타들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섭외할 수 있을 텐데 일반인과의 소박한 만남을 선택했다. 스타들만 계속 이어지는 것보다 이렇게 일반인 소품으로 전환한 것이 더욱 시청자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마침 연말이라는 시점과도 맞물려 인간적 온기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끼게 했다. 

이런 소품 전환을 통해 놀면 뭐하니는 대형프로젝트와는 또다른 차원의 재미와 감동을 시청자에게 전해주며, 시청자들을 정서적으로 더욱 이 프로그램에 밀착시킨다. 이렇게 숨을 고른 후에 다시 대형프로젝트가 시작되면 그 폭발력이 더 커질 것이다. 재미와 감동을 전해주면서, 편성의 완급조절까지 해내는 놀면 뭐하니의 소품 사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