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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임영웅, 영탁 없어서 지상파 망신살

 

지상파 방송사의 연말 가요계 결산 프로그램은 그동안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신뢰성, 공정성을 의심받았기 때문이다. , 가요계 결산이라면서 일반 국민이 잘 알지 못하는 노래로 도배되다시피 하는 아이돌 일변도 구성도 문제였다.

 

그러한 논란이 올해 극에 달한 느낌이다. 임영웅, 영탁 등 미스터트롯출신 스타들 일명 트롯맨들이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SBS ‘가요대전은 제목이 아이돌대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아이돌 일색으로 출연진을 꾸렸다. KBS '가요대축제는 트로트 열풍을 반영하긴 했지만 출연자가 김연자, 설운도였다. MBC '가요대제전은 임영웅을 간판 출연자로 내세워 그나마 공신력을 확보했지만 다른 트롯맨들은 출연자 명단에 없었다.

 

올해 한국에서 트로트 열풍은 대중문화계 최대 이슈 중 하나였다. 가요계로 영역을 좁히면 트로트 이슈의 비중이 더 커진다. 그 트로트 열풍을 이끈 것이 트롯맨들이었고 그 중심에 임영웅이 있었다. 이런 임영웅을 빼고 가요계 결산을 하니 코미디가 된 것이다.

 

임영웅은 올해 네이버 검색어 순위 인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인물 부문은 가요계, 더 나아가 대중문화계, 더 나아가 모든 유명인을 총망라한다. 대통령부터 손흥민, 류현진까지 다 포괄하는 부문에서 1위 임영웅, 2위 방탄소년단, 3위 김호중, 4위 박원순, 5위 김정은이란 결과가 나왔다. 임영웅이 올해 한국인의 최대 관심 인물이었다는 이야기다.

 

세계적으로 보면 당연히 방탄소년단이 최고의 스타였지만 국내에선 다양한 연령대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은 임영웅의 위상을 무시할 수 없었다. 한국갤럽이 올해 세 차례에 걸쳐 국민을 상대로 조사한 '올해를 빛낸 가수' 순위에서 30대 이하는 방탄소년단, 40대 이상은 임영웅을 각각 1위로 꼽았다. 이것만 보면 국내 가요계 2대 스타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모든 연령대를 통합해서 산정하면 임영웅이 전체 1위일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조사에서 영탁은 40대 이상 국민이 2위로 꼽았다. 만약 모든 연령대를 통합한다면 영탁이 방탄소년단과 2위 자리를 놓고 다툴 것으로 추정된다. 2위 또는 3위인 셈이다. 다른 트롯맨들도 연령대 통합 순위 상위권에 포진할 것으로 추정된다. , 40대 이상이 꼽은 올해의 가요 1위는 영탁의 막걸리 한잔이었다. 이런 사람들을 뺀 가요결산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MBC ‘가요대제전이 임영웅을 출연시키며 망신을 최소화했지만, 다른 트롯맨들이 없는 대신 현재 진행 중인 MBC 오디션 트로트의 민족4강 도전자들을 그대로 출연시켜 빈축을 샀다. ‘트로트의 민족출연자들은 내년엔 활약할지 몰라도 올해의 스타는 트롯맨이었다. 트롯맨을 빼고 자사 프로그램 출연자를 내세우는 건 자사중심주의의 문제를 그대로 보여줬다. KBS '가요대축제에 출연한 김연자와 설운도는 KBS 오디션 트롯 전국체전출연자여서 여기서도 자사 중심주의가 드러났다.

 

이 와중에 두고두고 회자될 황당한 구도가 만들어졌는데 바로 MBC 연기대상에 영탁이 출연한다는 점이다. 올해 최고의 가수 중 한 명이 가요결산 프로그램에 모두 빠지고 연기대상에만 서는 모습은 그야말로 황당함의 극치다.

 

프로그램 제목에 가요를 내세우고 연말 결산을 하면서 정작 다수 국민이 사랑한 가수를 홀대하는 이 광경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 걸까? 임영웅을 선택한 MBC ‘가요대제전이 박수를 받았을 뿐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들은 국민선호도를 무시하는 자사중심주의의 민낯을 보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