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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일본과 IOC의 어처구니없는 태도

 

일본의 행태가 또 공분을 초래하고 있다. 이번엔 올림픽을 활용한 적반하장 독도 도발이다.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에 실린 일본 지도에 독도가 등장한 것이 논란의 출발점이었다. 독도를 대놓고 그린 것이 아니라, 언뜻 보면 알 수 없게 희미한 점으로 찍었다. 하지만 명암을 조절하면 선명히 보인다고 한다.

 

사람들이 잘 모르게 공식 지도에 슬쩍 넣어, 나중에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것이 국제대회를 통해 공인된 것 같은 구도를 만들기 위한 꼼수 표기라고 보인다. 문제가 드러나 한국이 항의하자 이에 대한 일본의 대응이 황당하다.

 

가토 가쓰오부 일본 관방장관이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정작 자기들이 올림픽을 이용해 영토 도발을 하고 있으면서, 그에 대해 항의하는 측에게 정치적 이용 운운하다니 어이가 없다.

 

더 어이가 없는 건 이 말이 평창올림픽 당시, 독도를 올림픽 관련 지도에서 지우라며 일본이 내세운 논리이기 때문이다. 당시 남북한 단일팀 한반도기에 독도가 있었는데 일본이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독도 삭제를 주장했다.

 

그래놓고 자신들은 버젓이 올림픽 관련 지도에 독도를 그려 넣은 것이다. 심지어 그에 항의하는 상대국에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훈계까지 하면서.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IOC도 황당하다. 평창올림픽 당시 일본이 독도를 삭제하라는 억지를 부릴 때 IOC가 그것을 받아줬다. 일본 요구대로 한국에 독도를 삭제하라고 한 것이다. 국제기구의 말을 잘 듣는 우리는 그때 독도를 삭제했다.

 

그랬던 IOC가 이번 일본의 독도 지도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정치적 문제는 일본 쪽이 더 심각한 데도 말이다. 독도는 한국이 실효지배하는 땅이다. 일본은 다른 나라가 지배하고 있는 땅을 자기네 땅이라며 도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분쟁을 일으키는 행위다. 그러니까 IOC 입장에서 규제를 한다면 일본 쪽을 더 강하게 규제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도 일본의 지도 도발에 대해선 가만히 있는 것이다.

 

IOC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한국 축구팀의 박종우 선수가 한일전 승리 직후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표어를 들었던 것에 대해 정치적 선전이라며 박 선수를 죄인 취급했다. 박 선수는 메달도 못 받고 시상식 현장에도 못 있고 귀국할 때도 남모르게 들어왔다. 나중에 박 선수가 동메달을 받긴 했는데 그건 IOC가 자발적으로 준 게 아니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의 재판에서 IOC가 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스포츠의 정치적 이용 문제에 대해 IOC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보다도 훨씬 엄격한 입장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엔 침묵한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가 박종우 선수의 손을 들어준 건, 박 선수의 행위가 우발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일본의 행태는 명백히 치밀한 계획에 의한 꼼수 도발이다. 그렇다면 2012년 박종우 선수 때보다 훨씬 죄질이 안 좋은 데도 박 선수에겐 그렇게 엄격했던 IOC가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또 황당한 건 전범기에 대한 태도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일본 체조 대표팀은 전범기 문양을 활용한 단체복을 입었다. 그런데도 IOC는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다. 반면에 나찌 문양은 대단히 엄격하게 규제한다. 똑같은 전쟁 범죄인데 서양인에게 죄를 지은 나찌는 금기시하면서 동양인에게 죄를 지은 일본의 문제는 방치한다. 대놓고 인종차별이다.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전범기의 경기장 반입을 정당화했다. 이에 대해서도 IOC상황에 따라 판단하겠다며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나찌 이미지였어도 이렇게 태평하게 대처했을까?

 

한국의 피해, 동양의 피해는 철저히 무시하면서, 지극히 정당한 한국의 요구에도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국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독도를 한국에게 지우라고 했던 IOC, 일본의 독도 표기엔 방관하는 사태가 터진 것이다. 어이없고 황당한데 당장 우리에게 국제적 역학관계를 뒤집을 힘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답답증이 커지는, 그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