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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연예계 학폭 폭로가 피해자 입 막는 기막힌 현실

 

 

처음엔 바람직한 방향이었다. ‘미스트롯2’에 출연중인 진달래에 대한 과거 학교폭력 폭로가 나왔고 결국 진달래가 사실을 인정했다. 이 일로 해당 오디션 상위권 기대주였던 진달래는 즉시 하차했다. 이렇게 가해자가 응분의 대가를 치르는 모습은 피해자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사건이기도 했다. 연예인 지망생들도 학창 시절 잘못이 나중에 연예계 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걸 절감했을 것이다. 남의 눈에 눈물 흘리게 하면 본인에게도 결국 그럴 날이 올 거란 교훈을 남겼다.

 

그다음 터진 스타 배구선수 이다영, 이재영 자매의 학교폭력 폭로도 그렇다. 이 사건으로 자매는 무기한 출장정지와 함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했다. 어린 운동선수들이 보고 배울 만한 선례를 남긴 셈이다. 폭력이 만연한 운동계에도 경종을 울렸다.

 

문제는 다음부터였다. 유사한 학교폭력 폭로가 봇물을 이뤘다. 일일이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이중엔 허위주장까지 있었다. 김소혜는 이미 3년 전 경찰조사에서 허위로 판명된 내용이 다시 제기돼 곤욕을 치렀다. 세븐틴 민규 관련 폭로도 거짓이라고 한다. 현아 관련 폭로글은 현아 측이 법적 대응을 천명한 후 사라졌다. 이달의 소녀 츄 관련 폭로는 츄 측이 부인한 후 폭로자가 과장됐다며 사과했다. 이밖에도 많은 연예인들이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운동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이러다보니 폭로의 신뢰성이 의심받게 됐다. 폭로자에게 비우호적인 환경이 나타난 것이다. 이러면 진짜 피해자까지 조롱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성 시스템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다가 인터넷 공론장에서나마 공감과 위로를 받으려 하는 것인데, 그곳에서조차 냉대를 받으면 상처가 더 깊어질 것이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다.

 

바로 거짓 폭로가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피해 호소에 귀 기울여주는 분위기에 입을 열기 시작했던 피해자들도, 이렇게 되면 다시 입을 닫고 말 것이다. 거짓 폭로들이 진짜 피해자의 입을 막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거짓 폭로는 심각한 악행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유명인에게 회복하기 힘든 이미지 타격을 입히고, 진짜 피해자들의 입을 막고 상처를 더 하면서, 우리 사회 불신 풍조를 심화시킨다. 그러므로 거짓 폭로로 타인을 곤경에 빠뜨린 사람은 반드시 엄벌에 처해야 한다. 거짓 폭로가 큰 죄라는 인식이 생겨야 공론장의 신뢰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폭로내용을 부인하다가 뒤늦게 사실이 밝혀진 가해자에 대해서도 확실한 불이익이 가해져야 한다. 옛날 일이라고 가해자가 부인할까봐 피해자가 자신 있게 말을 하지 못한다. 부인하다 발각된 사람에게 강력한 불이익이 가해져야, 다른 가해자들이 바로바로 진실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그런 분위기라야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피해를 호소할 수 있다.

 

거짓 폭로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항상 신중해야 한다. 폭로가 터지자마자, 단지 그 내용이 자세하고 악행의 정도가 심하다는 이유만으로 지목된 이를 가해자로 단정해버리고 여론재판에 돌입하는 행태가 거짓폭로를 양산한다. 언론, 유튜버들도 조심해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자칫 진짜 피해자의 호소가 묻히지 않도록 귀를 열어둘 필요도 있다.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폭로 주장을 의심하면서 또 신뢰해야 한다. 뾰족한 수가 없다. 그저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애쓰는 자세 말곤 답이 없다. 타인의 말을 어디까지 믿을 것인가? 폭로 정국이 우리에게 던진 화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