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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바다언니 시디 잡수셨다’!

 

한국인이 얼마나 불쌍한 사람들인지가 주말에 다시 한번 알려졌다.


지난 주말에 바다가 컴백했다. ‘매드’라는 노래를 들고 나왔다. <뮤직뱅크>에서 라이브로 완벽한 무대를 선보였다.


그런데 사람들에겐 이 완벽함이 너무 낯설었나보다. 립싱크 논란이 터져나왔다. ‘에이 저렇게 완벽한 건 진짜가 아닐 거야. 진짜는 완벽할 수 없어.’


제대로 된 음식을 구경도 못해보고 패스트푸드만 먹던 사람이, 훌륭한 밥상을 받았지만 너무나 어색해하며 모처럼의 기회를 향유하지 못하는 애처로운 모습이 떠오른다고나 할까?


모처럼 훌륭한 가창력과 프로다운 퍼포먼스를 선사받았지만, 그것을 흔쾌히 향유하지 못하고 ‘논란’이나 일으키는 이 ‘찌질한’ 국민들. 그동안 얼마나 문화적으로 헐벗고 굶주렸으면 밥을 줘도 먹지를 못할까?



- ‘까불지 마라 이거뜨라’! -


아이돌에게 가창력 논란은 천형이다. 외모의 중요성이 가장 큰 가수라고 할 수 있는 걸그룹에겐 더 그렇다. 가장 최근에 데뷔한 걸그룹 아이돌인 티아라도 립싱크 데뷔라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원더걸스가 한국 최고라는 지위에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의혹의 눈길을 받는 것도 라이브 실력 때문이다.


 ‘최고의 퍼포먼스팀이라는 건 알겠는데, 과연 가수라고 할 수 있을까? 그것도 바다 건너 외국에 가서까지 노래를 부를 만한 가수가 맞는가?’


이런 의혹 때문에 외국 나가서 고생하는 걸 좋게 봐주자는 사람들과, 나라 망신시키지 말고 그만 두라는 사람들의 대립이 계속 이어진다. 난 개인적으로 좋게 봐주자는 편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원더걸스의 라이브를 볼 때 불안한 마음부터 드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원더걸스는 한국 최고의 레벨인데도!


<분장실의 강선생님>에서 선배는 후배들에게 ‘까불지 마라 이거뜨라!’라며 훈계를 한다. 하지만 실력도 없고 노력도 안 하면서 단지 ‘짬밥’만 믿고 거들먹거리는 선배들은 비웃음을 살 뿐이다. <분장실의 강선생님>에선 선배의 능력이 제시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선배의 훈계는 코미디로만 여겨지고 있다.


진정한 훈계는 직접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노력의 결과인 완벽한 실력을 보일 때, 그 선배는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귀감이 된다. 그런 점에서 바다의 이번 무대는 후배들에게 진정 ‘까불지 마라 이거뜨라!’라는 죽비소리와도 같았다.



- 바다와 옥주현에게 운이 따르기를 -


1세대 아이돌 걸그룹 출신인 바다와 옥주현은 탁월한 라이브 실력을 갖췄음에도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지 못했었다. 아이돌 걸그룹이라는 선입견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그런데, 대접 못 받은 건 그렇다고 치고 그럼 아이돌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인기라도 누렸었나? 불행하게 그것도 아니다. 외모에서 유진, 성유리, 이효리 등에 밀렸기 때문이다.


최고의 실력을 갖췄는데도 인정을 못 받고, 외모에서 동료에게 치이고, 비운의 가수들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들은 끊임없이 무대에 도전했다. 이들이 자신들의 실력과 몸상태를 유지 또는 향상시키기 위해 감수하는 노력은 결코 후배들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너무 완벽해서 도리어 논란을 일으킨 바다의 컴백 무대는 그간 그녀가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를 알게 해주는 징표 같다.


컴백했다 해도 신선한 걸그룹들 속에서 바다가 부각될 여지는 별로 없었다. 노래도 요즘 먹히는 쉽고 편한 성격이 아니었다. 하지만 립싱크 논란으로 인해 바다가 강력히 부각됐다. 이것도 홍보극 아니냐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설사 홍보극이라 해도 실력만 뒷받침된다면 환영할 일이다.


바다와 옥주현에겐 보다 노래운이 따라야 한다. 그들의 실력이면 운이 따를 경우 훨씬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그들의 완벽한 무대에 익숙해진다면 그렇지 않은 무대에 더욱 문제제기를 할 것이고, 한국 아이돌계의 수준도 더 향상될 것이다. 선배들이 펼치는 완벽한 무대는 후배들에게도, 기획사들에게도 아픈 죽비소리가 될 것이 틀림없다.


바다에게 립싱크 논란이라는 이슈가 터진 것을 축하한다. 한 네티즌이 ‘언니 시디 잡수셨나봐요. 진정 최고의 가수 ’라는 댓글을 남겼다고 한다. ‘시디 먹은 바다언니’의 앞길에 행운이 함께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