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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옥돼지 강호동 역사를 새로 쓰다

 

 강호동이 <1박2일> 시청자 특집에서 ‘옥돼지’로 변신해 백지영과 ‘내 귀에 돼지’를 부른 것이 파란을 일으켰다. 순간 시청률도 또다시 50%에 육박했다. 강호동이 가히 국민 예능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것이다.


씨름선수에서 여기까지 온 강호동의 괴력이 놀랍다. 이번 시청자 특집에선 수많은 출연자들을 지휘하는 MC로서의 강호동의 능력도 돋보였다. 공교롭게도 새롭게 출범한 <패밀리가 떴다2>가 진행자 부재로 수렁에 빠졌기 때문에 강호동이 더욱 극적으로 빛났다.


강호동은 또 이번 시청자 특집에서 연상기억법으로 단시간에 출연자들의 이름을 외우며 운동선수 출신이지만 머리까지 비상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거기에 옥돼지로 빵 터뜨리기까지 했으니 확실히 강호동의 전성기는 전성기인가보다.


강호동의 전성기가 곧 새로운 역사인 것은, 그가 유재석과 함께 한국 리얼 버라이어티계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호동은 <무릎팍 도사>로 토크쇼의 새 장을 열기도 했다. 그러므로 강호동의 행보가 곧 역사인 것이다. 시청자 특집에서 이동할 때 쏟아지는 강호동을 향한 시민들의 환호에서 그의 위상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강호동과 유재석은 대한민국 초유의 예능패권시대를 주도하는, 건국 이래 가장 대접 받는 예능인이 됐다. 정말 국민MC라 칭할 만하다. 이들이야말로 현재 연예인 중의 연예인이라고 할 수 있다.


 방송 울렁증 환자였던 유재석의 성공도 놀랍지만 강호동의 성공은 더욱 놀랍다. 아무래도 강호동이 재치에 약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목소리도 호불호가 분명히 갈려서 보편적인 사랑을 받는 국민MC가 된 것이 더욱 놀랍다. 그래서 강호동의 국민MC 칭호엔 반감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고, 그가 연예대상을 받으면 시상취소 청원운동까지 벌어진다.


 하지만 그런 일부의 반감에도 불구하고, 강호동이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국민MC라는 것은 객관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청률 면에서나, 화제성 면에서나, 시청자의 다양성 면에서나 진정한 국민 예능 프로그램으로 우뚝 선 <1박2일>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강호동은 씨름판에 이어 예능판에서도 천하장사가 되었다. 그것도 대한민국 건국 이래 예능의 최전성기에 그 정상에 선 것이다. 이 기적 같은 일은 어떻게 가능하게 된 것일까?



- 능력이 천운과 만나다 -


만약 스튜디오에서 조곤조곤 ‘조크’를 주고받는 예능이 대세였다면 강호동의 기적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런 분야에선 신동엽, 김용만 등이 일세를 풍미했었다. 강호동이 맞은 천운은 바로 리얼버라이어티 신세기였다. 리얼버라이어티 시대를 연 맹주는 유재석이지만, 강호동은 그 흐름에 가장 잘 올라 탄 사람이 되었다. 강호동 이외엔 아무도 리얼버라이어티 트렌드에 후발주자로서 성공적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단 한 사람, 이경규만 빼고 말이다.


 그런 성공을 가능케 한 조건들은 무엇이었을까? 먼저 ‘야생’의 대두를 들 수 있겠다. 이경규가 강호동이 예능을 망쳐놨다고 푸념한 적이 있다. 강호동 때문에 촬영이 너무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그건 체력전을 요구하는 야생 예능의 시대를 강호동이 선도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스튜디오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정해진 대사를 차례대로 하는 얌전한 예능의 시대는 야생의 거센 파도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이젠 고생하지 않으면 시청자가 봐주지 않는다.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 야생의 시대는 바로 강호동을 위한 것이었다.


 또, ‘막말, 자연스러움, 독함’ 코드를 들 수 있다. 이젠 부자연스럽고 예의바른 화법이 통하지 않는다. 강호동은 운동선수 생활을 하며 익혔던 인간관계의 방법론이나 시원시원한 화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또, 독한 토크쇼인 <무릎팍도사>를 진행하며 당대의 상징이 되었다. 강호동이 보여주는 강인한 남성성은 ‘남성예능의 시대’라는 조건과도 맞물렸다. 혹은 강호동이 주도하는 체력전이 자연스럽게 남성예능의 시대를 열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주말예능에 남성들의 형제애가 반복 조명 되는 특이한 시대에서 강호동은 정점에 설 수 있었다.


 ‘인간적인 정’이 중시되는 트렌드도 강호동과 어울렸다. 강호동이 보여주는 겸손함, 순박함, 친화력, 소탈함 등은 같은 멤버 간 그리고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 속에서 정을 느끼게 했고, 감동 예능의 유행까지 초래했다. 강력한 에너지를 자랑하는 강호동에게는 ‘집단MC 체제’도 축복이었다. 조용하고 정돈된 대화에 강점을 보이는 MC들은 정신 사나운 집단MC 체제에 적응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언급한 ‘야생, 막말, 남성, 정, 집단MC’ 등의 키워드들이 강호동이 만난 천운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강호동은 단지 시대를 잘 만난 행운아일 뿐인가? 그렇지 않다. 그에겐 그만의 특별한 장점이 있다.


 그것은 ‘카리스마, 판단능력, 겸손함, 노력, 소통능력, 인간미’ 등의 덕목이다. 그는 자신의 존재감으로 화면을 장악하는 힘이 기본적으로 있다. 거기에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췄고, 그 리더십으로 흐름을 잘 유도할 수 있는 판단능력을 갖췄다. 그의 감각적인 판단능력은 MC로서 웃기는 판을 이끌어내는 가장 핵심적인 바탕이다. 안동편에서도 강호동은 동물적으로 복불복 연장전을 이끌어내, 제기차기 복불복을 야야취침 폭소탄으로 주조해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미 끝난 복불복이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해, 연장전을 주도 그 자리에서 끌어낼 수 있는 최대치를 끌어낸 것이다. 소통능력은 <무릎팍 도사>에서 눈부시게 발휘된다.


거기에 공부를 제대로 못했거나 재치 있게 말을 못하는 콤플렉스를 그는 겸손함과 노력이라는 미덕으로 승화시켰다. 시상식 때마다 이경규와 유재석에게 감사와 송구함을 표하는 그의 진심을 도저히 미워할 수 없다. 그래서 우악스러움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미에 매료된 사람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강호동은 국민MC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정리하면, 강호동 본인의 능력, 노력과 천운이 행복하게 만나 예능천하장사가 가능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옥돼지로 변신해 또다시 순간 시청률 약 50%를 이끌어냈으니, 강호동이 어디까지 역사를 쓸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