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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김탁구 강간 사주 너무 악랄하다

 

졌다. <제빵왕 김탁구>가 시작됐을 때 막장드라마 논란이 일어났었다. 불륜, 외도, 준 강간, 사생아 등의 소재가 질척질척한 멜로와 함께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난 당시 막장드라마 논란이 너무 과민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에 잠깐 스쳐지나가는 에피소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제빵왕 김탁구>는 그 제목에서처럼 경쾌하고 밝은 코믹 성장드라마 같은 느낌을 줬었다. 단지 출생의 비밀이라는 장치를 설정하기 위해 잠시 불륜이 나오는 것일 뿐 곧 ‘정상적인’ 드라마로 제 갈 길을 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졌다.


<제빵왕 김탁구>는 날로 그 자극성을 더해갔다. 불륜, 준 강간에 이어 존속살해까지 터져나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했는데 강간을 사주하는 대목에서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건 너무 악랄하다.


이 정도까지 가면 갈 데까지 갔다고 할 수 있고, 막장드라마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해도 너무 한다. 강간을 사주한다는 설정 다음엔 납치를 암시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 다음엔 김탁구의 어머니를 해치려 한 악한이 어린 김탁구를 협박해 해외로 강제 출국시키려는 설정도 나왔다. 극단적인 악행이다. 악당들의 악행이 상식선을 넘고 인간성도 넘어서고 있다.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찬사 받는 드라마일수록 선악구분이 모호하고 캐릭터의 성격도 복합적인 경향이 있다. 단순한 작품은 선악구분이 분명하다. 막장드라마는 그 분명한 구분을 넘어 선악을 표현하는 방식이 대단히 극단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일반적인 작품에서 악당이 가볍게 앙심을 품으며 소소한 해꼬지를 하는 정도라면 막장드라마에선 섬뜩한 독기를 내뿜는다. 못된 시어머니면 정나미 떨어지게 며느리를 구박하고, 못된 여자 캐릭터는 시청자가 절로 주먹을 불끈 쥐도록 악행을 일삼는다. <수상한 삼형제>에서 사기행각을 서슴지 않았던 태실장을 떠올리면 되겠다.


<제빵왕 김탁구>는 그 이상의 극단적인 표현을 보여주고 있다. 남편을 속이고 시어머니를 죽음으로 몰아넣으며, 살인을 사주하는 악녀. 친구를 배신하고 협박을 일삼으며 강간을 사주하는 악한. 심지어 어린 아이까지 어머니의 사기행각에 동조하며 악행을 서슴지 않는다. 극단도 이런 극단이 없다. 막장의 ‘스멜’이 진동한다.



익숙한 불륜멜로에 이렇게 자극적인 막장적 설정이 이어지니 시청률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벌써 미니시리즈 시청률 1위를 넘보는 쾌속질주다. <수상한 삼형제>가 끝나고 나서 그 막장의 바톤을 주간 미니시리즈가 이어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이렇게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청률을 올리는 풍토가 주말드라마에 이어 주간 미니시리즈에서까지 자리 잡는다면 한국의 시청자들이 불쌍해진다. <제빵왕 김탁구>는 이번 주로 아역이 끝나면서 초반부를 마무리했다. 다음 주부터는 제2기가 시작된다. 제2기에서만이라도 막장으로 얼룩진 초반부와 결별해야 한다.


<부자의 탄생>도 단순한 선악구도였지만 살인, 납치, 강간 등 극단적인 설정은 없었다. 악당은 상식적인 선에서 나쁜 짓을 하는 정도였고, 심지어 악녀인 부태희의 악행은 대단히 어설픈 수준이었다. 그래도, 아니 그래서 시청자의 찬사를 받으며 성공할 수 있었다. 악랄한 설정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봐야 불쾌한 뒷맛만 남길 뿐이다.


이 드라마는 노골적으로 ‘참말로 착한 사람이 이기는 세상이 맞아예?’라고 질문하고 그렇다고 대답한다. 착한 사람이 이기는 세상이라는 점을 노골적으로 말하는 것. 동화 같은 설정이다. 대놓고 권선징악의 착한 이야기인 것이다. 그래서 더 악랄한 설정들이 튄다. 동화에 강간이 웬말인가? 악랄한 캐릭터 악랄한 설정이 없으면 착한 이야기를 할 수 없단 말인가?


자극성 논란으로 시청률을 올리다가 막판에 악당들이 처참하게 무너지면서 착한 드라마로 끝내는 식의 전형적인 ‘막장 테크’를 탄다면 곤란하다. <제빵왕 김탁구>에 기대했던 건 그런 게 아니었다. 부디 2기는 <제빵왕 김탁구>라는 제목에 걸 맞는 밝은 이야기가 펼쳐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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