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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MBC연예대상, 유재석인 이유

사실 유재석의 MBC 연예대상은 부담스럽다. 왜냐하면 최근 4년 사이에 그가 이미 세 번이나 대상을 챙겼기 때문이다. 올해 그가 예년을 뛰어넘는 깜짝 성과를 모여준 것도 아니다. 그저 기존의 자리를 지켰을 뿐이다. MBC 연예대상의 주요 후보군이 모두 그렇다.

유재석은 변함없이 <무한도전>과 <놀러와>를 지켰고, 강호동은 변함없이 <무릎팍도사>를 지켰고, 이휘재, 박미선 등도 변함없이 <세바퀴>를 지켰다. 이런 상황이라면 결국 다시 유재석이다. 달리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의 구도에서 다른 사람이 조금이라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면 대상은 그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누군가가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살렸다면 설사 그 시청률이 <무한도전>보다 못하다 해도 대상은 그에게 갔을 것이다.

올해 KBS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한 사람은 누가 뭐래도 강호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력한 대상후보는 이경규다. 왜냐하면 강호동이 이미 두 번이나 연속해서 대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위상으로만 보면 <남자의 자격>과 <1박2일>을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1박2일>이 우세하지만, 구도상 이경규가 강호동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그런 원리로 MBC에서도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어느 정도만이라도 살아났다면 <무한도전> 유재석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유력한 연예대상 후보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저주라도 내린 것일까?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올해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백약이 무효다. 어떤 시도도 먹히지 않았다.

김구라가 <뜨거운 형제들>에서 활약했다면 <세바퀴>와 <라디오스타>의 공헌도와 합쳐서 그에게 대상이 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하차로 끝을 맺고 말았다. 박명수가 <뜨거운 형제들>을 살렸다면 <무한도전>의 공헌도와 합쳐서 연예대상을 받아, 마침내 감격의 1인자 자리에 올랐을 것이다.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부활의 기회가 주어졌던 탁재훈도 마찬가지다.

다만 박명수의 경우는 <뜨거운 형제들>이 초기에 네티즌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는 데에 지대한 공을 세웠으므로 최우수상을 안배할 수 있겠다. 박명수는 <무한도전>에서도 KBS <1박2일>에서 이수근의 역할 이상 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어쨌든, 이렇게 도전자군에서 확실한 임팩트를 보여주는 사람이 없으므로, 결국 자기 자리를 건실하게 지킨 유재석이 올해도 MBC에서 연예대상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딱히 줄 사람이 없어서 할 수 없이 유재석이 받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비록 예년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무언가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유재석은 올해도 역시 군계일학이었다.


먼저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희대의 괴작 <무한도전>의 경우, 유재석은 누가 뭐래도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단순히 1인자라는 말로는 그의 위상과 그가 하는 역할을 설명할 수 없다. 유재석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수많은 화제특집들을 낳으며 아이돌 팬덤 못지않은 팬들을 창출해내고,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장르까지 만들어낸 이 엄청난 프로그램은 우리 방송사의 신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대상 연속 시상도 큰 무리는 아니다.

<무한도전>이 너무나 찬란하게 빛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조용한 <놀러와>가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경향도 있지만, <놀러와>도 결코 경시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무한도전>이 트렌드를 창출하고 이끌어서 의미가 큰 프로그램이라면, <놀러와>는 트렌드를 홀로 역행해서 그 의미가 큰 프로그램이다. 요즘의 토크쇼 트렌드는 공격적이고 직설적인 막말 폭로 화법과 자극성 극대화라고 할 수 있다. <놀러와>는 완전히 거꾸로 간다.

<놀러와>는 <황금어장>처럼 출연자를 공격하지도 않고, <세바퀴>처럼 욕망을 노골적으로 표현하지도 않으며, <강심장>처럼 상업성을 진하게 드러내지도 않는다. <강심장>이 대놓고 자사드라마 홍보 특집을 할 때 <놀러와>는 ‘세시봉’ 같은 감동적인 주제별 기획특집들을 했다. 스타만 부각시키며 다른 출연자들을 병풍으로 만들지도 않았다.

<놀러와>는 한마디로 ‘배려하는 토크쇼’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여타 토크쇼들과 다르다. <놀러와>의 이런 성격을 구현하는 핵심적인 사람이 바로 유재석이다. 유재석의 진행스타일이 <놀러와>라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놀러와>가 시장에서 성공했다는 점이다. 비록 요즘에 도전받고는 있지만, 한동안 <놀러와>는 <미녀들의 수다>와 <야심만만2>를 완전히 따돌리고 월요일밤에 마치 일요일밤 <해피선데이>처럼 절대적인 지위를 누렸다. 자극적인 트렌드에 역행하면서도 방송사에 상업적 성공을 안겨줬다는 점에서 <놀러와>는 크게 인정받아야 할 프로그램이다.

바로 그 중심에 유재석이 있는 것이다. <놀러와>와 <무한도전>의 성과를 종합했을 때 그에게 연속해서 MBC 연예대상이 가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