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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영웅호걸 홍수아, 진심이 통했다

이번 <영웅호걸>은 멤버들이 고등학교에서 일일 강연을 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강연은 <남자의 자격> 멤버들 정도의 연륜이 있는 경우에나 어울릴 아이템이었다. <영웅호걸>에는 남 앞에서 강연하는 것보다 지난 번 돈까스, 스파게티 만들 때처럼 몸을 던지는 아이템이 더 나았다.

그건 그렇지만, 홍수아가 한 강연에는 특별한 울림이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 속에 인생사의 진리라고 할 만한 것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홍수아는 자신의 꿈은 연기자라며 좋은 작품에 출연하는 꿈을 언제나 꾼다고 했다.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을 야구로 기억할 뿐인데 그것조차 너무 고맙다고 했다.

“정말 정말 감사해. 그거라도 있으니까 어디야~”

그러면서 자신이 ‘홍드로’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말했다. 처음 시구 요청이 들어왔을 당시에 여자연예인들은 예쁜 모습으로 적당히 공을 던지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러나 홍수아는 자기가 예뻐보일 것만 중시하는 건 야구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운동화에 바지 차림으로 공을 던지는 데에만 최선을 다 했다고 한다.

“예쁜 것 포기한 거야 나는, 예쁜 거 뭐가 중요해 ... 그래서 바지 입고 던졌어”

최선을 다해 던졌더니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사진이 나왔다. 처음엔 네티즌들이 자신을 놀릴 줄 알았단다. 그런데 의외로 모두가 그녀에게 찬사를 보냈다. 두산베어스가 그녀를 명예선발투수로 올릴 정도로 ‘홍드로 개념시구’는 사람들의 호감을 샀던 것이다.

“진심은 통하는 거구나.”

홍수아는 그렇게 말했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인생사의 진리다.


드라마 <추노>에서 사람들은 이다해를 맹렬히 비난했다. 그녀가 너무 깨끗하고 예뻐보였기 때문이다. 모두가 지저분했던 작품 속에서 이것은 상당히 튀는 모습이었고, 사람들은 이다해가 불성실하고 이기적이라고 간주했다. 한 마디로 ‘개념이 없다’라고 여긴 것이다.

사실 이다해는 잘못이 없었다. <추노>라는 작품 자체의 여성 캐릭터 표현에 문제가 있었다. 펄떡펄떡 살아 숨 쉬는 남성 캐릭터들의 경연장을 만들면서 여성 캐릭터는 꽃처럼 예쁘기만 한 것으로 박제화했다. <추노> 최대의 피해자가 이다해였다.

그랬거나 저쨌거나 사람들은 이다해를 너무나 싫어했다. 저 혼자만 예쁜 모습이 정말 미웠던 것이다. 불성실한 모습은 이렇게 보는 사람을 불쾌하게 한다.

반대로 자기 몸을 던져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은 얼마나 사람을 감동시키는가. 얼마 전 <영웅호걸>에선 니콜이 돈까스 투혼을 보여줘 찬사를 받았다. 뜨거운 기름 앞에서 손을 데일 뻔하면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 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여자 권투편도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줬다. 레슬링편도 그랬다. 네티즌은 최선을 다 하는 것 같지 않은 박명수를 맹렬히 비난했다. 사실 레슬링은 사람이 다칠 수도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몸을 사렸다고 비난하는 건 부당한 일이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최선을 다 하지 않는 모습을 미워했다.

홍수아의 이야기에는 이런 세상사의 진리가 들어있었다.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 한다면, 결국 진심이 통하기 마련이라는 진리. 그런 모습은 보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마치는 학생들에게 이것은 중요한 교훈이었다.

홍수아는 또 겸허한 모습의 매력도 보여줬다. 비록 자신이 연기자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홍드로로 화제가 되는 것이 어디냐며 감사해하는 모습, 단 몇 명의 팬이라도 고맙다며 환하게 웃는 모습. 이런 홍수아에게서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졌던 것이다.

겸허한 모습이 인간적인 호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도 역시 세상사의 진리다. 건방과 겸허를 보는 시선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난다. 최선을 다 하는 것 같지 않거나, 거만의 느낌을 준 연예인이 맹폭을 당하는 일이 툭하면 되풀이 된다. 모두가 홍수아 강연의 진리를 새긴다면 앞으론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