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하이>에서 수지가 맡은 고혜미는 재수 없는 성격이었다. 자기만 알고, 타인을 나 몰라라 하며, 특히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무시하는 성격이었던 것이다.

주인공은 이런 성격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중이 주인공의 그런 성격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그런 성격을 보여주는 소수의 작품은 욕망의 추구를 노골적으로 그리다가 막판에 몰락하거나 회한에 빠지며 끝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주인공은 절대로 타인을 무시하거나 능멸하지 않는다. 인간은 그런 캐릭터에게 감정을 이입하지 않는 법이고, 주인공이 감정이입을 유도하지 못하면 그 작품은 망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수지의 고혜미는 <드림하이> 초반에 그런 성격이었다. 그래서 주인공치고는 아주 특이한 주인공이라는 어느 매체의 평가도 있었는데, 8회에 이르러 마침내 성격이 변하기 시작했다.


- <추노> 대길이도 그랬다 -

<추노>는 주인공 대길이가 피도 눈물도 없는 추노꾼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시작했다. 노비들에게만 추노꾼인 것이 아니라, 동료들에게 돌아갈 돈도 몰래 '삥땅'치며 개인적으로 치부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또 과거 연인이었던 언년에게 복수의 칼을 가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작품이 진행되며 대길은 주인공의 성격을 획득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대길은 겉으로는 냉혹한 추노꾼이지만, 양반에게 능욕당하는 노비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구해주는 따뜻한 성격이었다.

게다가 월악산에 도망노비 마을까지 조성해 노비들을 계속 피신시키고 재정지원을 해왔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진다.(그 월악산 두령이 <드림하이>에서 고혜미 노예계약의 사채 사장이다) 또 몰래 '삥땅'친 줄 알았던 빼돌린 자금은 동료들을 위해 집과 땅을 사놓는 것에 사용된 것이었다. 대길이는 자기 명의의 집은 제일 나중에 결제하고 동료들의 것을 먼저 결제하는 것으로 주인공의 '위엄'을 과시했다.

또 복수의 칼날을 가는 것 같았지만 막상 언년이를 만나고 나니, 자기 목숨까지 희생해가며 언년이의 사랑을 지켜주려는 흑기사 본색을 드러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대길이의 성격은 극적으로 변화했고, 시청자의 강렬한 몰입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 혜미의 성장 -

'고혜미 너 진짜 최악이었구나'

<드림하이> 8회에 혜미가 자신에게 한 말이다. 자기가 무시했던 친구가 먼저 데뷔하며 자신을 비난하자, 혜미는 그 친구를 증오한 것이 아니라 자기자신을 돌아봤다. 그리고 자신이 재수 없는 아이였다는 것을 마침내 깨닫는다. 그리고 송삼동에게 이렇게 말한다.

'난 내가 하니인 줄 알았는데 나애리였어. 난 내가 캔디인 줄 알았었는데 이라이자였어.'

본격적으로 '주제파악', 혹은 자신에 대한 성찰이란 것을 하게 된 혜미는 드디어 타인을 보기 시작한다. 여태까지 무시만 해왔던 필숙에게 '너도 주인공이구나'라며 웃어준 것이다. 남이 주인공인 줄 아는 사람이 바로 주인공이다. 그렇게 타인을 존중하는 사람을 시청자는 주인공으로 인정한다.

물론 그 전에도 삼동을 위해 이벤트를 한다든가, 삼동 어머니를 위한 쇼를 하는 것에서 혜미의 변화가 서서히 그려지고 있었는데 이번 8회가 결정적인 변곡점이 되었다. 혜미는 대길이의 전철을 밟고 있다. 화사한 아이돌 드라마라고만 생각했던 작품에서, 나름 의미 있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런 메시지와 반대의 모습이라는 데 있다. 날로 각박해지는 분위기에서 타인을 생각하는 배려, 이타심, 관용이 축소되는 느낌이다. 드라마를 볼 때는 타인을 생각하는 주인공에게 몰입하는 사람들의 사회가, 왜 현실에선 점점 그 반대로만 갈까?

극중에서 빗나간 길로 가고 있는 윤백희(티아라 은정)을 부추긴 건 학교의 교사였다. 그 교사는 백희에게 오로지 경쟁심만을 가질 것이며, 그 경쟁심으로 타인을 밟고 올라가라고 가르친다. 반면에 혜미의 담임은 혜미에게 경쟁심을 말하지 않는다. 친구 무시하고 오만한 건 잘못이라며, 그 잘못을 고치고 천천히 성장해가라고 할 뿐이다.

현재 한국의 경쟁교육체제는 혜미의 담임이 아닌 백희의 교사에 가깝다. 학교가 혜미같은 주인공이 아닌 백희같은 '찌질이'들을 길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라 우리 사회가 주인공 사회가 아닌 찌질이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재수 없는 과거의 고혜미와 빗나가버린 현재의 윤백희들이 넘쳐나는 사회.

<드림하이> 혜미의 변화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켜서 우리 사회가 주인공 사회로 성장하는 기적이 일어나면 좋겠다. 그런 일이 가능할까? 글쎄...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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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sterHS™ 2011.02.01 18:18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간만에 드림하이관련된 따뜻한 포스팅입니다.

    편견과 선입견에 사로잡힌 많은 이들이 간만에 나온 의외의 드라마 드림하이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뭐랄까....대놓고 즐기기엔 아이돌 드라마이고, 몰래 보고 혼자 웃어도 마음 속 한구석에서 흔쾌히 허락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전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재미가 있으면 있는대로 즐기지 못하는 자는 불쌍한 자라고...

    많은 이들이 나름 재미난 컨텐츠들을 생산합니다. 청자들은 그것들을 즐기면 될 뿐인데도 그것조차 제대로 못하는 게 각박한 대한민국의 문화현실입니다.

    이번 드림하이를 통해서 이런 부분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 아닌가 싶네요.

    하재근씨는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컨텐츠를 멋지게 즐기시길 바랍니다. 지금처럼.

  2. 수지사랑 2011.02.03 02:10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정말 공감가는 좋은 리뷰네요.어제 말도 안되는(플짤이 많다는 이유로,게시판에 특정 가수의 팬이 많다는 이유로 주인공 교체운운)하는 말도 안되는,수지의 연기력 논란보더 더 기분나쁜 리뷰를 보며 이런것도 리뷰라고 다음리뷰메인에 올라오나 한심하고 수지팬으로서 마음이 아팠는데 하재근씨의 리뷰 읽고 진정시켜 봅니다.윗분의 말씀대로 잘 만든 신세대 드라마인데 편견,아집만 가진 자들이 기존 잣대를 들이대며 자기들만의 취향을 요구하네요.
    이 드라마의 주제는 성장과 꿈입니다.저는 강오혁선생의 가르침을 혜미가 받아들이면서 변해가는 모습,삼동의 사랑을 받으면서 변해가는 모습이 좋습니다.
    천천히 조금씩 성장해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3.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전 좋다고 생각한 최근 글이 이상하게 조회수랑 추천수가 적네요. 설이 끼어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