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변이 일어났다. 통상적으로 시청률 격차가 일단 확연해지면 좀처럼 그 순위가 잘 뒤집히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설 연휴 때 수목드라마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싸인>이 <마이 프린세스>를 누르고 앞서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시청률 면에서도 화제성 면에서도 분명히 <마이 프린세스>가 앞섰던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이변이다. 주인공에 대한 평가도 그렇다. <마이 프린세스>가 시작된 이후 김태희에 대한 평가는 거의 호평 일색이었던 반면, <싸인> 박신양에 대해선 '짜증난다'가 지배적이었다. 이것도 뒤집혔다.

애초에 <마이 프린세스>는 왜 앞서갔으며, 지금은 왜 뒤집혔을까? 박신양은 왜 '짜증난다'는 평가를 들었으며, 지금은 또 그렇지 않을까?

<마이 프린세스>가 앞서갔던 이유는 화사함, 유쾌함, 발랄함, 로맨틱함이 주는 달달하고 신선한 느낌 때문이었다. 대책없이 밝기만 한 김태희의 캐릭터가 그 핵심이었다. 김태희가 설사를 하고 푼수짓을 하면서 울고 웃는 모습이 너무나 신기(?)했기 때문에 폭풍화제를 낳았다. 보고 있노라면 하루의 시름을 충분히 잊을 수 있을 정도로 유쾌했다.

하지만 <마이 프린세스>는 시청자의 가슴을 울리지는 못했다. 이점이 <시크릿 가든>같은 절대 충성팬들을 거느린 작품과의 차이다. 그 인기가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아성의 수준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가운데 설연휴 즈음해서 <마이 프린세스>의 인기를 가능하게 했던 그 핵심이 사라져버렸다. 즉, 유쾌함과 발랄함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답답함과 우울함이 채웠다.

너무나 음울하고 답답해서 보기만 해도 짜증나는 황실재단 이사장의 분량이 많아지고, 역시 짜증 캐릭터인 공주 언니가 돌출하고, 그 외 아무런 매력도 없는 정치인들이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극이 어두워졌다. 하루의 시름을 잊는 것이 아니라 없던 시름도 생길 것 같은 답답한 극이 됐다. 물론 우울한 것도 잘 우울하면 사람을 폐인으로 만든다. <시크릿 가든>의 아픔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마이 프린세스>의 우울은 그런 공감의 우울이 아니라 답답한 짜증의 우울일 뿐이었다.

종합하면, <마이 프린세스>는 본질에서 이탈했다. 그래서 흔들렸다.

반면에 <싸인>은 점점 본질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전문직 수사물'이라는 본질 말이다. 처음 극이 시작됐을 때는 낯설고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갑자기 돌출되는 바람에 거부감이 있었지만, 사건이 본격화되면서 이 드라마 본연의 매력이 살아나고 있다.

이번 설연휴 때 <싸인>은 총격 사건의 혈흔을 하나하나 분석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이런 식의 치밀한 분석 씬은 미드에서나 보던 장면이다. <마이 프린세스>가 발랄과 우울 사이에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할 때 <싸인>은 본질로 치고 들어갔던 것이다. 그러자 몰입도가 상승했다.

박신양의 캐릭터도 점점 안정화되고 있다. 처음에 박신양이 '짜증난다'는 평을 들은 것은 등장하자마자 대뜸 '버럭'질을 해댔기 때문이었다. 국회의원들에게 갑자기 화를 내고, 동료나 후배들에게도 짜증만 내며 자기의 강직함을 과시하는 성격에는 몰입하기가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이 사람 왜 이래?), 박신양이 이전부터 맡아왔던 캐릭터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였다.(아우 또 이런 역할이야?)


그랬던 것이 최근 들어 김아중을 동료로 인정하고 스스로 멘토를 자처하고 나서면서부터 '짜증나는 버럭남'이 아닌 '훈남형 남주' 캐릭터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식의 캐릭터 변화는 <파스타>에서 이선균이 보여줬던 것인데, 그 드라마에서도 이선균이 초반에 짜증난다는 평을 듣다가 막판에는 찬사를 받았었다. 물론 작품의 시청률도 점차 상승했다.

거기에 '연기 지존' 전광렬이 있고, 치밀한 극본이 있고,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가 있고, 적당히 재미있는 감초 캐릭터들이 있다.

반면에 <마이 프린세스>엔 아무 것도 없다. 송승헌은 전혀 자체발광하고 있지 못하며, <시크릿 가든>에서처럼 수많은 조연 캐릭터들이 반짝반짝 빛나지도 않는다. 대본이 특별히 치밀하거나 감각적인 것도 아니다. 딱 하나 유쾌함이란 장점이 있었는데 그게 사라진 것이 문제다.

<시크릿가든>에선 악당 역할인 백화점 상무나 김주원, 오스카 어머니들조차도 의외로 코믹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가슴을 저리게 하는 아픔까지 있었던 것인데 설연휴 즈음에 <마이 프린세스>는 이도 저도 아무 것도 없는 작품이 돼버렸다.

이제 와서 <마이 프린세스>가 극적인 치밀함이나 시청자를 동화시키는 아픔의 정서를 강화하기도 힘들 것이기 때문에, 이 작품은 결국 유쾌함을 회복하는 것이 앞으로의 관건으로 보인다. <싸인>의 경우엔 극적인 치밀함과 배우들의 연기력 '포스'를 지켜가야 할 것이다.

Posted by 하재근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노을이두..싸인 보는데...
    잘 보고가요.
    즐거운 한 주 되세요.

  2. 하하하 2011.02.07 22:53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잘 봤습니다. 그런데 전 글에 동의할수 없는 부분들이 많네요.
    박신양이란 배우는 얼굴이 송승헌처럼 잘생기지 않아도 연기를 잘하기 때문에 멋있게 보는것같습니다. 사람들이 김태희 많이 늘었네 하지만 제 눈에는 전혀 그래보이지 않았어요. 언론플레이 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ㅎㅎ

  3. 저두 싸인보는데 ,ㅎㅎ
    싸인은 정말 매주 재미를 더해가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