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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운널사, 장혁은 조인성을 어떻게 이겼나

 

당초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수목극 세 편 중에서 가장 약체로 꼽혔던 건 주인공의 존재감이 약했기 때문이었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로코퀸’이라고까지 불린 공효진과 함께 무려 조인성의 등장으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조선총잡이>의 경우 한류 스타 이준기의 등장에 더해 조선의 총격액션이라는 기획이 돋보였다. 반면에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제목에서부터 지극히 평범한 기획물 같은 인상이었다.

 

장혁은 최근 들어 이미지가 고착화되면서 관심도가 떨어져가고 있었다. <타짜>, <추노>, <뿌리깊은 나무>, <아이리스2> 등에서 계속해서 무게 잡는 역할만 했기 때문에 식상해진 것이다. 장혁은 <진짜 사나이> 같은 예능에 출연했을 때조차 무게를 잡았다.

 

그런 점에서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장혁에게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여기서 장혁은 그동안의 묵직함, 과도한 진지함을 모두 내려놓고 코믹 캐릭터를 선보인다. 그 신선함이 식상해져가던 장혁 이미지에 심폐소생이 되었다.

 

반면에 조인성은 <괜찮아, 사랑이야> 초중반에 수렁에 빠졌다. 이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라고 알려졌다. 시청자는 달달한 로망과 유쾌함을 기대하며 로맨틱 코미디를 시청한다. 그런데 작품은 사이코드라마 같은 분위기를 선사해줬다.

 

만약 <명량>이 이순신의 위대함이 아닌 다른 장수에게 에너지를 집중했다면 지금의 인기는 없었을 것이다. <군도>는 통쾌한 민란 활극에 대한 기대, 하정우에 대한 기대를 저버려 관객의 공격을 받았다. <명량>은 관객의 기대를 200% 충족시켜줬고, <군도>는 그렇지 않은 것에서 희비가 갈렸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경우엔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기대를 그래도 70% 정도는 충족시켜준 반면 <괜찮아, 사랑이야>은 그렇지 않았다. 이 차이가 장혁에게 신의 선택이 된 것인데, 장나라와 공효진에게도 이 점은 똑같이 적용된다.

 

공효진이 로코퀸에 등극한 것은 <파스타>에서 ‘예, 쉡~’하면서 유쾌하고 로맨틱한 환상을 채워줬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최고의 사랑>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런데 <괜찮아, 사랑이야>는 그렇지 않아도 어두운 분위기에서, 공효진에게 주어진 건 초중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짜증내는 캐릭터였다. 심지어 후배를 구타하기까지 한다.

 

장나라는 단순하고, 귀엽고, 연약한 캐릭터로 로맨틱 코미디에서 시청자가 기대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줬다. 과거 장나라는 코믹 엽기 말괄량이 캐릭터였지만 <운명처럼 널 사랑해> 초중반엔 백마 탄 왕자님에게 설레어하는 가냘픈 캐릭터로 드라마의 달달함에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즉, 작품이 장혁에게 코믹을 장나라에게 로맨틱을 분담함으로서 시청자의 기대를 충족시켰던 것이다.

 

<조선총잡이>의 경우는 통쾌한 조선 총격 활극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우울하고 어둡고 차분한 전개와 함께, 전혀 통쾌하지 못한 구한말 패배의 역사가 그려졌다. 이렇게 보면 수목 미니시리즈 세 작품 가운데에 초중반 시청자의 기대에 가장 부응한 건 <운명처럼 널 사랑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것이 예상을 뛰어넘은 작품의 인기로, 그리고 장혁과 장나라의 재발견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