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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최순실사태가 드러낸 교육계 민낯

 

최순실 사태로 교육계의 충격이 크다. 일단,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정유라 씨의 고교 시절 특혜에 대한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났다. 승마협회 공문을 근거로 공결 처리(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했는데 그 공문이 조작되었다고 한다. 설사 공문이 진짜라고 해도 규정을 어기고 과도하게 대회에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공결 처리를 받을 경우 보충학습 결과물을 제출해야 하는데 그것들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상태로 교과우수상까지 받았다.

 

정유라 씨가 고교 2학년이던 당시엔, 동급생들이 국민신문고에 민원까지 넣어가며 정씨의 특혜를 고발했다고 하니 얼마나 주위 학생들이 분노했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때 정유라씨는 학교에 가지 않았는데도 수행평가 태도점수에서 만점을 받았다. 학생들이 항의하자 담당 교사는 출석을 하지 않아 태도를 평가할 근거가 없다라는 황당한 말을 했다고 한다. 이번 교육청 감사에서 해당 교사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체육부에서 정유라를 방치한다는 미안함에 못난 자식 감싸는 엄마 같은 심정으로 만점을 부여했다고 했다는데 이 말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제부터 학교에 안 나가는 체육부 학생에겐 대한민국 학교가 못난 자식 감싸는 부모 심정으로 만점을 주는 건가?

 

 

정유라 씨의 대학 관련 특혜 의혹도 교육부 감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규정에 어긋나게 입학점수를 줬으며, 심지어 높은 점수를 받은 다른 학생을 밀어내고 정씨에게 특혜를 줬다고 한다. 정씨를 위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 것이다. , 2015학년도 1학기부터 2016학년도 1학기, 여름학기까지 8개 과목의 수업에 단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고 출석 대체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지만 출석이 인정됐고, 심지어 정씨가 과제물을 내지 않자 교수가 직접 과제물을 만들어줬다고 한다. 대리시험과 온라인 강의 대리수강 정황도 나타났다.

 

정유라 씨의 승마 성적도 이상하다. 일단 승마라는 종목 자체가 부모 재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승마는 마73, 마장은 마72’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말의 비중의 큰데, 과거 국가대표 선발전 당시 정씨는 남들은 한두 필로 경기할 때 4필의 말을 끌고 출전해 12번의 시도 끝에 그중 최고점을 기준으로 턱걸이 국가대표가 됐다고 한다. 국내 승마대회에서 석연치 않게 1위를 하기도 했고, 2위를 했을 땐 심판이 불이익을 받고 문화체육부 관료들이 쫓겨났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대 입시를 프리패스했다는 것이다.

 

장시호 씨는 고교 1학년 당시 전교 뒤에서 2~3등 정도했고, 그후로도 최하위권이었는데 석연치 않게 연세대학교에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연세대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인데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은 장시호 씨가 입학할 당시 원래는 체육특기생 선발 종목에 없던 승마가 추가된 것과, 승마 특기생을 뽑는 기준이 이례적으로 낮았다는 점 등이 모두 이상하다고 주장한다.

 

 

과거 영남대 비리 문제도 거론된다. 최태민 씨의 의붓아들인 조순제 씨가 2007년에 녹취록을 남겼는데, 거기에 영남대 이야기가 있었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영남대 이사로 재임했을 당시 최태민 일가 측 4인방이 학교 운영을 좌지우지하며 비리 부정을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법인 재산을 팔아치워 치부하거나, 부정입학 등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탐사보도프로그램에서 보도됐다.

 

과거부터 사학재단은 불투명한 운영과 부정비리로 악명 높았다. 요즘은 과거보단 상황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사학재단에 대한 신뢰성이 낮은 편이다. 최근 정유라 씨도 부정하게 입학한 정황을 보면, 과거 영남대 시절 있었다는 부정입학 비리가 아직까지 근절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이 사학비리에 대해 엄단하는 나라여서 영남대 비리를 그 당시에 엄단했다면 오늘날 최씨 일가의 발호를 예방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영남대 비리가 대충 묻힌 채로 시간이 흘렀고, 태블릿 PC가 보도되지 않았다면 이번 일도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학교를 믿을 수 없다는 것, 교육체제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일로 드러났다. 이 체제 속에서 밤잠을 줄여가며 공부하는 학생들과 그 부모들이 분노하는 것이 당연하다. 오죽하면 정유라 씨의 동급생들이 국민신문고 민원까지 제기했겠는가. 정씨는 돈도 실력이야. 능력 없으면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로 이런 국민들 가슴에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최순실 씨는 정씨가 고등학교를 다닐 당시 수업 중인 교사를 찾아가 수업을 중단시키면서까지 폭언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위세가 당당하지 못한 부모들은 모두 자식 앞에 죄인이 되었다.

 

교육체제는 공화국의 근간이다. 부모의 지위나 재산과 상관없이 본인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평가 받는다는 것이 공화국 교육의 근본 원리다. 바로 여기에 봉건국가와 공화국을 가르는 차이가 있다. 이원종 전비서실장이 연설문 사태를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정상인이라면 믿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규정한 바 있는데, 최씨 일가가 보여준 교육계 농단은 다행히(!)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수준은 아니고 딱 봉건시대에 있을 법한 일이다. 하지만 정상인이 믿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건 같다. 교수가 학생 과제물을 만들어줬다는 건 정말이지 너무나 황당하다. 한국 교육체제의 민낯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이러니 학생과 학부모의 분노가 클 수밖에 없다. ‘수능 끝 하야 시작이라는 말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