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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포켓몬고 유저 700만, 캐릭터의 힘

124일에 국내 출시된 게임 포켓몬고가 일주일 만에 모은 사용자가 698만 명으로 추정된다는 믿기 어려운 수치가 나왔다. 게다가 이것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였다. 아이폰까지 계산하면 훨씬 수치가 커질 것이다. ‘포켓몬고는 이미 해외 시장에서 출시 110일 만에 매출 8억 달러를 돌파해 화제를 모았던 게임인데, 한국에서도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물론 호기심에 한 번 해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이런 열기가 지속적이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상상을 넘어서는 충격파다. 이 사건으로 캐릭터가 얼마나 위력적인 존재인지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포켓몬고정도의 기술력은 우리에게도 있지만, 그 기술에 얹을 캐릭터가 없었다. 

캐릭터의 중요성은 최근 들어 더욱 커지고 있다. 과거엔 주로 아동 시장에서 캐릭터의 존재감이 나타났었지만 요즘엔 성인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키덜트시장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캐릭터 인형을 사은품으로 주자 어른들이 줄을 서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원래 그런 인형은 어린이 세트에 딸린 사은품이었는데, 이젠 어른들까지 대상이 됐다. 

최근 새로 만들어지는 대형 쇼핑몰도 키덜트 매장을 여는 추세다. 기존 쇼핑몰들도 물론 이런 흐름에 대응한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캐릭터 매장이 인기다. 명동 거리에서도 캐릭터 인형과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줄을 선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다. 

문제는 캐릭터 시장에서 우리의 영역이 너무나 미약하다는 점이다. '뽀롱뽀롱 뽀로로', ‘터닝메카드’, ‘또봇등의 인기 캐릭터가 있긴 하지만 주로 아동용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 외에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나 라바정도만 제한적으로 인지도가 있을 뿐이다. 

반면에 미국과 일본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캐릭터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포켓몬고만 하더라도 일본에서 만들어진 캐릭터다. 리우올림픽 폐막식에선 아베 일본 총리가 슈퍼마리오 분장을 하고 나타나며, 일본이 캐릭터 강국임을 과시했다

 

우리나라에서 늘어나는 키덜트 매장에 진열된 상품들도 거의 다 미국과 일본의 캐릭터들이다. 최근 한국에선 이런 캐릭터 상품에 열광하는 오덕후, 혼모노 등이 늘어가고 있는데, 이들이 돈도 안 받고 열정적으로 남의 나라 캐릭터의 홍보 요원 노릇을 한다. 반면에 국내 캐릭터에 그렇게 열정적으로 몰입하는 사람은 드물다. 

한국은 공장에서 물건 뽑아내는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갖췄지만, 그 물건에 담을 무형의 가치를 만드는 능력이 심각하게 결여돼있다는 지적이 그전부터 있어왔다. 바로 이런 여론에 힘입어 박근혜 정부도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를 국가 시책으로 제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것은 구호로만 그치고 말았다. 

차기 정부는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결실을 진짜로 맺어야 한다. 여기엔 캐릭터 산업도 포함된다. 일본처럼 국가지도자가 자랑할 만한 캐릭터들을 육성해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만들기는커녕 기존의 자원도 방치해왔다. 둘리나 머털도사 같은 캐릭터들은 얼마든지 더욱 사랑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들인데 발전시키지 못했다. 그 외에도 찾아보면 아깝게 사장된 캐릭터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이런 캐릭터들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만화와 만화영화 등 콘텐츠 산업을 제대로 키워야 한다 

하지만 이런 명목으로 예산을 잡기만 하면 결국 눈먼 돈이 되어 어디론가 허깨비처럼 사라져버린다고 업계에선 하소연하니 기가 찰 일이다. 문화융성, 창조경제 내걸고 장난질을 쳐댄 최순실 일당을 확실하게 처단하는 데에서부터 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