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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예정화와 AOA 지민 설현 집단사냥, 누가 무개념인가

 

놀랍게도, 걸그룹 AOA의 지민과 설현을 향한 공격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두 사람의 이름이 제목에 걸린 기사엔 으레 악플이 모이는 것이다. 특히 최근 AOA 신곡이 한 음악프로그램에서 1위에 오른 후 지민이 펑펑 울었다는 기사에 조롱하는 댓글이 집중됐었다. 그런 비난으로 인한 그간의 마음고생 때문에 눈물도 난 것으로 보이는데, 거기에까지 비난을 퍼부을 정도로 비정한 네티즌이다. 설현에게도 지민보다는 약하지만 비슷한 비난이 이어진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여름에 터진 악플 사태가 끝이 안 난다. 지민과 설현이 얼마나 큰 잘못을 했길래 이렇게까지 증오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 바로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고 지민이 긴또깡’, ‘이또 호로모미?’라고 하는가 하면 설현은 옆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라고 검색했다는 죄다. 안중근 의사를 몰라보고 심지어 희롱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 때문에 이들은 우리 위인을 몰라본 무개념아이돌의 상징으로 낙인 찍혀 네티즌의 표적이 됐다. 네티즌뿐만이 아니다. 당시 대다수 언론 매체도 지민과 설현의 황당한 무식과 경박한 태도를 개탄하며 단죄에 가담했다. 지민과 설현 사냥에 네티즌과 언론이 공모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민과 설현이 그렇게 잘못했을까? 창졸간에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고 헷갈리긴 했지만 그 다음 나온 말들은 작위적인 느낌이 강했다. , 지민과 설현이 웃기려고 일부러 말도 안 되는 헛소리들을 했다는 얘기다. 퀴즈에 헛소리로 답하는 것은 예능의 관습이다. 긴또깡 등은 그 순간에 그들이 떠올린 가장 말도 안 되는 헛소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헛소리의 대상이 안중근 의사이기 때문에 불경죄가 될 수 있다. 지민과 설현은 해당 장면 촬영이 끝난 후 제작진에게 편집을 요구했다고 한다. 문제를 인지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제작진이 그대로 방송해버리고 말았다. 네티즌이 개탄하는 무개념의 주인공은 지민, 설현이 아닌 프로그램 제작진이었던 것이다. 제작진에게 아이돌 만큼의 개념도 없었다. 

문제는 이것이 최근에서야 비로소 밝혀진 비화가 아니라 당시에도 이미 보도가 다 된 사실관계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네티즌과 매체들은 지민과 설현만을 공격했고, 심지어 네티즌은 아직까지 지민 등을 매국노 취급하고 있다. 제작진을 욕하는 것보다 걸그룹을 욕하는 것이 더 재밌고, 매체 입장에선 장사도 잘 되기 때문일 것이다. ‘걸그룹 욕하는 재미를 즐기는 데에 방해가 된다면 전후사정에 대한 이해 따위는 개나 줘버려라이런 심리. 

최근 예정화가 라디오스타에 나와 악플사태에 대해 해명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탓했다. 지난 연말 예정화가 예능인력소에 출연해 김구라와 김정민의 열애설을 지어내 폭로했다며 네티즌들로부터 맹공격을 당했는데, 그와 관련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사건도 그렇다. 예정화가 당사자들이 없는 자리에서 황당한 폭로를 했으면 문제가 있지만, 해당 방송에선 김구라와 김정민이 현장에 있었다. 그 자리에서 예정화가 열애 소문에 대해 물었고, 신봉선 등이 분위기를 띄우다가 김구라, 김정민이 아니라고 해서 끝난 에피소드다. 예정화가 돌출발언을 한 것도 아니도 토크주제 자체가 열애설과 해명이었다. 예능 현장에서 흔히 있는 해프닝에 불과할 뿐, 특별히 문제 삼을 도 안 되는 일이다. 

이러한 사실관계 역시 당시 다 알려졌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예정화를 맹비난했다. 욕하고 싶은데 사실관계가 걸리적거리면 하게 무시해주는 센스일까. 이런 예능프로그램에선 토크 떡밥을 작가들이 준비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그날도 역시 예정화는 작가가 든 스케치북 속 내용을 말했다고 한다. 이런 예능의 관습을 잘 알 법한 매체들까지 예정화 비난에 가세했다. 한 매체는 당시 제작진이 준비해준 토크를 했다는 예정화 측에게, ‘침묵을 지키던 그가 꼬박 하루가 지난 후 제작진 핑계를 대기 시작했다. 경솔한 말실수로 시작된 논란. 그의 의도대로 이 책임을 전가할 수 있을까라며 준엄한 비판을 보내기도 했다. 

이렇게 앞뒤 정황 따지지 않고 욕부터 하고 보는 네티즌들이 있는데, 멀쩡한 매체들까지 그런 집단 사냥에 가담한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바로 이런 것이 악플의 논리다. 때리고 싶으니까 때리는 것. 일단 건수가 잡히면, 일단 찍히면 앞뒤 안 가리고 제물로 삼는 것. 굳이 정황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는 것. 

긴또깡사태의 경우는 독립운동의 민족사가 연관됐기 때문에 명분이 특히 좋았다.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우리는 선, 우습게 보는 너희는 악. 이렇게 선악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에 아무런 가책 없이 집단 사냥에 나설 수 있었다. 이때부터 표적은 가상의 샌드백이 된다. 마음껏 공격해 스트레스를 풀어도 되는 몰인격의 존재로 공인되는 것이다. 묻지마 화풀이, 사유 없는 증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진짜 무개념은 지민 등이 아니라 그들을 때리는 대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성찰이 없으면 우리 사회는 점점 더 황폐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