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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강동원의 사과와 괴상한 시대

강동원이 외증조부 관련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외증조부인 이종만이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임전보국단의 이사로 활동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친일파라고 해서 인터넷이 뜨거웠었다. 이종만은 일제 당시 평안북도 광산왕인 거부였는데 일제 당국에 지원금을 냈다고 한다. 

논란의 핵심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이종만의 친일 행적과 관련된 한 게시물이 삭제조치됐는데, 강동원이 그것을 요청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또 강동원이 과거 인터뷰에서 저희 증조할아버지도 예술이에요. 성함은 이종만 씨인데요라며 외증조부를 미화했다는 것이 알려져 논란이 더욱 커졌다. 강동원이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다는 의혹에 대해 소속사인 YG 측이, 자신들이 강동원을 대리해 요청했다고 해명했지만 강동원 본인은 뭐하고 소속사만 나서느냐면서 비난의 화살이 거세졌다. 결국 강동원 본인의 사과가 나온 것이다. 

강동원은 과거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점, 미숙한 대응으로 논란을 일으킨 점, 빠른 시간 내 제 입장을 말씀드리지 못한 점등 자신의 잘못을 조목조목 사과했다. 그리고 외증조부의 부끄러운 과거를 분명히 적시하고, 앞으로 부끄러운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힘을 보탤 것이며, 역사에 대해 더욱 공부하고 반성하겠다고 했다. 

논란 초기 매우 부정적이었던 여론은 사과 이후 호전되기 시작했다. 문제를 깨끗이 인정한 것에 사람들도 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구차하게 변명하고, 애매하게 사과를 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닌 같기도 사과를 했다면 자살골이었겠지만 분명하고 확실한 사과가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됐다 

강동원에게도 억울한 점은 있었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이종만이 1급 친일파이고 일제의 위안부 사업에 자금을 댄 대단히 악질적인 사람인 것처럼 소문이 돌았는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친일파에 1급 같은 개념은 있지도 않고, 위안부 자금설도 거짓이라고 한다. 어두운 역사를 밝히는 건 좋지만 그것이 모함과 날조로 얼룩진 마녀사냥이어선 안 된다. 이종만은 일제에 헌금도 했지만 나중엔 재산중 상당액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참회도 했다고 하니 악질이라고 단정하기엔 무리가 있다. 강동원은 이런 부분들을 따지지 않고 깨끗하게 사과했다. 소속사 탓을 하지도 않고 모두 저의 잘못이라고 했는데 여기에 민심이 움직였다. 

서양에선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조상의 부끄러운 과거를 드러내 대중의 인정을 받았다. 컴버배치의 조상은 과거 악덕 노예 농장주였고, 그렇게 쌓은 부로 그의 집안은 상류층의 생활을 했다. 컴버배치의 아버지도 배우였는데 예명으로 집안을 감췄다고 한다. 컴버배치에게도 어머니가 본명을 쓰지 말라고 했으나 컴버배치는 분명히 집안을 드러내면서 과거를 사죄하는 의미로 노예 12등의 흑인 영화에 출연했다. 이런 태도를 대중이 인정해준 것이다. 오드리 헵번은 아버지가 과거 나치 당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평생 봉사행을 이어가 찬사를 받았다 

이번 강동원 논란에서 우린, 과거사 문제를 대하는 해결책을 알 수 있다. 깔끔히 인정하고 반성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 일부 지도층은 친일역사를 밝히려는 노력에 연좌제라며 한사코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 조상의 친일 행적이 드러나기라도 하면, 절대로 인정하지 않으며 거꾸로 조상 미화에 안간힘을 쓴다. 바로 그런 태도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박근혜 대통령도 사법살인 같은 아버지대의 잘못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곤욕을 치렀다. 

강동원처럼 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을 너무 어렵게들 만든다. 그런 점에서 강동원은 이번 사태로 우리 사회 지도층에게 두 가지 모범을 보였다. 첫째, 친일 등 과거사 논란에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가, 둘째, 일이 터지면 애매한 사과로 질타를 받곤 하는데 어떻게 수습해야 하는가. 공인도 아닌 일개 연예인 강동원이 공인들에게 모범을 보인 것이다. 연예인이 개인 문제에 대해 공인들보다 더 질타를 받고, 공인들보다 더 엄격한 본을 보이는 괴상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