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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노론이 박제한 사임당을 이영애가 깨려 했지만

 

이영애의 복귀작인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이 방영되고 있다. 2004대장금이후 13년만의 드라마여서 국제적으로 기대가 모아졌던 작품이다 

이영애가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이미지 전략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산소 같은 여자1기 이미지였고 대장금2기 이미지였다면, 결혼해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새로운 3기 이미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사임당은 한국을 대표하는 어머니상이다. 그래서 이영애의 상황과 잘 맞는다. 그녀가 국가대표 어머니 이미지를 획득한다면 계속해서 톱스타로 군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시대가 달라졌다. 더 이상 신사임당 같은 현모양처를 이상적인 어머니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임당은 신사임당을 현모양처라는 틀에서 꺼낸다 

신사임당을 현모양처 틀에 집어넣은 것은 조선 사대부였다. 서인에서 노론으로 이어지는 송시열 등 조선 주류 사대부들은, 자신들의 시조격인 율곡 이이를 한껏 높였다. 그러기 위해서 율곡의 어머니인 신사임당까지 신성시했다. 노론이 숭상한 성리학에서 여성은 남편을 받들고 자식에게 헌신하는 부인이요 어머니여야 했다 

그래서 스스로 호를 지을 정도로 주체적인 여성이자 예술가였던 신사임당을 전형적인 조선의 효부 이미지로 만들었다. 조선 여인들은 모두 신사임당을 따라 헌신적인 부인이요 어머니가 돼야 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 당국이 그것을 이어받는다. 이때 양처현모라고 들어온 말이 나중에 현모양처가 되는 것인데, 바로 신사임당을 군국의 어머니로 포장하며 전시동원체제를 헌신적으로 뒷받침하는 양처현모로 만들었다. 해방 후 박정희 시대엔 신사임당을 한국적 부덕의 사표로 떠받들었다. 역시 조국근대화를 뒷받침하는 현모양처 이미지였고 육영수 여사의 이미지와 연결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신사임당은 전통적 현모양처의 상징이요 한국 여성의 모범이 됐다. 과거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여성들이 직업을 가지기보다 현모양처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었는데, 신사임당의 이미지가 이런 관념과 연결됐기 때문에 여성단체 등에서 문제점을 지적했었다. 

사임당은 바로 그러한 틀에서 신사임당을 꺼낸다. 남편에게 순종하는 내조의 여왕이 아닌, 주체성과 예술혼을 가진 당당한 워킹맘으로서의 신사임당을 그리겠다는 것이다. 송시열이 박제한 사임당을 이영애가 깨는 구도다. 그것이 원래의 신사임당과 맞기도 하고, 21세기 여성의 사회진출하고도 어울린다. 

바로 그러한 이미지 재정립을 통해 신사임당을 현시대 주부들의 로망으로 재탄생시키고 그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이영애에게 전이되도록 하는 것이 사임당의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다. 타임슬립 설정부터 문제였다. 하필이면 바로 직전에 도깨비’, ‘푸른 바다의 전설등이 전생을 오갔기 때문에 시작부터 식상했다. 이영애를 꿋꿋한 워킹맘으로 만들기 위해 엄청난 고생을 시키면서 동시에 매 장면이 화보일 정도로 우아하게 표현했는데, 이것도 문제였다. ‘고생 코스프레처럼 보인 것이다. 이영애가 가정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부각시키는 과정에서 가족 전체가 비호감이 되기도 했다. , 극과 인물들이 이영애를 받쳐주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져 극의 활력이 줄어들었다 

과도하게 극적 긴장을 만들다보니 살인이 난무하는 종이 대결이 등장해 시청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극단적 대결과 극단적 고생으로 사임당을 띄우려 했지만 실제 역사와 너무도 달라 몰입을 방해했다.

이제 극은 중반부가 마무리되고 신사임당이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종반부로 진입했다. 앞으론 신사임당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