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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K팝스타도 가고 슈퍼스타K도 가고

 

‘K팝스타시즌 611살 소년들인 보이프렌드 우승으로 종영했다. 이번 시즌의 부제는 더 라스트 찬스’, 즉 마지막 기회였다. 이번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는 뜻이다. 지난 연말엔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원조인 슈퍼스타K’2016년 편이 끝났는데, 2017년 편은 방영 계획이 없다. 사실상 슈퍼스타K'도 막을 내린 모양새다.

2009슈퍼스타K'가 시작된 이래 오디션은 한때 국민적 열풍을 일으켰었다. 특히 2010년에 허각이 슈퍼스타K'에서 우승하자 TV 정규뉴스가 다룰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당시 허각과 존박이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는데, 존박은 유학파 귀공자 이미지인 반면 허각은 중졸에 환풍기 수리공 출신 흙수저 이미지였다. 그런 허각이 존박을 누르고 우승한 것이다.

 

신분상승의 사다리가 부러진, 그래서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 절망의 시대. 상층과 하층을 구분하는 결정적 지표가 학벌과 영어다. 그래서 허각에게 존박은 넘사벽으로 보였는데 보란 듯이 실력으로 이겨낸 것이다. 현실에서 학벌과 영어라는 장벽 앞에 절망하는 수많은 흙수저들이 내 일처럼 기뻐했다.

이제 오디션은 개천에서 승천할 수 있는 유일한 사다리로 부각됐다. 원래 교육제도가 사다리 역할을 해야 하지만, 한국에서 교육은 오히려 양극화를 고착화하기 때문에 오디션이 대안으로 떠오른 셈이다. 마침 한류 열풍 등으로 연예계의 위상이 수직상승해서 신분 사다리의 의미가 더 커졌다. 그래서 열풍이 터진 것이다.

 

각 방송사들은 경쟁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에 나섰다. 오디션 거품론이 나올 정도였다. 그랬던 열기가 식은 건 오디션이 사다리가 아니라는 진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오디션으로 인생역전할 줄 알았던 오디션 스타들이 대부분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거나 그저그런 신인가수로 남았다. , 외모중심 아이돌에 대한 반발로 오디션의 실력파에게 열광했었는데 나중에 불후의 명곡등에서 보니 아이돌이 가창력면에서나 퍼포먼스면에서나 오디션 출연자보다 월등했다. 오디션 출연자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이 여타 일반인 예능에 줄줄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오디션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것이다.

그래서 한땐 거품을 걱정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이 이젠 전멸 위기에 직면했다. 물론 프로듀스 101’, ‘쇼미더머니등의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특정 부문에만 국한된 오디션이라는 한계가 있다. 이대로 종합오디션 프로그램을 떠나보내도 되는 것일까?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진정한 중요성은 신분상승 사다리 같은 상징적 의미가 아닌 신인 뮤지션의 발굴이라는 대중음악계의 실질적 의미에 있다. 현재 신인 뮤지션 발굴을 하는 것이 각 기획사인데 기획사는 그들 입맛에 맞는 인재만을 발탁한다는 한계가 있다. ‘슈퍼스타K'에서 서인국, 조문근, 허각, 장재인, 울랄라세션, 버스커버스커, 딕펑스, 곽진언, 김필, 김영근 등이, 그리고 ’K팝스타에선 악동뮤지션, 박지민, 이하이, 케이티 김, 안예은 등이 발굴됐는데 이들이 과연 기존 기획사 체제에서 조명 받을 수 있었을까?

최근 드라마 역적을 보며 시청자들이 독특한 엔딩곡에 놀랐다. 바로 안예은의 음악들이었다. 봄을 대표하는 노래로 가요계의 이정표가 된 벚꽃엔딩은 버스커버스커가 발표했다. 오디션은 바로 이런 다양한 자양분을 K팝에 제공해왔다. 오디션이 사라지면 그런 재능이 빛을 볼 기회도 사라진다. 또 다른 오디션을 기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