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 영상 칼럼

슬기로운 감빵생활, 그 어려운 걸 해냈다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시청률 10%를 넘어 수목드라마 동시간대 전체 1위에 올랐다. 이 성과가 놀라운 것은 배경이나 등장인물이 단조로울 수밖에 없는 감옥생활을 소재로 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보통 감옥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은 감옥에서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을 활용하게 마련이다.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던 미국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가 대표적이다. 과거에 유명했던 영화 빠삐용도 그렇다. 지성에게 연기대상을 안겨준 SBS ’피고인도 탈옥하는 이야기였다. 단순히 탈옥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극한의 분노와 절절한 슬픔으로 감정을 한껏 끌어올려 긴장감을 유지했다. 이런 식의 초고강도 ’MSG' 처방 없이도 과연 감옥생활이라는 단조로운 소재가 통할 수 있을까? 보통은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그 어려운 걸 해냈다.

 

스타투수 김제혁이 여동생의 성폭행범을 쫓다가 과실치사범이 되어 감옥에 갇힌다는 이야기다. 초반은 구치소, 중반부터는 교도소에서의 일상이 그려졌다. 겨우 구치소에서의 인물과 스토리에 익숙해질 만하니까 교도소로 이동하면서 판을 다시 깔았다. 이러면 시청자의 몰입이 깨져서 시청률을 올리기가 어려워진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그걸 또 해냈다.

 

더 놀라운 것은 스타배우로 시청자를 유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이돌 출연도 최소화했다. 일단 주인공부터가 박해수다. 안방극장 시청자들이 대부분 몰랐을 이름이다. SBS ‘육룡이 나르샤에서 이지란 역할로 잠시 눈도장을 찍었을 뿐 TV에선 생소했던 배우다. 박해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생각을 누가 할 수 있었을까? 교도소에서 같은 방을 쓰는 최무성, 박호산, 정민성, 정해인, 이규형 등도 시청자에게 친숙한 배우들이 아니다.

소재는 소재대로, 배우는 배우대로, 성공 요소가 준비되지 않은 무슬기드라마인 것 같았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따뜻하고 진정성 있는 사람이야기는 결국 통한다는 진리를 묘파한 진정 슬기로운 드라마였다. 재소자들을 평면적으로만 그린 것이 아니라 한 명 한 명의 사연에 집중해 입체적 캐릭터로 구현하고 인간적 스토리와 관계를 부각시켜, 누구나 몰입할 수 있는 휴먼드라마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낯선 배우들의 매력이 한껏 살아났다. 문래동 카이스트 역할의 박호산이 대표적이다. 처음엔 생소한 남성이 안 좋은 발음으로 말하는 역할이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그 코믹하고도 인간적인 마성에 신드롬이 나타났다. 하차 후에 시청자들이 카이스트 타당해(사랑해) 도다와 도다와(돌아와)’를 연호했다. 이규형은 그동안 강렬한 악역이미지로 굳어졌던 배우였는데 여기선 귀여운 캐릭터로 기용돼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악역이미지가 강했던 최무성의 인간미도 부각됐다.

캐스팅에 신기가 있다는 신원호 PD 팀의 작품이다. ‘응답하라시리즈를 성공시킨 장본인인데, 여기선 복고와 삼각멜로라는 흥행코드를 빼고도 휴먼스토리 하나로 또 대박을 쳤다. ‘응답하라시리즈의 성공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완전히 증명한 셈이다. 지상파 방송사였다면 무흥행코드 무스타주연인 이런 작품이 편성될 수 있었을까? 휴머니즘을 믿은 신원호 PD팀과 모험을 선택한 tvN슬기가 빛을 발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