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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1987에 자유한국당이 강철비 맞불을 놓는 이유

강철비에 의외로 보수가 반응하고 있다. ‘1987’에는 그런 영화도 있냐?’고 묻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강철비는 보겠다고 했고, 나경원 의원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철비상영회를 열어 단체관람에 나섰다

이것이 의외인 것은 강철비의 감독이 변호인을 만든 양우석 감독이기 때문이다. ‘변호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영화로 직전 보수 정권에서 단단히 미운털이 박힌 작품이었다. 그런 양 감독의 신작에 보수 쪽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니 특이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강철비개봉 직후 진보 성향 네티즌의 찬사가 이어졌기 때문에 더욱 기이하다.

 

일단 여권에서 ‘1987’을 띄우는 것이 한 이유라고 하겠다. 여권에서 영화로 분위기를 띄우면 야권에서도 맞불을 놔야 하는데, 마침 북핵 문제를 다룬 강철비가 평소 안보 이슈를 강조하던 야권 취향에 부합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당첨된 것이다

영화 내용도 보수 정당의 입장과 통하는 면이 있다. 이 영화는 북의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남측에 핵공격을 감행한다는 내용이다. 급조된 공격이 아니라 사전 시나리오까지 작성된 치밀한 공격이다. 서울 바로 북쪽까지 땅굴을 파놓고, 핵폭발로 전자장비를 무력화시킨 다음 정예병을 일시에 땅굴로 진출시켜 수도권과 미군기지를 장악한다는 작전계획이 바로 그 시나리오의 내용이다.

 

바로 이 부분이 보수의 시각과 통한다. 보수 쪽에선 북핵이 단순히 체제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대미 협상용이 아닌, 대남 공격용이라는 주장이 나왔었다. 영화가 그것을 아주 구체적으로 구현했기 때문에 보수가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영화가 대남 핵공격의 동기까지 설득력 있게 그리지는 못했다. ‘대북 제재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죽을 판이기 때문에 핵을 써보기나 하자, 남쪽에 있는 미군을 볼모로 잡으면 미국이 북한 말을 들어주지 않겠느냐는 것이 영화 속 북 군부의 논리다. 하지만 중국이 버티고 있어 가만히 있으면 죽을 리가 없고, 전쟁을 일으키는 순간 한미동맹의 반격으로 즉시 패망할 것이 너무나 뻔하기 때문에 영화가 제시한 논리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결국 설득력 없는 논리로 전쟁 위협을 과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북이 남한을 공격하는 과정이 실감나게 그려진 대목이, 평소 북의 위협을 강조해온 보수의 정서와 맞아떨어진다. 막판에 남과 북이 핵무기를 나눈다는 설정도 보수의 정서와 통한다. 보수정당 쪽에서 그동안 핵무장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보수정당이 여권의 ‘1987’ 관람 열풍에 강철비맞불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철비가 꼭 보수 정서만 대변하는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은 어떤 이유로도 한반도 전쟁은 안 된다라고 할 수 있다. ‘제한적 북폭’, ‘군사적 옵션등을 쉽게 거론하는 보수 정서와는 다르고, 절대 전쟁 불가를 외치는 민주 계열과 통하는 시각이다. 서로에 대한 말폭탄과 강경책이 돌이킬 수 없는 우발적 참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절대적으로 인내해야 한다는 게 영화의 기본적인 내용이다.

 

이렇게 보면 결국 강철비엔 보수 떡밥과 진보 떡밥이 모두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각자의 입장에서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며 자위할 수도 있고, 또는 이 영화를 통해 다양한 관점에 공감하고 폭 넓은 시야로 토론에 나서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게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작품인 것이다.  

게다가 재미있기까지 하다. 현재 주요 흥행작 중에서 영화적 재미로는 강철비가 으뜸이다. 이런 작품이 스크린을 잡지 못해 보다 많은 관객과 만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강철비신과 함께와 다른 점은 눈물을 쥐어짜지 않는다는 것인데, 눈물폭탄이 없으면 핵폭탄으로도 대흥행이 불가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