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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이상한 서우, 칙칙한 송지효의 대역전

 

요즘 두 명의 여배우에게 인생의 전기가 닥쳤다. <탐나는도다>의 서우와 <패밀리가 떴다>, <야심만만2>에 연이어 출연한 송지효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송지효는 모처럼 주목받고 있으며, 서우는 데뷔 이래 최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특히 송지효는 사람의 이미지가 반전되는 것이 한 순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이 두 여배우가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는 코드는 같다. 바로 ‘귀여움’과 ‘건강함’이다. 마냥 귀엽기에는 송지효에겐 유감스럽게도 나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어쨌든 지난 주말 서우와 송지효는 한국에서 가장 빛나는 ‘귀여움의 아이콘’이었다.


- 이상했던 서우 -


<탐나는도다>를 기다렸던 건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바로 서우가 나오는 작품이어서다. 서우는 <미쓰 홍당무>에서 주인공의 딸로 나왔었다. 이 작품으로 그녀는 주요 영화상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주목 받았다.


<미쓰 홍당무>는 작품 자체도 이상했고, 공효진의 캐릭터도 이상했었는데 서우의 캐릭터는 그에 못지않게 이상했다. 4차원 영화 속의 4차원 캐릭터? <미쓰 홍당무>를 안 봤다면 한번 보길 권한다. 이상해서 매력적인 영화다.


서우의 존재감은 강렬했다. 하지만 대중적인 주류 스타의 느낌은 아니었다. 서우가 처음으로 널리 이름을 알린 ‘옥메와까 엉짱댄스’도 강렬한 느낌과 이상한 느낌을 함께 줬었다.


<탐나는도다>에서 서우는 비로소 보편적인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바로 누구에게나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는 귀여움과 건강함이다. 거기에 섹시함까지 보탰다. 현대극에서 그렇게 계속 벗고 나왔다면 거부감이 있었겠지만, 제주도 해녀라는 설정과 천연덕스러운 표정 때문에 노출도 귀여움 속으로 갈무리됐다. 걸그룹 열풍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녀의 귀여운 섹시는 요즘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코드이기도 하다.


제주도 배경의 사극이라고는 하지만 트렌디 퓨전 사극이기 때문에 칙칙하거나 구태의연하지 않다. 최근 방영되는 드라마들 중에서 압도적으로 우월한 ‘때깔’로 화사한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그 속에서 서우는 물 만난 고기처럼 펄떡이고 있다.


<탐나는도다>는 서우의, 서우를 위한, 서우에 의한 작품인 것이다. 그녀의 짙은 눈망울과 생기발랄한 표정을 다채롭게 부각시켜주는 CF 연작처럼 느껴질 정도로, 이 작품에서 서우는 빛을 발하고 있다. 오랜만에 트렌디 드라마의 어린 주연에게서 연기력 논란이 터져 나오지 않을 정도로 연기력도 발군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서우는 2009년에 얻은 최대의 수확 중 하나로 기억될 전망이다.


- 칙칙했던 송지효 -


송지효는 <여고괴담> 3탄으로 혜성같이 나타났었다. 하지만 그 이후 계속해서 이상하게 존재감이 없었다. <여고괴담> 4탄의 김옥빈이 승승장구할 때 송지효는 항상 그림자 속에 있었다.


김옥빈이 크게 화제가 됐던 건 춤 때문이었다. 이번에 송지효가 <패밀리가 떴다>에서 화제를 모은 것에도 춤의 영향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전지현도 춤 때문에 여신으로 등극했다.


송지효의 춤은 김옥빈이나 전지현의 경우완 달랐다. 후자는 너무나 잘 춘 경우고, 송지효는 못 춰서 화제가 됐다. 후자는 섹시했고 송지효는 귀여웠다. 이번의 귀여운 춤이 송지효에게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은 그동안 송지효의 이미지가 칙칙했기 때문이다.


송지효하면 떠오르는 건 우울한 눈빛, 그림자가 드리워진 얼굴이었다. 서우처럼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카리스마도 없었다. <궁>에선 윤은혜 때문에 보이지도 않았고, <주몽>에서도 무의미했으며, 가장 최근의 화제작인 <쌍화점>도 주진모와 조인성의 작품으로만 기억될 뿐이었다. 칙칙한 와중에 존재감조차 희박했던 비운의 여배우였던 셈이다.


이 모든 것을 최근에 한방에 날려버렸다. <패밀리가 떴다>와 <야심만만2>에서 송지효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 칙칙한 얼굴 속에 그렇게 밝은 미소가 숨겨져 있었다니. <패밀리가 떴다>에서 보여준 그늘 없는 귀여움과 건강한 명랑함은 송지효 이미지의 대역전이었다. 그녀의 미소는 보는 이의 마음마저 밝게 만들만큼 환했다. 대스타들이 포진한 <패밀리가 떴다>에서 자체발광으로 부각될 만큼 존재감에도 혁명이 일어났다.


뿐인가. <야심만만2>에선 예능감까지 선보였다. 강호동과 충돌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메인 테마로 만든 것이다. 여러 여배우들이 나왔던 그 자리에서 송지효가 사실상의 주인공이었다. 누가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라 그녀 스스로의 존재감이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몰고 갔다.


송지효가 두 번의 예능 출연으로 자신의 얼굴에 드리운 칙칙한 그림자를 벗어버렸다면, 서우는 재능이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녀들은 ‘장난기 가득한 개구장이 미소 천사‘로 최고의 한 주를 맞았다. 송지효는 어디서 뭘 하다가 이제야 그런 웃음을 선보였는지, 이건 애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