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박봄의 후덕해진 몸매가 화제가 됐습니다. 얼굴에도 통통하게 살이 올랐더군요. 네티즌은 약간 튀어나온 박봄의 뱃살에 명품복근이라는 반어법적인 별명을 선사했습니다. 이 별명을 진짜로 알아들은 기자가, 박봄이 명품복근을 들고 나타났다는 기사를 쓰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많은 네티즌이 박봄의 변화를 비난했습니다. 자기 관리에 소홀하다는 얘기도 있고, 보기 싫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다 맞는 얘기지요. 철저한 자기 관리를 안 한 것도 맞고, 요즘의 미적 표준에 비추어 조금 떨어지는 모습인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왠지 정이 갑니다. 뭐랄까, 인간적인 여유가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박봄의 이런 몸매에 여유를 느끼는 것은, 워낙 현재의 트렌드에 역행하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는 살인적인 다이어트 강박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에스라인, 청순글래머, 꿀벅지 등 볼륨감을 갖추면서도 44사이즈라는 날씬함을 유지해야만 한다는 강박이 건국 이래 최고조로 치솟았지요.
걸그룹은 바로 이 시대의 외모강박, 몸매강박을 상징하며 선도하는 존재입니다. 소녀시대가 몸에 짝 달라붙는 스키니진을 입고 날씬함의 기준을 한국사회에 세웠지요. 얼마 전엔 소녀시대의 하루 음식 섭취량이 깜짝 놀랄 만큼 적어서 화제가 된 적도 있습니다. 카라도 ‘화끈한’ 다이어트를 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었습니다.
걸그룹 멤버들이 잘 하는 얘기가 있지요. 하나는 ‘졸립다’이고, 또 하나는 ‘배고프다’입니다. 기획사가 그만큼 걸그룹을 철저하게 다그친다는 소립니다. 잠도 못 잘 만큼 활동시키면서 몸매 관리 때문에 밥은 못 먹게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걸그룹 멤버들이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내보이는 식탐이 때로는 안쓰럽기도 합니다.
걸그룹이 상징하는 이 몸매강박 시대에서 여성들은 날씬함을 유지하느라 살인적인 다이어트에 임합니다. 한창 자랄 나이인 아이들마저 건강을 내팽개치고 다이어트를 하지요.
대구보건대학 건강다이어트과의 조사에 의하면, 몸무게가 정상인 여대생 중 86퍼센트가 ‘체중이 창피해서 감량이 필요하며, 비만교실에 참여할 생각이 있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정상체중에 미달인 여대생마저 자신이 비만이라고 생각한다네요.
극단적으로 날씬한 걸그룹의 모습이 이런 사회심리를 점점 더 강화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게 강화된 날씬함의 기준은 다시 걸그룹에게로 돌아가 더욱 살인적인 다이어트를 그녀들에게 강요할 겁니다. 악순환이지요.
세계적으로 다이어트의 문제가 심각해지자 몇몇 나라에서는 너무 마른 모델이 무대에 서는 것을 아예 금지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연예인들의 몸매가 사회의 미적 기준이 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들이 너무 마른 모습을 보이면 ‘건강함’이 비만으로 낙인찍혀 몸을 해치는 다이어트가 성행하기 때문이지요.
남녀를 불문하고 지방에 대한 전쟁이 선포되고 있는 요즘입니다. 남자들도 근육을 보이기 위해 몸에서 지방을 걷어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과도하게 지방을 걷어낸 결과 얼굴이 급속히 초췌해지거나, 노안이 된 남자 배우들이 속출합니다. 가장 최근엔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의 송일국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근육에만 열광하던 시청자들도 배우들의 얼굴까지 망가지자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뭐든지 너무 지나치면 안 좋은 겁니다. 당연히 다이어트도 그렇지요. 편중된 음식물 섭취로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무리한 시술로 생명까지 위협하고, 더 나아가서는 TV에서 비치는 모습이 미적 표준이 됨에 따라 사회적 차별까지 나타납니다. 실제로 걸그룹처럼 날씬하지 못한 여성이 당하는 차별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하지요.
날씬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욕설을 듣거나 인간적으로 무시당하는 사례도 있고, 뚱뚱한 사진 때문에 악플에 시달렸던 어떤 이는 수 년 간이나 집밖 출입을 못할 정도로 정신적 상처를 입기도 했습니다.
이런 다이어트 광풍의 시대에, 비인간적일 정도로 철두철미한 걸그룹 몸매관리가 너무나 당연한 시대에, 당대 최고 인기 걸그룹 중 하나인 2NE1의 박봄이 전혀 엉뚱한 모습을 보여준 겁니다. 호빵 같은 얼굴과 후덕한 몸매를 하고는, 아주 태연하게 몸에 달라붙는 의상을 입고 나타난 것이죠. 그래서 박봄의 사진은 충격적인 이미지였고 많은 네티즌이 반응한 것이었겠죠.
개인적으론, 충격은 충격인데 즐거운 충격입니다. 팽팽히 당겨진 줄처럼 긴장된 분위기에 슬핏 웃음을 머금게 한다고나 할까요. 관리하지 않은 몸이 불쾌하다기보다는, 서두에 말했듯이 인간적인 여유를 느끼게 합니다. 어차피 정식 활동기간이 되면 박봄도 다시 관리를 해서 날씬함으로 돌아가겠지만, 1년 365일 연중무휴 관리체제에서 벗어난 것만 해도 한결 푸근합니다.
그나저나, 일반인까지 다이어트 강박에 빠져있는 분위기인데 걸그룹 멤버인 박봄의 ‘무신경’(?)이 놀랍네요. 왠지 정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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