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버라이어티에서 빠졌던 유재석이 복귀를 결정했다고 한다. SBS의 <일요일이 좋다>에 월드컵이 끝난 직후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MBC와 SBS가 유재석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었는데 결국 SBS를 선택한 것이다.
어느 정도는 예상됐던 일이다. 지상파 방송사 3곳 중 2곳에서 이미 유재석은 MC를 맡고 있다. 나머지 하나와 척을 질 것이 아니라면 새 프로그램은 SBS에서 하는 게 순리였다. 강호동도 MBC, KBS, SBS에서 골고루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그렇긴 한데, 우려되는 건 요즘 SBS의 모습 그리고 <패밀리가 떴다>의 기억 때문이다.
최근 SBS는 ‘국민 밉상’에 등극했다. 월드컵 중계에서 보인 지나친 독점욕 때문이다. 네티즌은 ‘막가파 독점’이라며 SBS를 비난하고 있다. 그야말로 브랜드 이미지가 최악으로 추락한 것이다.
이것은 SBS가 지상파 3사 중에서 가장 상업성을 중시하는 방송임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물론 MBC, KBS도 상업적이긴 하지만 SBS가 그런 경향이 더 강하다.
상업성은 종종 자극성, 무리한 가식적 설정 등으로 나타난다. 남녀 연예인의 연애라인에 집착한다든지, 폭로를 주도한다든지, 석연치 않은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패밀리가 떴다>는 그런 이유로 인기가 하락했었다. <패밀리가 떴다2>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패밀리가 떴다>는 유재석의 이미지를 갉아먹었었다. 유재석은 인간미, 솔직함, 신뢰성 등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연예인이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작위적으로 느껴지자 유재석 본인의 이미지와 충돌하면서 그의 신뢰성에 금이 갔던 것이다.
강호동도 유독 SBS의 프로그램에서만 비난을 당하고 있다. <무릎팍도사>나 <1박2일>에서는 국민적 찬사를 듣지만, <스타킹>이나 <강심장>에선 작위성, 자극성, 상업성 등으로 비난을 듣는다. 프로그램에서 하차해달라는 네티즌의 호소도 종종 볼 수 있다.
유재석은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할 당시 이것보다 훨씬 큰 타격을 받았었다. 프로그램이 신뢰를 잃으며 ‘유가식’이라는 악플이 대량으로 유포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것은 유재석에게 가장 뼈아픈 사태였다.
유재석의 SBS행은 당연한 선택이지만 이런 점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유재석은 <패밀리가 떴다>에서 기껏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고군분투하며 프로그램을 살려놓고 나중에 악플을 당했다.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즉 유재석이 상업성의 모래지옥에 함몰돼선 안 되는 것이다. 새 프로그램은 상업성, 지나친 자극성, 작위성, 가식적 설정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그래야 유재석의 인간적인 이미지에 금이 가지 않을 것이다.
SBS 자체도 지금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려면 인간적이고 신뢰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일요일 저녁 때 <패밀리가 떴다>에서 <패밀리가 떴다2>로 이어지는 작위성의 행진이 결국 시청자의 냉정한 외면을 받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방송사 이미지가 최악으로 추락한 후 바로 이어지는 유재석의 SBS행이 우려되긴 하지만, 일요일 저녁 시간대의 경쟁이 다시 활발해지는 것만큼은 긍정적이다. 다만 이제 막 기지개를 펴고 있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양대 국민MC와의 경쟁으로 너무 위축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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