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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이효리 죽이기 구도로 가고 있다

 

이효리가 여태껏 자신에게 청혼한 사람이 없었고, 3년 안에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 내용 자체야 이효리의 사생활이니까 그런가보다 할 일이다. 문제는 이런 기사가 나온 시점이다. 왜 지금이어야 하는가?


이효리는 얼마 전 희대의 표절 사건에 연루됐다. 물론 이효리는 피해자이지만 프로듀서로서의 책임에서 100% 자유로울 순 없는 처지다. 그래서 이효리도 스스로 ‘도의적 책임’이란 말을 한 것 아닌가. 게다가 표절 인정 시점이 너무 늦은 것으로 인해 따가운 시선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벌써 방송에 나와서 사생활 토크를 하며 환한 웃음을 보여줄 때가 아니란 소리다. 이 기사는 이효리가 <하하몽쇼>의 첫 회 게스트로 출연한다는 것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이효리는 비슷한 시기에 두 개의 예능 프로그램에 첫 게스트로 나선다는 얘기가 된다.


유재석의 새로운 프로그램에 첫 게스트로 나선다는 기사를 봤을 때도 무리수라는 느낌이 들었다. 유재석과 이효리 모두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선택이었다. 그래도 사전에 정해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연이어 <하하몽쇼> 게스트 출연 기사까지 뜬 것이다. 이연타다.


이효리의 그 명석한 판단력은 어디로 간 것일까? 도의적 책임을 말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예능의 여왕 행보를 한단 말인가. 숙여야 할 때 적절히 숙이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역풍을 맞는다.


너무 쿨하고, 너무 당당한 모양새다. 표절 사태는 쿨하게 잊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당사자가 지나치게 당당해서도 안 된다. 비록 본인도 피해자이지만 어쨌든 대중 앞에서는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줘야 했다.


이효리더러 예능에 나오지 말란 소리가 아니다. 은퇴하라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조금이라도 자숙기간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효리도 피해를 당했다는 것을 대중이 느끼도록 해야 한다.


무조건 톱스타를 내보내 새 프로그램을 띄우겠다는 방송사의 고집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효리 죽이기에 다름 아니다. 출연자를 늪에 빠뜨리면서 프로그램 띄우는 구도인 것이다. 안될 일이다. 표절을 인정하기 전에 이미 결정된 방송일 수도 있는데, 그 경우라면 상황이 악화됐으니 일정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상황이 매우 나쁘다.



이효리는 이번에 실질적인 앨범활동 기간이 다 끝난 후에 표절을 인정했다. 이효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객관적인 시점이 그랬다. 표절 사태가 아니었어도 이효리가 더 이상 음악프로그램의 주인공 역할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앨범활동 정리가 대중에게는 이효리가 당한 피해로 인식되지 않는다.


만약 치티치티뱅뱅 활동 초기에 이효리가 표절을 인정하며 활동을 접었다면,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고 이효리에 대한 동정론도 크게 일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쯤 활동을 재개하는 구도도 그리 크게 이상하지는 않다.


하지만 위에 언급했듯이 앨범활동 기간이 끝난 후에 표절을 인정했고, 어차피 시효가 다 된 앨범활동을 정리했으며 지체 없이 예능퀸으로 복귀하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건 자숙이 아닌 승승장구, 위풍당당 아닌가.


이효리의 속사정이야 어떻든 구도가 그렇다는 말이다. 안 좋은 구도는 언제나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법이다. 이효리든, 소속사이든, 방송사이든, 왜 이렇게 조급한가?


이번 앨범의 컨셉은 이효리의 트렌드 리더로서의 위상을 과시하는 것이었다. 프로듀서로서 음악적 역량이 알려지기도 했다. 검색해보니 이런 가사들도 있었다.


비슷하게 날 따라해 허락도 없이


난 달라 항상 앞서나가니까


아무리 날 따라해 봐도 나는 매년 나는 매번 앞서가는 걸


같은 rhyme 같은 fashion 같은 sound 이제 지겹지도 않니 너만의 뭔가 만들어봐


뭔가 특별한 이런 나만의 sound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new style 21.


이런 컨셉에서 터진 표절 사건이어서 특히 더 뼈아프다. 그래서 대중의 시선도 더욱 차갑다. 단지 기계적으로 기획사가 주는 노래만 부르는 사람이었다면, 가수를 향해 대중이 강도 높게 질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효리는 그 이상의 카리스마로 인기를 끌었고, 지금의 질타는 그에 따라 당연히 져야 하는 업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효리도 방송 활동에 차질을 빚는 등 피해를 입었으며, 비록 본인이 피해자이지만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숙한다는 구도만 만들어주면 된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쉼 없는 예능퀸 행보는 무리수가 아닐 수 없다. ‘너의 말이 그냥 나는 웃긴다’는 네티즌의 냉소를 초래할 수 있다. 이효리, 소속사, 방송사 모두 바람직한 구도를 생각해주기 바란다. 이미 결정된 편성을 정 물릴 수 없다면 차후 행보라도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