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능 음악 칼럼

아빠어디가 김민율열풍이 말해주는 것

2주에 걸친 김민율 열풍이 일단락됐다. 이 5살 짜리 꼬마아이가 <아빠 어디가>에 등장하자 인터넷은 이상 열기로 뒤덮이고, 언론매체도 앞다퉈 김민율에 대해 다루기 시작했다. 댓글반응을 보면, 형을 빼고 동생을 투입하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이 사태가 말해주는 것은 이 시대가 확실히 아이에게 열광하는 시대라는 점이다. 7살 짜리가 등장했을 때 열광적인 반응이 나타나더니, 5살 짜리가 등장하자 순식간에 신드롬이 나타났다. 동시에 사람들은 ‘10살 이상은 꼴 보기 싫어! 치워버려!’를 외쳤다.

 

다 큰 어른들이 아이에게 열광하는 이상한 시대를 우린 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아이들이 요즘 예능 트렌드의 정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먼저, 리얼리티의 관점에서 봤을 대 아이들은 리얼리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리얼하지 않은 것을 꾸밀 지능 자체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지능이 형성되면 사람들은 ‘가식’을 느낀다.

 

리얼버라이어티 전성기기 시작된 이래 툭하면 터지는 것이 조작논란이다. 그만큼 대중이 무서울 정도로 리얼리티, 진실성, 진정성 등을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살벌한 리얼리티 시대에 아이들은 순백의 리얼함을 보여주는 조작청정지대다.

 

또, 사람들은 바보를 원하는데 아이들은 바보 그 자체이기 때문에 억지로 바보인 척하는 <1박2일>의 어른들이 대적할 수가 없다. <아빠 어디가>의 바보놀음에 비견될 만한 건, 군대라는 이상한 나라에 빠진 어른들의 이야기인 <진짜 사나이> 정도가 될 것이다. 이 두 프로그램은 바보계의 원투펀치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또, 사람들은 따뜻함, 힐링, 인간미, 관계 등을 원하는데 아이와 아버지의 대화가 그런 미덕들을 전해준다. 개인적으로 나도 후가 윤민수에게 ‘아빠는 내가 귀엽지 않지?“하면서 자신의 상처를 말하는 장면을 몇 번이나 봤을 정도로, 그런 진솔한 대화의 울림은 크다.

 

 

 

바야흐로 먹방의 시대다. 아이들은 먹방에도 최적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은 맹렬히 성장하는 시기여서 식탐이 굉장히 강할 수밖에 없고, 그런 식탐을 제어할 전두엽이 아직 미성숙하기 때문에 가히 음식을 향한 욕망의 화신이다. 그런 전투적인 ‘막가파’ 식탐에 어른이 대적하는 건, 대단히 특수한 상황 속에서 퇴행했을 때만 가능하다. <진짜 사나이>나 <정글의 법칙> 정도가 그런 경우다.

 

이런 등등의 이유로 사람들은 아이를 원한다. 김민율이 등장한 이후에 나타난 열광과 ‘나이 든 애들은 치워버려!’ 반응을 보면, 사람들이 아주 어린 귀여운 아이만을 간절히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를 귀여워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다. 후천적으로 학습하지 않아도 인간은 아이를 보면 저절로 귀여움을 느낀다. 이 본능적 욕망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광고계에선 옛날부터 아이를 중요한 소재로 활용해왔었다. 아이를 귀여워하는 욕망은 섹시함을 원하는 욕망과 거의 동급이다. 그런 욕망을 이용해 귀여운 아이나 섹시한 신체만을 내세우는 광고는 창조적이라고 할 수가 없다. 광고의 창조성이 발전할수록 아이나 섹시보다는 다양한 설정들을 기획하게 된다. 그런 능력이 커지는 것이 바로 발전이고, 아이나 섹시함에만 기대는 것은 퇴행이다.

 

이렇게 보면, 지금의 아이 전성시대는 바로 퇴행이다. 시청자들이 모두 1차원적인 욕망, 본능에만 충실한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본능을 자극하는 섹시코드와 아이가 동시에 뜨는 것이다. 말하자면, <진짜 사나이>에서 군복 입고 퇴행한 남자들이 본능이 시키는 대로 걸그룹에 몰두해있는 광경이, 지금 소재만 바꿔서 아이를 대상으로 국가적 범위에서 펼쳐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한편으론, ‘얼마나 세파에 시달렸으면 아이의 순수함을 보면서 그렇게 위안을 얻으려고 할까’. 이런 짠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다 큰 어른들이 아이에 몰두하는 이상한 시대. 불쌍한 어른들의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