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친구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이 처음 시작됐을 때부터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던 네티즌 여론은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점점 더 부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과거 <1박2일>이 최고의 찬사를 받고 <일밤>이 비난 받았던 사건이 있었다. 그때 <1박2일>은 강원도의 어느 시골 마을에 찾아가 어르신들과 함께 한 반면, <일밤>은 유명 정치인을 만났었다. 이것으로 <1박2일>과 <일밤>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1박2일>은 아래로 <일밤>은 위로, <1박2일>은 서민의 인간미를 <일밤>은 화려한 설정을 선택했고 네티즌의 찬사는 <1박2일>을 향했다.

 

요즘엔 이 구도가 역전됐다. 강호동의 <맨발의 친구들>이 화려함을, <일밤-진짜 사나이>가 서민적인 인간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자 찬사와 비난도 역전됐다.

 

<맨발의 친구들>은 처음부터 해외여행이라는 볼거리에 치중했다. 그것이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자 스타들의 다이빙 도전을 하는가 하면, 가수 도전이라는 대규모 쇼를 선택하기도 했다. 그러던 끝에 지금은 집밥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잘 사는 연예인들의 생활상을 보여주고 있다. 계속해서 화려함에만 집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지금 주말 예능은 화려함이 사랑받는 시대가 아니다. <무한도전>, <1박2일>, <패밀리가 떴다>부터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에 이르기까지 화려함과는 거리가 대단히 먼 설정이 찬사를 받고 있다.

 

요즘 시청자들은 인간미, 공감, 소탈함 등을 전해주는 주말예능에 열광한다. 화려하게 전시되는 연예인들의 생활상은 공감은커녕 위화감만 느끼게 할 뿐이다. <맨발의 친구들>이 보여주는 것과 같은 연예인 집구경은 주말예능보다는 아침 주부프로그램에 더 가까워보인다. 아침방송은 연예인 집공개로 연예인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고 선망을 자극하는데, 주말예능에서 시청자는 선망보단 공감을 더 원한다.

 

‘집밥프로젝트’라는 명분도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집밥하면 떠오른 건 비록 소박하지만 값비싼 음식이 절대로 담을 수 없는 어머니의 정성이다. 집밥프로젝트는 바로 그런 정을 전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도록 만드는 이름이다. 그런데 정작 프로그램이 소개하는 건 일반 서민의 상상을 초월하는 화려한 집과, 으리으리한 음식들이다.

 

어느 서민이 냉장고방을 따로 갖추고 장독대 보관실을 별도로 운용하겠나? 툭하면 나오는 몇 년씩 묵힌 기기묘묘한 재료의 효소, 장, 밑반찬류 등도 일반 서민의 삶하고는 거리가 멀다. 몇 시간씩 정성들여 만들어야 하는 퓨전음식까지 소개됐고, 전체적으로 보면 말이 집밥이지 최고급 레스토랑의 음식 그 이상이다. 어느 일반 음식점에서 몇 년씩 정성들여 재료를 발효시키겠나?

 

제목은 소탈한 정을 느끼게 하는 집밥인데 정작 내용은 화려함으로 채워지는 배신감에 비난이 커지던 와중에, 이번 심혜진 편에선 헐리우드 스타 저택을 방불케 하는 집이 소개됨으로서 화려한 집자랑의 정점을 찍었다. 그러자 비난 여론이 폭발한 것이다.

 

<맨발의 친구들>의 화려함에 대한 집착은 먹방을 활용하는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이 프로그램은 강호동의 화려한 먹성에 집중하더니, 이번 심혜진 편엔 정준하까지 초대해 더욱 스펙터클한 먹방 볼거리를 전시했다. 하지만 시청자가 먹방에 기대하는 건 단순한 스펙터클이 아니다. 음식을 준비하고 함께 먹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인간미, 정, 소탈함 등에 감동받는 것인데, <맨발의 친구들>은 오직 화려한 음식을 화려하게 먹는 모습만 나열하고 있다.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연예인의 주가가 떨어진 시대이기도 하다. TV 예능에서 스타 연예인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들은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연예인 토크쇼도 최악의 상황이다. 반면에 일반인이나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연예인들이 진솔한 모습을 보여줄 때 시청자가 반응한다. 이런 시기에 <맨발의 친구들>은 연예인의 화려한 생활상에 집중하고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맨발의 친구들>에선 인간이나 정이 아닌 볼거리 그 자체가 주인공이 되고 있다. 출연자들 간의 인간적인 상호작용도 없다. 그저 화려한 스펙터클의 나열이다. 요즘엔 이런 내용에 사람들이 잘 몰입하지 않는다. 왜 <1박2일>에서 강호동이 컵라면 국물을 원샷할 때 최고의 순간 시청률이 나왔었는지, <맨발의 친구들> 제작진은 그 부분을 생각해봐야 할 듯하다. 만약 당시에 <1박2일>팀이 부잣집을 전전하며 산해진미를 먹었다면 그런 찬사를 받았었을까? 음식의 화려함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인간의 이야기가 더 중요한 시대다. <맨발의 친구들>엔 이 대목이 부족하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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