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을 소재로 했던 <오만과 편견>이 끝났다. 막판에 ‘박만근 찾기’ 미스터리 게임처럼 진행되는 바람에 약간 기대에 못 미치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국사회의 심층부를 파헤친 수작이라고 할 만하다.

 

<오만과 편견>의 이현주 작가는 "우리나라는 기소독점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검사가 정말 열심히 일하면 살기 좋아질 것 같다. 열심히 일하는 검사들의 모습을 그렸다.“라고 말했다. 검사가 정말 힘이 센 나라이기 때문에 검사들이 하기에 따라선 사회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염원을 담은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 드라마는 이상적인 정의파 검사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그렇다고 낭만적인 검사 영웅 이야기로 흐르진 않았다. 철저히 우리 현실의 문제에 육박한 작품이었다.

 

"나쁜 놈들 잡는 거 다 네 능력인 줄 아니? 착각하지 마. 네가 잡아온 놈들 다 너보다 약한 놈들이야. 진짜 센 놈 잡으려면 다른 힘센 놈들 허락 받아야 해. 그것 없으면 검사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절대 못 잡아.", "그게 말이에요. 반복되어져왔던 이곳의 역사예요"

 

 

민생안정팀 부장 검사인 최민수가 정의의 화신인 최진혁에게 한 말이다. 검찰이 결국 거대한 권력의 끄나풀 역할만 해온 것 아니냐는 통렬한 질타다. 극중에서 정의파 검사들은 대기업의 비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더 큰 집단이 경쟁자를 죽이기 위해 검찰을 이용한 것이었다. 검찰의 주요 간부들은 그 집단의 충실한 하수인이 되어 사건 조작은 물론, 살인 교사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설정이었다.

 

문제는 대중이 이런 설정에 공감한다는 점이다. 검찰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붕괴했는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최근 방영중인 드라마 <펀치>에선 ‘공안검사로 수많은 조작사건을 만든 전력을 반성하지 않고, 검찰 내 파벌을 만들어서 자기 사람을 주요 보직에 앉힌’ 사람이 ‘2000여 검사를 지휘하는 수장이자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법의 제왕’인 검찰총장이 되어 정의는커녕 악의 축 노릇을 한다는 설정이 등장한다.

 

극중에서 검찰총장은 ‘검찰 봉급 받으나 콩밥 먹으나 나랏밥 먹기는 매한가지 아이가’라고 하는데, 이는 검찰과 범죄자들 사이에 차이가 별로 없다는 냉소가 극명히 드러난 대사였다. 대검찰청 반부패부장도 자신의 막강한 권력을 ‘미운 놈에게만 사정의 칼날을 휘두르는’, 더 큰 권력자를 위한 창 정도로 쓴다.

 

 

이 드라마들에서 검찰의 권력은 그야말로 막강하다. 누구의 뒤를 캘지, 어떤 사건을 조사하고 어떤 사건을 덮을지, 누구를 붙잡아 기소하고 누구를 풀어줄지를 검찰이 마음대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대중문화 작품들은 그런 막강한 검찰을 의심하는 걸까?

 

최근 방영된 <추적60분>에 충격적인 내용이 나왔다. 전직 차관 이름이 거론된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에서 검찰은 관련 인물들을 불기소 처분했다.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추적60분>은 음성과 화면이 모두 특정인을 가려낼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편사수사 의혹까지 제기했다. 검찰 직무관련 범죄에 대한 검찰의 기소율이 1%밖에 안 된다는, 즉 봐주기 수사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바로 이런 정보들을 접하며 시청자들은 검찰에 대한 불신을 키워왔고 대중문화가 그런 대중정서를 반영하는 것이다. 영화 <부당거래>는 검찰이 돈, 권력과 ‘부당거래’를 일삼는다는 설정을 그려 관객들의 공감을 받기도 했다.

 

<오만과 편견>에서 최민수는 이렇게 말했다.

 

“증거가 없어도 기소하는 건 많이 봤을 텐데. 대한민국의 검사가 기소하면 무조건 재판은 시작해야 하는 거고 재판에서 이기든 지든 피고석에 앉은 놈은 대미지 입게 마련이고...”

 

최근 <그것이 알고 싶다>는 맷값 폭행으로 엄청난 논란을 빚었던 SK 일가 최철원 사건에서, 검찰이 매를 맞은 피해자를 기소해 재판에 시달리도록 만들었다고 방송했다. 검찰의 기소로 피해자가 대미지를 입은 셈이다. 그렇게 피해자를 기소한 검사는 나중에 SK그룹의 임원이 됐다고 한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국민은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는다.

 

검찰이 비상한 각오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오만과 편견>, <펀치>처럼 대중문화 속에서의 검찰에 대한 불신은 계속될 것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법의 제왕’을 불신하며 살아야 하는 대중의 처지가 서글프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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