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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10대 IS 가담 사건에서 진짜 무서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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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킬리스에서 실종된 김 모군이 IS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그는 지난 1년간 IS 관련 단어들을 여러 차례 검색했고, 특히 지난 3개월 전부터는 IS 가입과 관련된 구체적인 SNS 글들을 올렸다고 하니 지금으로선 IS 가담의 가능성이 커보인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남의 일로만 알았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사태에 한국이 연루된 놀라운 사건이다. 이제 한국도 테러 안전지대가 아닌 것이다. 우리 한류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퍼져나갔듯이, 먼 나라 극단주의 세력의 메시지도 인터넷을 통해 우리 청소년에게 퍼지는 시대가 되었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테러나 극단주의 세력에 대해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

 

이번 사건에서 진짜 무서운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젊은이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엔 사제폭발물테러를 감행한 10대가 나타났었다. 그리고 이번엔 IS 가담 청소년이다.

 

 

‘지금은 남자가 차별을 받는 시대다. 페미니스트가 싫다. 그래서 IS가 좋다’

 

터키에서 사라진 김군은 이런 글을 SNS에 남겼다고 한다. 남자가 차별을 받는다며 페미니스트를 공격하는 것은 최근 젊은 네티즌 사이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다. 특히 일베를 중심으로 이런 주장들이 나타나는데, 꼭 일베가 아니어도 상당히 많은 10~20대 젊은이들이 이런 주장에 동조한다.

 

좌절, 열패감 등에 빠진 젊은이들이 특정대상에게 분노를 쏟아내면서 위안을 찾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분노를 쏟는 대상은 주로 여성, 외국계, 호남 등 상대적으로 약한 이들이 선택된다.

 

이렇게 좌절에 빠진 젊은이들이 분노를 폭발시키는 것은 과거 독일 나찌 현상이나 최근 일본에서의 혐한 현상에서도 볼 수 있다. 인간의 보편적인 행동양식이라는 뜻이다. 한국은 점점 더 경쟁이 심해지고, 젊은이들이 느끼는 좌절감도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분노도 점점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좌절한 젊은이들에게 소속감을 느끼게 할 만한 공동체도 사라져간다. 학교공동체는 물론이려니와 가족공동체조차도 젊은이들을 따뜻하게 지지해줄 만한 형편이 못 될 때가 많다. 점점 늘어가는 맞벌이, 이혼, 나홀로 가구 등은 젊은이들의 고독이 커진다는 뜻이다.

 

 

김군은 전국에 7만여 명에 달하는 학업중단자 중 한 명이었다고 한다. 한국사회는 이렇게 주류 대열에서 이탈한 사람에게 낙오자의 낙인을 찍어 루저의 삶을 살도록 한다. 낙오자, 루저가 다시 기회를 부여받아 주류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상황은 분노와 함께 절망을 만든다. 김군은 ‘내 나라를 떠나고 싶다. 새 삶을 살고 싶다’는 글을 남겼다고 하는데, 한국사회에 절망해 이곳을 떠나고 싶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서양에서도 희망 잃은 사회불만세력이 테러 조직이 가담한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에선 희망 잃은 사회불만세력이 양산되고 있다.

지난 번에 있었던 사제폭발물 테러 사건이나, 이번에 터진 한국 10대의 IS 가담 의혹 사건은 모두 이런 배경에서 벌어졌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잇따라 벌어진다는 것은 앞으로 또 무슨 일이 터질지 알 수 없는 매우 불안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물론 우리 젊은이들이 앞다투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에 가담하는 황당한 일은 터지지 않겠지만, 우리 국내에서 또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점점 불안정해지고, 흉흉해진다는 것. 그것이 이번 IS 사건에서 진짜 무서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