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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윤은혜는 해명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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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혜가 부산국제영화제 참석까지 취소했다. 20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섹션에 자신의 단편영화 '레드아이'로 초청 받았고, 감독 자격으로 관객과의 대화(GV)를 나눌 예정이었으나 취소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대중 앞에 나서는 것 자체를 피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윤은혜의 행보는 표절 의혹이 제기된 이후 꼬이기 시작했다. 처음 윤춘호 디자이너의 의상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을 때 지나치게 강한 해명을 내놨다. 절대로 표절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윤춘호 디자이너 측에서 자신을 이용해 노이즈 마케팅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한 것이다.

 

역으로 공세를 취한 것인데 이것이 반발심을 불러일으켰다. 옷이 비슷한 것이 명백한데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지적이었다. 그런데 사실은 윤은혜의 해명이 그렇게 완전히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국내 방송사들은 두 의상의 유사성에만 주목해서, 그 옷들이 비슷한지 안 비슷한지에 대한 여론조사까지 해가며, ‘두 의상이 비슷하면 표절이라는 식으로 공론을 몰아갔다.

 

 

그러나 비슷하다고 무조건 표절인 것은 아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비슷하게 됐는지를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윤은혜 측은 자신들의 결과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오게 됐는지를 해명했다. 서구의 많은 작품들을 참고했고, 프로그램의 미션상 눈과 사자를 표현하기 위해 흰 옷에 갈기를 붙였더니 결과적으로 윤춘호 의상과 비슷해졌다는 해명이었다. 정말로 그렇다면, 단지 결과물이 비슷하다고 해서 무조건 도덕적으로 단죄할 수는 없었다.

 

여기까지는 상황이 애매했는데 그 다음에 더 심각한 일들이 터졌다. 윤은혜의 다른 의상 두 벌도 유사성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심지어 과거 프로그램 속에서 윤은혜가 작업했다고 알려진 운동화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각 사례별로 떼어내 하나씩 따지면 모두 해명이 가능할지 모른다. 실제로 윤은혜 측에선 모두 해명했다. 그 사례 하나하나를 일일이 표절로 단정하는 것은 지금 단계에선 쉽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사례가 여러 개 나왔다는 사실이다. 왜 윤은혜에게 여러 가지 의혹이 잇따라 나왔을까? 왜 윤은혜의 작품들은 잇따라 다른 작품들과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을까? 바로 이 점 때문에 윤은혜의 입장이 매우 난처해졌다. 정말로 표절이 아니라고 해도 이 엄청난 우연의 일치를 설득력 있게 해명하기란 난망해보인다.

  

 

바로 그 때문에 윤은혜가 침묵 모드로 들어간 것 아닌가 하는 관측이 있다. 처음에 했던 대로 강력히 부인하자니 질타를 받을 게 뻔하고, 그렇다고 이제와서 인정하자니 일이 너무 커져버렸고 중국에서의 계약관계도 남아있다. 부정과 긍정 그 어떤 말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상황이 어쩌다 이렇게 와버렸을까? 맨 처음 해명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디자이너를 공격하며 공세적으로 해명할 일이 아니었다. 초기부터 그렇게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면 나중에 입장을 바꾸기도 어렵다. 선택지가 좁혀지는 것이다. 또 공세적인 해명은 필연적으로 대중의 반발을 부른다.

 

애초에 유사성을 부정하며 대중의 반발을 키울 것이 아니라 그냥 유사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디자인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례들을 참고했는데 그중에 어떤 것이 머리에 남아 나도 모르게 표현됐을 수도 있다. 의도하진 않았다. 어쨌든 유사한 결과물이 나온 것에 대해 사과한다’, 이 정도의 입장을 표하고 해당 디자이너와의 성의 있는 협상을 개시했다면 지금처럼 일이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윤은혜는 의상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공부하며 작업하다가 문제가 터졌다고 하면 이해받을 여지가 더 있었다. 처음 사건이 그렇게 잘 정리됐다면 나중 의혹들은 제기가 안 되었거나, 제기되었어도 첫 해명의 내용으로 자동정리가 되었을 것이다.

 

 

이 지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왜 처음에 공세적인 해명을 해서 스스로를 극단으로 몰고 대중의 반발을 초래했을까? 고소영 측도 처음 대부업 광고 의혹이 제기됐을 때 대부업과는 상관 없는 기업이미지 광고라며 지나치게 당당한 입장을 밝혀서 엄청난 역풍을 맞았다. 처음부터 기업이미지 광고인 줄만 알고 그 내용을 잘 몰라 실수를 저질렀다. 우리가 경솔했다는 입장을 밝혔다면 고소영을 향한 비난이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모르고 했다는데 뭐라고 할 것인가?

 

고소영 측은 엄청난 비난을 받고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긴 했으나, 뒤늦게나마 사과하는 입장을 밝히고 문제를 바로잡아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윤은혜도 비록 늦었지만, 자신의 무의식적 실수를 인정하는 정도로 사과를 한다면 이 진흙탕을 정리할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모르쇠 버티기로 간다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떠밀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