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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미스터트롯 김호중 마지막에 찢었다, 감성 불도저

 

김호중은 2회 엔딩에 처음 등장했다. ‘스타킹에서 유명해진 스타이고 독일 유학까지 다녀온 테너 성악가가 트로트 오디션에 도전한다는 스토리 자체에 화제성이 높기 때문에, 제작진이 편집으로 배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스토리가 있어도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엔딩의 무게를 감당하긴 어렵다. 김호중의 무대가 엔딩으로 갔다는 건 제작진이 그 공연의 수준을 인정했단 뜻이다. 

진성의 태클을 걸지 마를 선곡했다. 김호중이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마스터들이 놀라면서 감탄했다. 바로 직전에 자기소개하면서 부른 성악곡의 발성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성악가가 대중가요를 한다고 하면 보통 조영남 같은 목소리일 거라고 예측한다. 그런데 김호중은 같은 무대에서 바로 직전에 선보인 성악 발성과 달리 가벼운 대중가요식 발성을 선보였다. 이런 발성의 변화는 김호중 트로트 도전의 진정성을 느끼게 했다. 

목소리에 힘을 빼 대중가요적 감성, 또는 트로트적인 맛을 구현하면서도 고음역대에서 뿜어내는 에너지로 테너의 위엄까지 과시해 가히 가창력 괴물로 자리매김했다. 현역부를 제치고 예선 진에 오른 것이 당연해보였다.

 

본선 1차 팀미션에선 록밴드 출신 고재근, 국악 출신 강태관, 비트박서 미스터 붐박스 등과 사륜구동팀을 이뤄서 ‘28’을 불렀다. 여기서도 괴물 같은 힘으로 도입부부터 무대를 장악했다. 팀 전체를 이끄는 가창력과 범상치 않은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 공연이었다 

가요발성으로 노래하다가도 고음부에서 성악의 강렬함이 불쑥 터져 궁극의 무기 두 개를 자유자재로 바꿔 쓰는 느낌이었다. 다양한 장르 출신의 뮤지션들과 자연스럽게 화음을 이루는 모습으로 대중음악계에 대한 적응력이 강하다는 점도 확인시켜줬다. 캐릭터를 소화하는 연기력도 남달랐다. ‘넘사벽의 힘이어서 여유가 넘칠 것 같은데도 정작 본인은 공연 후에 눈물 흘리는 모습으로,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본선 21:1 데스매치에선 장민호와 김호중의 대결이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이 둘이 각각 진을 한 번씩 주고받았기 때문에, ‘미스트롯당시 송가인과 홍자의 대결처럼 사실상의 결승전이라고 매체들이 보도했다. ‘무정부르스를 불렀는데, 여기서 김호중은 또다시 괴물의 면모를 과시했다.

심지어 성대결절 상태였다. 익숙하지 않은 발성으로 노래하다 성대가 상했다는 것이다. 그 몸으로 노래를 하는데도 거의 나는 가수다급 공연이 나왔다. 마치 장비가 100만 대군에 홀로 대적하는 기세로, 거대 불도저가 어떤 장애물도 다 밀어버리면서 전진하는 것처럼 쭉쭉 뻗어나가는 목소리의 힘으로 휘몰아쳤다.

 

그리고 본선3차 기부금 팀미션에선 패밀리가 떴다팀으로 이찬원, 정동원, 고재근과 함께 대한민국 역대 오디션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냈다. 여기서 엉덩이춤까지 추며 테너의 자존심을 다 던지고 대중음악공연에 몸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찬원의 흥이, 정동원의 애수가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여기까진 괴물의 행보였다. 

그런데 본선 3차 에이스전에서 누구도 예측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김호중이 긴장에 눌려 노래를 불안정하게 부른 것이다. 알고 보니 김호중도 사람이었다. 준결승 레전드 미션에선 기존 김호중의 스타일과는 다른 주현미의 짝사랑을 골랐다. 성악 느낌을 빼려고 한 선곡이었지만 여기서도 불안한 모습이 나타났다. 스타일을 바꾸려다 길을 잃은 것 같았다.

 

준결승 일대일 한 곡 대결에서 원래의 불도저로 돌아왔지만 두 번의 실수를 만회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었다. 김호중에겐 마지막 무대가 남아있었다. 조항조의 고맙소였다. 여기서 김호중은 완전한 가요발성을 선보였다. 저음부터 고음에 이르기까지 성악 느낌이 대부분 사라졌다. 성악 느낌을 빼려고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마침내 자기만의 길을 찾은 것일까? 김호중의 표정도 편안해보였다.

 

목소리에 성악의 힘이 빠지니 그 빈자리에 감성이 자리했다. 그전까지 힘으로 듣는 이의 고막을 압도했다면 이젠 마음을 울렸다. 그렇다고 힘이 다 빠진 건 아니어서 고음역에선 성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쭉쭉 뻗었다. 장비 같은 불도저가 감성까지 장착한 것이다. 결승전 2부 최고의 무대 중 하나였다. 김호중의 미래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자기만의 길을 찾았다면 미스터트롯진이 문제가 아니다. 조영수가 멘토를 자청한 것도 그런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승에서 다른 도전자들은 가족의 응원을 받았는데, 김호중만 혼자인 것 같아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 앞으로 이어질 김호중 괴물 대중가수의 행보에 이젠 팬들이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