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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미스터트롯, 이렇게 시청자 괴롭게 하는 오디션이라니

 

5일에 미스터트롯본선 제 4차전 2라운드 '11 한곡 대결'이 펼쳐졌다. 참가자 둘이 듀오를 이루어 노래 한 곡을 함께 부르며 경연하는 무대였는데, 심사가 역대 최고난도 수준이었다. 둘 중의 누구를 뽑아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시청자를 너무나도 괴롭게 만드는 경연이었다. 마스터인 조영수가 눈물 흘릴 지경까지 갔다. 

예를 들어 장민호와 정동원은 두 사람이 각자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면서도 최고의 앙상블을 이루어 기억할 만한 듀오 무대를 만들어냈다. 영탁과 신인선도 마치 원래부터 한 팀이었던 것처럼 완성도 높은 듀오 무대를 선보였다. 

이러니 둘 중의 누구를 뽑아야 할지 선택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오디션에서 으레 선택하기 힘든 순간이 나타나지만 이번엔 그중에서도 특히 어려웠다. ‘미스터트롯출연자들의 실력이 워낙 상향평준화 됐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뜨거운 인기의 한 이유다.

 

이번 한곡 대결에선 미스터트롯이 경쟁에 임하는 태도도 극명하게 나타났다. 1라운드에서 4위를 한 정동원이 대결 상대로 3위인 장민호를 지목했다. 진출과 탈락 사이에서 승부를 겨루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보다 순위가 낮은 상대를 지목하는 것이 유리한데도 높은 순위의 상대를 지목한 것이다. 

지목한 이유도 좋아하는 삼촌과 레전드 앞에서 듀오를 해보고 싶다는 소박하고 순수한 이유였다. 두 사람은 자기가 더 돋보이는 파트를 차지하려 하거나, 구성을 유리하게 가져가려고 신경전을 펼치지 않고 그저 완성도 높은 협연 무대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했다. 그 결과 어느 가수도 보여주기 힘든 수준의 공연을 선사해줬다. 두 사람의 팀워크가 만들어낸 공연이 흥겨울수록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사람들의 괴로움이 깊어졌다.

 

특히 장민호는 정동원의 목소리가 돋보이도록 받쳐주는 역할을 자청해 손해를 감수했다. 그러면서도 얼굴에 불만스러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이 공연을 완수해냈다. 210 90으로 마스터 점수에서 밀린 이후에도 대기실에서 밝은 표정으로 장난도 치며 다른 사람들의 선전을 축하해줬다. 결국 관객표에 의해 장민호는 다음 회에 진출해 감동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만약 장민호가 탈락했다면 많은 이들의 마음이 무거워졌을 것이다. 

1라운드 2위 영탁과 7위 신인선의 무대도 대결이 아닌 최고의 팀공연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돋보이기 위해 신경전을 펼치지 않고, 합심해 놀라운 협연을 이뤄냈다. 공연의 완성도도 완성도지만, 대결하는 두 사람이 보여주는 태도도 관객을 더 흥겹게 했다. 대결에 목매기보다 음악 자체에 집중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게 미스터트롯이 보여주는 경쟁에 대한 태도다. 서로 밀어내기 위해 싸우는 적자생존 오디션인데도 공연할 때만큼은 공연 하나만 보고 합심한다. 그렇게 해서 어디서도 보기 힘든 수준의 흥겨운 무대를 만들어낸다. 바로 그런 모습 때문에 시청자들이 탈락한 출연자에게 안타까움을 느끼는 한편 미스터트롯엔 더욱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원래는 냉정한 경쟁구도가 오디션이 인기를 끄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다. ‘미스터트롯은 그런 경쟁구도 위에 있으면서도, 경쟁을 초월한 무대와 인간적 감동으로 일반적인 오디션 이상의 열광을 이끌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