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탁은 예선 1회 마지막 순서로 등장했다. 1회에 관심을 끌어야 앞으로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는데, 그러려면 엔딩이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그래서 제작진은 1회 엔딩 선정에 고심을 거듭했을 것이다. 그 선택이 영탁이었다. 제작진에게 영탁이 강력한 무대로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현역부 첫 순서로 임영웅이 등장해 위력과시를 하고, 그후에 이찬성이 화장실을 참은 문제로 안타깝게 실수해 긴장도가 고조되며 위기에 빠진 순간 영탁이 보란 듯이 반전 가창력을 선보여 시청자의 가슴을 뻥 뚫리게 하고 다음 회를 기대하시라하면서 끝내는 편집이었다 

영탁의 선곡은 나훈아의 곡 사내였는데, 나훈아 노래라는 걸 모르고 봐도 영탁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훈아 느낌이 느껴졌다. 나훈아 모창을 했다는 뜻이 아니라 여유 있는 강약조절로 힘 있고 맛깔나게 부르는 가창이 나훈아를 떠올리게 했다는 뜻이다.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한 숨 한번 쉬더니 니가 왜 거기서 나와로 인사하며 분위기를 단숨에 바꾸고, ‘사내에선 전주가 시작되자 바로 싱긋 웃으며 공연에 몰입하는 모습이 프로페셔널의 위엄을 보여줬는데, 그런 프로다운 모습이 나훈아의 특징이기도 하다.

 

1회 막판에 현역부 임영웅과 영탁이 완벽하게 노래하자 트로트 현역 가수들이 엄청나다고 찬탄을 보냈는데, 알고 보니 현역이라고 모두 그런 게 아니라 임영웅과 영탁이 다른 차원의 사람들이었다. 어쨌든 이 둘의 완벽한 무대들로 1회부터 미스터트롯고급진경연프로그램으로 위상이 올라갔다. 

본선21:1 데스매치에선 천명훈과 대결했다. 영탁의 우세가 예측은 됐지만 예측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무지막지하게 잘 했다. 강진의 막걸리 한 잔을 불렀는데 막걸리 한 잔을 외치는 첫 소절로 대결은 정리됐다. 깐깐하다는 조영수도 연신 감탄했다. 남은 건 대관식뿐이었다. 3주에 걸친 데스매치 방영 끝에 결국 진의 자리에 올랐다. 우승후보 위상이 되는 순간이다.

 

도입부에 막걸리 한 잔이라고 외치는 건 원곡에 없던 편곡이다. 그 외침으로 자신의 장점을 드러냈는데, 스스로 편곡까지 한 거라면 음악적 감각이 탁월한 셈이다. 원곡보다 어린 나이 때문인지 영탁이 더 막내아들이 아버지 생각하면서 부르는 듯한 느낌이 나서 남성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했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불렀다는 스토리도 감동이었다. 

영탁과 천명훈의 대결이 데스매치 첫 무대이자 프로그램 엔딩이었다. 데스매치에서 영탁은 사실 15번째 순서였다. 그런데 제작진이 첫 무대로 편집한 것은, 현역부 첫 무대로 임영웅을 세운 것처럼 초반에 강한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동시에 그날 방송의 엔딩 대결로 선택한 건 그만큼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줄 만한 공연이라고 제작진이 판단했다는 뜻이다.

 

게다가 방송일이 123일이었다. 설연휴 하루 전날로 설특집의 성격이 있었다. 그럴 때 엔딩을 세운 건 남녀노소 온 가족에게 공감을 받을 것이란 판단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영탁의 막걸리 한 잔은 국민적 파란을 일으켰다. 

기부금 팀미션에선 사형제팀이었는데, 영탁의 목소리가 무대를 찢었다. 영탁이 사랑해요 영원히하고 나올 때 귀가 시원하게 트였다. ‘울엄마에서 가슴에 한만 드렸네라고 할 때는 체증이 내려갔다. ‘하드캐리가 무엇인지 보여준 무대였다. 심사위원들도 감탄을 연발했다.

 

준결승 레전드 미션에선 주현미의 추억으로 가는 당신을 불렀다. 중간점검 때 너무 구슬프게만 부르는 것 같아서 우려를 샀지만, 주현미의 지적을 듣고 바로 방향을 바꿨다. 정식 공연에선 리듬감을 살려 또다시 최고의 무대를 만들었다. 장윤정은 ‘(공연을) 미쳐서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준결승 일대일 한 곡 대결에선 신인선과 또 만났네요로 대결했다. 정동원, 장민호의 파트너와 더불어 최고의 공연이었다. 완벽한 가창력과 퍼포먼스의 능숙함을 골반을 돌리며 또다시 과시했다.

 

예선 때부터 준결승에 이르기까지 영탁의 모든 공연이 하나도 빠짐없이 최고 수준이다. 기복이 없다는 뜻이다. 어떤 하나의 특색이 뾰족하게 나오지 않고 외모도 수더분한 편이어서 그렇게 부각되진 않지만, 노래부터 퍼포먼스까지 팔방미인격으로 소화한다. 가창, 퍼포먼스에 모두 능한 나훈아가 떠오르는 이유다. 기복이 없어서 믿고 보는 공연이다. 

소리가 시원하고 발성에 힘이 있다. 그래서 속이 뚫린다. 가사가 정확히 전달돼서 감동이 배가된다. 음정 박자 정확하면서 완급을 잘 조절해 노래가 맛깔나다. 특히 트로트적인 맛을 트로트답게 잘 낸다. 탈락 경험이 있는 후배들을 선택해 ‘4형제팀을 만든 것처럼 후배들을 챙긴다는 것이 알려져 인성도 찬사를 받고 있다. 이런 사람이 16년 동안 주목받지 못했다는 게 시청자를 안타깝게 한다. 그래서 이제부턴 꽃길만 걷게 하겠다며 팬덤이 전의를 다진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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