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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미스터트롯 임영웅 배신자 괴력, 멱살 잡았다

 

임영웅은 결승전 2부 인생곡 미션에서 도성의 배신자를 불렀다.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겠지만, 난 임영웅이 부르는 배신자가 마땅치 않았다. 그런데 눈물이 났다. 이게 무슨 일인가? 

노래를 너무 슬프게 불렀다. 보통 경연 무대에서 관객의 지지를 받기 위해 열창을 하거나 감정을 쥐어짜곤 한다. 특히, 관객의 눈에서 눈물을 뽑으면 경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과거 나는 가수다당시에도 한국 최고의 가수들 중에서 일부가 눈물 쥐어짜기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코드에 감동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후자의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감정을 쥐어짠다는 느낌이 들면 바로 눈살을 찌푸린다.

 

이번 미스터 트롯에서도 그랬던 장면이 일부 있었고, 임영웅의 배신자도 그런 느낌이었다. ‘배신자는 구슬픈 노래가 아니다. 가사에서부터 얄밉게 떠난 님아라는 식의 장난기가 느껴지는 노래다. 애절한 느낌보단 좀 더 가볍게 부를 때 노래의 맛이 산다. 

영탁이 추억으로 가는 당신을 부를 때 중간에 진로를 바꾼 것도 이런 맥락이다. 영탁은 처음에 이 노래를 애절하게 부르려고 했으나 방향을 바꿔 경쾌한 리듬감을 살리는 쪽으로 갔다. 그래서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임영웅은 배신자를 구슬픈 쪽으로 밀어붙였다. 특히 시작할 때 얄밉게 떠난 님아 얄밉게 떠난 님아라고 장난기 어린 가사가 두 번 반복되는데 처음엔 분위기를 완전히 깔더니 두 번째 반복될 때는 거의 울먹이듯이 불렀다. 그게 장난기가 느껴지는 가사와 충돌하면서 가창이 노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해졌다. 

도입부부터 거부감이 생긴 것이다. 보통 이러면 마음의 문이 닫히면서 감동도 공감도 생겨나지 않게 마련이다. 한국 최고의 가수들이 나왔던 나는 가수다당시에도 그랬다. 그런데 미스터트롯임영웅 배신자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노래를 들으며 눈물이 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결승에서 두 번 눈물이 났다. 김호중의 고맙소와 임영웅의 배신자때였다. 김호중의 고맙소는 정말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났는데, 임영웅의 배신자는 좋은 느낌이 아니었는데도 눈물이 나니 홀려도 단단히 홀렸다. 내 마음은 이 감성 반댈세하고 있는데, 임영웅이 멱살 잡고 날 자기 감성으로 끌고 간 것이다.

현장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사연이 소개되고 임영웅의 어머니가 그 자리에서 눈물짓고 있었기 때문에, 그 자체가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광경이었다.

 

임영웅의 진심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경연에서 이기기 위해 없는 감정을 쥐어짠 게 아니라, 어렸을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홀로 자신을 키운 어머니에 대한 그의 감정이, 아버지가 생전에 애창했다는 배신자에 응축된 것이다. 눈물이 쏟아질까봐 평소엔 이 노래를 부르지도 못한다는 이야기가 배신자에 담긴 임영웅의 감정을 짐작하게 한다. 게다가 결승전 당일이 아버지 기일이었다니 더욱 애끓는 감정이 일어났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울듯이 부르게 됐고 결국엔 본인이 눈물까지 흘렸다. 억지로 쥐어짜다 가수가 눈물까지 흘리면 뜬금없이 오버한다는 느낌에 더 거부감이 들지만, ‘배신자에서 임영웅의 감정은 인위적으로 연출한 게 아니기 때문에 공감을 끌어냈다.

 

하지만 아무리 감정이 진짜라도 그것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면 거부감으로 냉담해진 듣는 이의 감성을 멱살 잡고 끌고 갈 수 없다. 이미 닫힌 마음의 문을 억지로 열어 눈물까지 흘리게 할 정도로 임영웅 가창의 호소력은 강했다. 괴력이다. 그 힘으로, ‘배신자라는 노래에 대한 임영웅의 감성, 기억과 나의 감성, 기억이 전혀 다른데 임영웅이 나를 자기 감성으로 끌고 간 것이다. 이러니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보랏빛 엽서등 명곡 행진을 벌이며 그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았을 것이다.

 

임영웅을 비롯해 이번 미스터트롯결승에까지 오른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장점을 갖춘 최고의 실력자들이다. 그런데 가수에겐 실력보다 좋은 곡을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제 이들이 얼마나 좋은 곡을 만나느냐의 문제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