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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오거돈, 성추행 인정한 게 맞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을 인정하면서 사퇴했다고 보도가 나오는데 그 부분이 애매하다. 오 전 부산시장은 사퇴하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한 사람에게 5분 정도의 짧은 면담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습니다. 이것이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으로 인지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경중의 관계없이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이 말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난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라고 해석된다. 자신은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을 뿐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강제추행으로 인식될 수 있는 일이었다는 말이다. ‘경중의 관계없이라는 건, 자신의 잘못은 가벼운 것이지만 자신은 책임감이 큰 사람이므로 무거운 잘못과 동일한 수준으로 책임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러니 성추행을 100%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들린다는 말이다. 그만큼 사건을 축소하는 듯한 느낌이다. ‘5분 정도의 짧은 면담과정이란 표현도 짧은 시간이라는 점을 강조해 잠깐 있었던 해프닝이라는 느낌을 준다. 

오 전 시장의 말이 사실인지 아니면 사건 축소인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오 전 시장이 자신의 잘못을 명백한 성추행이 아닌 가벼운 건으로 해석될 수 있도록 표현했다는 점이다. 거의 사무실에서 업무 중에 실수로 몸이 부딪힌 정도의 사건처럼 들린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오 전 시장에게 동정론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작은 사건이라면 시장직에서 이렇게 황망하게 사퇴하겠는가라는 문제가 있다. 시장직 사퇴를 보면 명백한 성추행이 맞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명백한 성추행이 맞는다면, 오 전 시장의 말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된다. ‘불필요한 신체접촉정도로 평지풍파를 일으킨, 과도하게 예민한 사람으로 만든 구도이기 때문이다. 

경중을 떠나라는 표현은 얼마 전에 크게 질타 받은 김유진PD 학교폭력 논란의 사과문 속 사실관계를 떠나라는 표현을 떠올리게 한다. 사실을 떠나는 것이든 경중을 떠나는 것이든, 모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결국 김유진PD는 잘못을 정확하게 인정하는 사과문을 다시 내놨는데, 오 전 시장은 어떻게 될까?

 

오 전 시장은 이런 말도 했다 

정상적인 시정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허물을 제가 짊어지고 용서를 구하면서 나가고자 합니다.”  

직접적인 잘못은 크지 않지만 다른 잘못까지 자신이 다 책임지겠다는 의미, 또는 안 나갈 수도 있지만 부산을 위한 충정 때문에 나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마지막까지 대인배 행세인 것이다. 오 시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귀감이 될 만한데, 성추행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퇴하면서 이런 이미지 전략을 쓴 것이라면 문제다. 

연예인도 이런 식의 사과문을 발표하면 크게 비난 받는다. 오거돈 전 시장은 연예인도 아닌 정치지도자이고 광역시장이었다. 명백하게 성추행을 저지르고도 이런 회견문을 발표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국민적 질타를 더 크게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