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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주모’를 부르는 ‘국뽕’, 유튜브를 휩쓸다

 

유튜브에선 해외반응을 전해주는 콘텐츠가 인기를 누린다. 해외반응 중에서도 한국에 대한 경탄, 찬사를 담은 내용이 크게 사랑 받는다. 서구인들의 인정을 갈구하는 우리 문화가 유튜브로 이전된 것이다. 

우리는 산업화에 뒤쳐졌고 서구문화를 뒤따라가는 처지이기 때문에 서구에 대한 뿌리 깊은 콤플렉스가 있다. 그래서 언제나 서구의 시선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서구인들의 칭찬을 갈망한다. 서구인들이 우리를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가히 열망 수준이다. 

그래서 두 유 노우 김치?’, ‘두 유 노우 싸이?’, ‘두 유 노우 BTS?', 이런 유행어가 탄생한 것이다. 싸이와 방탄소년단이 서구에서 인기를 얻자 그 인기가 한국으로 역수입돼 신드롬으로 발전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특히 2002년 월드컵 이후로 한국이 세계적인 국가라는 인식을 가진 젊은이들이 많이 나타났다. 과거 한국을 초라한 나라로만 생각했던 사람들은 서구의 인정에 대해 체념한 부분이 있었지만, 지금 한국을 세계적인 나라로 인식하는 젊은이들은 더욱 그에 걸맞는 외부의 인정을 갈망한다.

 

그런 젊은이들에 의해 국뽕이나 주모같은 신조어도 일상화됐다. 그러다보니 유튜브에서 우리 자부심을 만족시켜주는 국뽕콘텐츠가 등장하면 젊은 누리꾼들이 주모를 부르며 환호하고, 그 결과 국뽕 콘텐츠가 만연하게 된 것이다. (사극에서 기분 좋은 일이 터지면 주막에 가서 주모를 찾았던 것에 빗대, 누리꾼들이 기분 좋을 때 주모를 외친다) 

최근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도 이런 국뽕 트렌드와 연관이 있다. 일본이 한국에 경제공격을 감행했을 때 사람들은 크게 놀랐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우리 국력이 그렇게 약하지 않다면서 일본에게 무릎 꿇지 않았다. 야당은 일본에게 크게 당할 거라면서 당장 일본에게 숙이라고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보니 일본이 더 수세에 몰렸다. 일본 소재 기업들이 한국 수출길이 막혀 힘들어지고, 일본 관광지들에서 곡소리가 터졌다. 반면 한국은 애초에 염려했던 것처럼 큰 타격을 받지는 않았다. 

이러자 인터넷에서 주모가 울려 퍼졌다. 경제대국 일본의 경제공격에도 한국이 의연하게 맞서고, 오히려 일본이 더 힘들어진 구도가 국뽕에 불을 지른 것이다. 한국의 국력을 찬양하는 콘텐츠가 줄을 이었다. 

코로나19 사태는 국뽕 콘텐츠 대폭발을 초래했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세계 매체들이 한국 찬양에 열을 올렸기 때문에 곳곳에서 주모를 외쳤다. 국가적 자부심이 최대 수준으로 고양됐다. 이런 판에 야당은 사사건건 문재인 정부의 일본 대응, 코로나19 대응을 비난하기만 했으니 주모찾는 누리꾼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하도 국뽕 콘텐츠가 인기가 있다 보니 요즘은 범람 수준까지 이르렀다. ‘세계인이 한국을 찬양하고, 한국이 세계 최고다는 관점만을 맹목적으로 재생산한다. 사실관계를 따졌을 땐 별 내용도 없는데 분위기로만 한국최고를 전달하며 국뽕 도취를 조장하는 콘텐츠도 많다.

과도하게 자학하며 열등감에 빠지는 것도 문제지만, 터무니없는 자만심에 빠져 우리가 최고다만 반복하는 것도 문제다. 한국이 놀라운 성취를 이뤄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는 중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세계 최고 국가가 된 건 아니다. 아직도 우린 갈 길이 멀고 서구 국가들에게 배울 점도 많다.

과도한 국뽕 열풍이 배타적인 애국주의, 국수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일본이 지금처럼 정체된 사회가 된 것엔 국수주의적 국뽕에 빠진 우익의 리더십도 영향을 미쳤다. 적당한 자부심을 가지는 건 좋지만, 근거가 희박한 국뽕 콘텐츠에 몰두하며 무조건 한국이 최고라는 허상에 빠지는 건 조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