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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정의연 조리돌림 보도, 이게 정의인가

 

최근 정의기억연대에 대한 의혹 보도들이 쏟아졌다. 정의기억연대는 거의 파렴치범 집단으로 낙인찍힌 분위기다. 하지만 그 보도들이 정당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 

먼저 정의연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으로 변하는 데 분수령이 됐던 안성 쉼터에 대한 보도부터가 그렇다. 4억대 시세인데 7억대에 샀으니 비리가 있을 거라는 보도를 모든 매체들이 일제히 내놨었다. 그런데 그 집값이 4억대가 아니라 원래 그보다 훨씬 높다는 주장이 뒤늦게 소개됐다. 당시 부동산 중개소에 9억대에 나왔던 매물인데 정의연이 산다고 하니 건물주가 오히려 싸게 팔았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안인데도 모든 매체들이 집값이 4억대라고 확정적인 사실로 보도했다. 

거기서 비리 의혹으로 바로 넘어간 것도 이상하다. 집을 비싸게 사서 돈을 빼먹었다는 식으로 아주 강하게 의혹을 제기했다. 비리 의혹을 제기하려면 내부 문건이 나왔거나, 내부 고발자가 있거나 등등 어떤 혐의점이 잡혔을 때 해야 하는 것인데, ‘비싸게 샀으니 자동적으로 비리다는 식으로 여론재판에 급급했다.

 

비싸게 사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중에 소개되자 이번엔 4억대에 싸게 판 것을 문제 삼아 또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서 문제는 매체들이 현지 시세의 변화를 확인하지도 않고 그저 책상 앞에 앉아 비싸게 샀다, 싸게 팔았다하며 아니면 말고식 의혹제기만 했다는 점이다. 방송 패널들은 아파트값이 해마다 뛰는데 집값이 싸지는 게 말이 되느냐는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안성 쉼터와 같은 시골 대형 주택은 종종 집값이 떨어지곤 한다는 주장이 뒤늦게 소개됐다. 장례식장이 들어서서 현지 시세가 떨어졌고, 정의연이 해당 쉼터를 매물로 내놓은 지 몇 년 만에 힘들게 매각에 성공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왜 이런 내용들을 확인도 안 하고 무조건 의혹 보도만 한 것일까? 

여러 건이 연달아 터졌던 회계부정 의혹 보도도 그렇다. 국가보조금 20억 대 누락, 지나치게 많은 항목들을 기타로 묶어 은폐 의혹, 맥주집 3000만 원대 지출, 수혜자 99명 표기 등 의혹들이 자고 나면 하나씩 터져 정의연이 엄청난 부패 집단인 것 같은 이미지를 형성했다. 

그런데 이런 회계 의혹들이 국세청 공시 방식의 특성에 기인한 단순 실수거나 오해일 수 있다는 주장이 뒤늦게 소개됐다. 실수도 물론 안 했으면 좋았겠지만 부정비리하고는 차원이 다른 사안이다.

 

개인계좌로 조의금을 모금한 것도 아주 파렴치한 사안이라고 몰아붙였다. 이번에 유명을 달리한 정의연 마포쉼터 소장도 개인 명의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조의금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시민단체들이 연대해서 장례를 치를 때 특정단체를 내세울 수 없기 때문에, 누군가가 상주를 맡고 그 개인 명의로 조의금을 걷는 건 일반적 풍경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매체들은 무조건 일반적이지 않은 파렴치한 행위라고 단정했다.

, 기부금을 받아 위안부 할머니들을 돌보는 데 쓰지 않았다면서 파렴치한 집단으로 몰아갔다. 하지만 정의연은 원래 할머니들을 돌보는 단체가 아니다. 위안부 이슈를 국제적으로 알리고 일본의 사죄를 받아내려는 사회운동을 하는 단체다. 그런데도 언론은 할머니에게 돈을 쓰지 않았으니 파렴치하다는 주장만 기계적으로 반복하면서 정의연이 패륜 집단이라는 인상을 만들었다.

 

할머니의 미국 활동금을 정의연이 대지 않아서 미국 교포들이 댔다는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교포 활동가들이, 문제의 활동금을 정의연이 댔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런 입장은 크게 소개하지 않아서, 정의연이 미국 활동금을 대지 않았다는 기억만 남았다. 애초에 왜 교포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확인 취재를 하지 않고 보도에 나섰는지 의문이다. 

진실은 아직 모르지만, 언론들의 이런 의혹보도로 인해 이미 정의연은 부패 집단으로 낙인 찍혔다. 아니면 말고식 보도로 정의연을 조리돌림 시킨 것이다. 정대협, 정의연은 위안부 문제를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우리 국가가 억압하던 그 시절부터 이 문제를 지금의 국제적 이슈로 키워온 단체다. 그런 단체를 부정부패 파렴치범으로 몰아붙이려면 보다 사실관계를 제대로 취재해서 신중하게 보도했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 언론은 닥치고 의혹 제기만 반복했다. 정의연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와 별개로, 이런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행태 역시 우리 사회가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