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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이태원 클럽, 최악의 보도 참사

 

용인 66번 확진자에 대한 보도가 해괴하다. 처음에 일부 매체에서 이태원 게이 클럽에 다녀갔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다른 매체에서 그것을 받았고, 58일까지 게이 클럽이란 단어가 많은 매체에서 여전히 보도됐다 

이것이 해괴한 이유는 방역과 상관없는 정보가 보도됐기 때문이다. 방역을 위해서라면 어느 클럽인지 알리는 것으로 충분한데 굳이 게이를 덧붙였다. 

첫째, 윤리적으로 문제다. 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을 강제로 밝히거나 낙인을 찍는 건 엄청난 폭력이다. 그들이 당하게 될 차별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비윤리적이다. 그렇다면 아주 조심해야 하는데 게이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내세했다우리 언론에 신중한 윤리적 고려를 바라는 것은 사치인가? 

둘째, 사실상의 오보일 수 있다. 게이 클럽을 부각시켜 보도하면 독자는 그 방문자가 성소수자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실제로 해당 기사 이후에 인터넷엔 성소수자를 비난하는 댓글이 폭주했다. 용인 66번 확진자 뿐만 아니라 이태원 클럽의 모든 접촉자들을 성소수자라고 단정 짓고 비난한다. 하지만 폐쇄적인 회원제 클럽이 아니라면 게이 클럽은 그냥 신기해서 구경차 갈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클럽 방문했다고 성소수자라고 단정 짓는 건 말이 안 된다. 너무 쉽게 단정 짓는 대중의 태도도 문제인데, 그런 상황이 뻔히 예측되기 때문에 언론이 더 주의했어야 한다. 게이 클럽을 내세워 성적 지향에 관한 억측을 유도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셋째, 방역까지 방해했다. 용인 66번 확진자와 연관된 이태원 클럽 방문자들이 모두 성소수자라고 낙인찍히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에, 이제 그들은 결사적으로 방문 사실을 숨길 가능성이 생겼다. 신천지 사태처럼 된 것이다 

용인 66번 확진자가 방문한 클럽이나 업소가 모두 다 게이 클럽인 것도 아닌데, 사건 초기에 언론이 게이 클럽을 전면에 내세워 대중에게 성소수자 프레임을 각인시켰기 때문에, 이태원의 모든 접촉자에게 성소수자라는 낙인이 찍히게 생겼고, 그래서 일반 클럽이나 업소에서 접촉한 사람들도 모두 숨어버리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니까, 게이 클럽을 내세운 보도는 비윤리적일 뿐만 아니라 방역 방해로 우리 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리기까지 한 것이다. 이런 해괴한 보도를 한 것은 자극적인 키워드를 내세워 기사 장사를 하기 위함이라고 추정된다. 그러한 언론의 행태도,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클럽을 방문한 확진자 못지않게 반사회적이다. 그래서 최악의 보도참사인 것이다. 

보도참사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성소수자 낙인찍기, 혐오 댓글이 폭주하는데도 지속적으로 게이 클럽을 내세우더니 심지어 한 매체는 해당 확진자의 게이 의혹을 조장하는 듯한 기사까지 내보냈다. 이것이 대중의 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외에, 코로나19 방역하고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해당 확진자가 이런 보도의 대상이 되어야 할 이유는 또 무엇인가? 

또다른 참사도 있다. 언론은 클럽이라는 키워드를 놓치기 싫었던 것 같다. 무조건 클럽만 내세웠다. 확진자가 다녀간 곳은 클럽들과 주점들이 섞여있었는데도 몽땅 클럽이라고 강변하는 보도들이 줄을 이었다. 클럽 5곳 방문이라는 기사 말이다. 심지어 같은 매체에서 주점들이 섞여있었다는 내용을 분명히 전했으면서도, 클럽 5곳이라는 기사를 별도로 계속해서 내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클럽 5곳이라고 내세워야 대중의 공분이 극대화돼 기사 장사가 잘 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관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야말로 언론참사다. 

문제는 이렇게 용인 66번 확진자의 이태원 방문지가 몽땅 다 클럽이라는 인식이 만들어지니까, 주점 등에서 접촉한 사람들도 클럽 방문자로 오인되게 됐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 클럽이 게이 클럽이라는 프레임이 짜였기 때문에, 결국 모든 접촉자가 게이 클럽 방문자이고 성소수자라고 정리될 판이다. 낙인이 찍히고 혐오 악플이 쌓인다. 이런 사태를 막아야 할 언론이 거꾸로 앞장서서 부추겼다.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건 코로나19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