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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기절놀이가 아니라 반인륜적 고문이다

 

지난 423일에 전주에서 중3 학생을 집단으로 폭행한 10대들이 경찰에게 조사를 받고 있다. 현장에는 피해자 이외에 11명의 10대가 있었는데 경찰은 이들 중 8명이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피해학생을 놀이터를 비롯해 이곳저곳으로 끌고 다니며 약 1시간 반 동안 가혹 행위를 했다고 한다. 심지어 단순폭행을 넘어서서 반복적으로 질식까지 시켰다고 한다. 코와 입을 막아 정신을 잃게 했다는 것이다. 기절시킨 횟수가 무려 네 차례라고 알려졌다. 기절한 피해학생을 때려 깨운 다음, 일으켜 세웠다가 바닥에 내동댕이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바로 이렇게 사람을 질식시켜 정신을 잃게 한 행위를 두고 많은 매체들이 기절놀이라고 보도했다. ‘놀이라고 하면 폭력의 엄중함이 희석되고 왠지 친구들 간에 가벼운 장난처럼 느껴진다. 

본인이 질식당하는 경험을 하고도 자신의 피해를 놀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아무리 가해자들이, 또는 개념 없는 일부 10대들이 사람을 질식시키면서 괴롭히는 행위를 놀이라고 표현해도 언론이 그대로 받으면 안 된다. 반인간적 폭력을 당하고도 그것이 놀이로 표현되는 것을 보면서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은 어떤 심정이겠는가?

 

놀이라고 표현하면 처벌수위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볍게 경고만 해도 되는 사안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현재 가해 학생들 가운데 일부만 출석정지 5일에 특별교육, 사회봉사 등 선도조치를 받았다고 한다. 반면에 피해학생은 해당 학교를 그만 뒀고 고교 진학 포기도 고려하고 있다. 고교에 진학하면 가해자들을 다시 만날 거란 공포 때문이다. 피해학생은 집 밖으로 나가는 것도 꺼려하는 상태라고 한다 

가해자는 발 뻗고 학교 다니는데 피해자가 불안해하며 피해 다니는 게 학교 폭력 사건의 문제다. 어른들이 이런 부조리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절놀이같은 가해자의 언어부터 근절해야 한다.

 

사람이 정신을 잃을 정도로 질식시키는 건 살인미수에 해당할 수도 있다. 생명에 위협을 가하거나 뇌손상이 생길수도 있는 치명적인 사안이다. 그렇게까지 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도 반인륜적 고문임에는 틀림이 없다. 놀이라고 가볍게 표현할 것이 아니라 엄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작년엔 가해학생에게 질식당해 정신을 잃고 쓰러진 후 뇌진탕 증세와 극심한 후유증으로 장애 진단까지 받은 남학생 사례가 알려졌었다. 당시 피해학생의 아버지가 아들이 평소 괴롭힘 당했다는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가해학생 측에게 합의를 해줬다고 해서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었다.

얼마 전 N번방 사태에서도 나타났듯이 일부 청소년들의 반인륜적 범죄 문제가 심각하다. 사람을 반복적으로 질식시키는 것도 단순히 욱해서 주먹을 휘두른 것과는 차원이 다른 사안이다. 타인의 고통에 극히 둔감하고, 인간을 경시하는 행태다. ‘기절놀이라는 말은 당치않다.